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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담당자여, SCM을 외쳐라!

INNOVATION

by 김편 2016. 7. 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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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정욱 콜맨코리아 SCM팀장

Idea in Brief

많은 이들이 SCM, 물류부서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회사 내에서의 SCM(물류)팀은 진행하는 업무 내용이나 업무량에 비해서 사내 위상이 그렇게 높지 않다. 더욱 슬픈 것은 SCM·물류팀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내 동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류 담당자들이여. 술자리에서만 SCM과 물류의 어려움을 논하고, 그것을 알아주지 못함을 한탄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물류업계에 있는 우리들부터 커뮤니케이터가 되어 업계의 위상을 높이고 좋은 인재들이 우리의 업계에 합류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신입사원부터 지금까지 SCM과 물류를 담당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간혹 필자는 거래처, 업계지인을 만나거나 신입사원 면접을 진행할 때 상대방의 꿈이 무엇이냐고 이따금 묻는다. 대부분은 CLO(Chief Logistics Officer) 혹은 CSCO(Chief Supply Chain Officer)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CLO가 된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CEO가 되어서 CLO나 CSCO 출신의 CEO가 영업, 마케팅 등 다른 분야 출신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한다.

CLO. 좋은 말이다. 사실 물류 담당자들은 ´CLO´, ´CSCO´ 출신의 CEO가 갖는 의미를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할 것이다. 지금껏 대우받지 못했던 물류의 중요성을 세상이 알아준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업계 외부에서는 “CLO 출신 CEO가 되겠다”는 말이 그저 개인의 영달이나 자리 욕심에 대한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사실 단순히 CLO, CSCO 출신의 CEO가 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물류업계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큰 그림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한 시사 주간지에서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신임관장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과거 아들 뒷바라지에 힘쓰던 이 관장의 노모는 이 관장에게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냐고 물었다. 이에 이 관장은 과학에 문외한인 어머니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줬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에게 ‘설명을 잘하는 능력’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관장은 독일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꿈 이야기를 했다. 멋지고, 한결 거창해 보이기도 한 여러 친구들의 꿈이 이야기되고, 마침내 이 관장의 차례가 돌아왔다. 이 관장은 이때 과거 기억을 떠올려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가 되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의 의미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바로 이거다´ 싶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SCM과 물류업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물류 담당자들은 모두 ‘SCM·물류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 왜냐고? 우리들이 하는 일을 세상은 모른다. 회사 내에서 SCM(물류)팀은 진행하는 업무 내용이나 업무량에 비해서 사내 위상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은 그렇다 치자. 더욱이 슬픈 사실은 사내 다른 부서에는 SCM·물류팀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SCM이나 물류를 잘 모를까. 사실 물류 담당자부터가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를 이해하기 쉽게 그들에게 설명하면 될 듯하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이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교수는 저서 ‘미친 SCM이 성공한다’를 통해 “SCM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업무 영역이 넓기 때문”이라며 “SCM 용어가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변화무쌍하며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SCM의 변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변하고 있는 것을 단순히 몇 단어, 몇 문장으로 정의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현장 SCM·물류 담당자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의 업을 설명하고자 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 물류업의 가치를 찾고 싶다면, 나아가 물류업계의 고도화를 위한다면 업계 담당자인 우리부터 우리가 일하고 있는 SCM, 그리고 물류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먼저 회사 안에서 SCM·물류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본인의 회사 안에서도 타부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설명할 수 없는데 다른 회사, 그리고 SCM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 산업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회사 안에는 SCM·물류팀이 존재한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회사 내부가 되어야 한다. 술자리에서만 SCM과 물류의 어려움을 논하고, 그것을 알아주지 못함을 한탄하는 과거는 끝내자. 적극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우리의 일을 설명하고, 이해시켜 보자.

그 다음은 SCM·물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셀러브리티와 단체가 앞장서서 ‘SCM·물류의 대중화’에 나서는 것이다. 사실 영업, 마케팅, 인사, 회계와 같은 업무는 단어 하나만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해당 업무를 한다고 하면 대개 무엇을 하는지 이해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SCM이나 물류업무는 그렇게 친숙하지 않다. 일단 SCM이라고 하면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단순하게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어라는 것만 알아도 훌륭한 수준이다.

물류는 더하다. 일반인들에게 물류는 ‘택배’ 혹은 ‘창고’, 간혹 뉴스에 언급되는 ‘화물연대’와 같은 이미지다. 실제로 물류담당 부서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마냥 물류업계가 ´까대기´, ´좌천의 대명사´ 이미지를 안고갈 수는 없다. 그런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대중의 이미지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결국 업계 전체가 나서서 SCM·물류 대중화에 노력해야 많은 사람들이 그 업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면 뭐가 좋을까. 자연스럽게 업계에는 좋은 인력들이 모인다. 업계의 위상,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산업의 발전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정부, 지자체가 부르짖는 물류산업 고도화가 이런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SCM·물류 담당자는 다이아몬드 세공사와 같은 자세로 업무를 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세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돌덩이가 되기도 보석이 되기도 한다. 많은 회사들이 ‘SCM·물류’라는 원석의 가치를 잘 모른다. 그저 눈앞에 반짝이는 영업,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그것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물류 담당자는 이러한 현실에 한탄하면 안된다. 결국 SCM·물류라는 원석을 멋지게 세공해서, 그 가치를 보여주고 증명하는 것은 물류 담당자의 역할이다. 그 만큼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실력이 필요하다. 다른 이들은 아직까지 우리의 일이라는 원석의 가치를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저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하찮은 돌덩이에 불과하더라도, 우리는 언젠가 그것을 가치 있는 보석으로 만들 수 있다.

SCM·물류 업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선배들의 노력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지금 현업에 종사하는 우리는 선배들의 노력을 이어 받아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자리를 물려받아서 대한민국 SCM·물류를 이끌어가기 위해 어디선가 노력하고 있는 우리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나서서 준비해야 한다. 최종 목적지까지 직행할 수 있는 고속도로는 아니더라도, 곳곳에 산재한 비포장도로는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 수많은 선배들이 길을 닦아 놓았다면, 그 길에 포장도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의무이자 책임이다. 바로 지금 ‘SCM·물류 커뮤니케이터’가 되어보자.

물류 담당자여, SCM을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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