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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성지가 된 일본 편의점 "트레이너를 잡아라"

INSIGHT

by 김편 2016. 8. 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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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역 강타한 포켓몬 열풍, 편의점이 뜬다

속초 상인들, 일본 편의점을 통해 배운다면


기자는 지난주 일본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포켓몬´. 포켓몬의 본고장에서 포켓몬을 잡고 말리라는 다짐과 함께 떠난 여행이었죠.


증강현실을 이용한 포켓몬 게임 ´포켓몬고(Pokemon Go)´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포켓몬고는 닌텐도와 나이언틱랩스(Niantic Labs : 구글(Alphabet)에서 분사한 AR전문 기업)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몬스터볼(포켓몬을 잡는 도구)을 던져 현실 세계 화면에 나타난 포켓몬을 포획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기자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포켓몬고를 시작했습니다. 포켓몬고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포켓스탑(PokeStop)을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합니다. 포켓스탑은 포켓몬고가 지정한 현실 세계의 공간으로 포켓몬고 플레이어는 이 곳에서 몬스터볼, 포션과 같은 다양한 아이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포켓스탑을 찾아 떠난 기자가 자연스레 도착한 장소는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 안에는 이미 많은 포켓몬고 플레이어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편의점에서 잡은 레어 포켓몬 ´신뇽´(사진 왼쪽), 편의점 인근에 위치한 포켓스탑(사진 오른쪽)


포켓몬고 트레이너의 핫스팟 편의점


일본의 편의점 ‘콤비니(コンビニ: Convenience store의 약자)’는 각종 특이한 상품과 맛있는 디저트, 커피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외국인들 사이에도 여행시 한 번 쯤은 ‘털어야할 곳’으로 이름 높습니다. 이런 추세는 포켓몬고 게임이 일본에서 가능해지면서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포켓몬고 게임을 위해 편의점을 찾는 관광객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이 일본 현지 편의점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기자가 방문한 교토 세븐일레븐 한 점원은 “원래도 편의점에 관광객이 많았지만 포켓몬고 게임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점을 찾는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마루야마 공원과 근처 편의점에는 레어몬스터가 자주 출몰한다"는 꿀팁(?)을 전했습니다.


실제 기자가 일본 간사이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포켓몬고를 플레이하고 있는 현지인들의 반응을 청취한 결과, 이들 사이에서는 ´포켓스탑은 편의점 근처에 있다´는 가설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요?


닌텐도와 합작해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언틱랩스는 포켓스탑 지정은 기본적으로 현지 지도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임의로 지정되는 시스템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장소나 유명지는 자동으로 지오로케이션(Geolocation: 통신망에 연결된 스마트폰, 컴퓨터 등 기기의 지리적 위치 정보)을 분석해 포켓스탑으로 지정된다는 설명입니다. 그 외 지역은 구글맵 개별 위치정보(Geo-tagged) 중에서 포켓스탑이 선정됩니다. 때문에 가끔은 개인 거주지나 호텔같이 엉뚱한 곳이 포켓스탑으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포켓몬고 게임이 가능한 국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실제 발생하기도 한다.(사진=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의 포켓몬고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편의점’이 포켓몬 출몰지역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명소´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편의점이 임의로 지정되는 포켓스탑 중 하나임에 불구하고 편의점으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광객이 자주 찾는 오사카 명소 ´도톤보리´는 ´포켓스탑´으로 지정되어 있다.


물론 사람들이 소셜커머스에를 통해 자주 방문하는, 혹은 인터넷에 노출이 많이 된 편의점이라면 포켓스탑으로 지정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편의점을 ´포켓스탑´이라고 생각하고 그 곳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점의 ‘마케팅’에 있습니다. 편의점은 실질적으로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방문하길 바라는 사업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유인이 존재합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편의점이 외부에 노출하는 광고를 접하고 이를 통해 ´편의점=포켓스탑´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마음의 소리´ 웹툰처럼 자신의 거주지가 포켓스탑으로 지정된다고 한다면, 집주인이 그것을 알릴 이유는 하등 없습니다.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는, 오히려 몰리면 안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편의점, 포켓몬고 트레이너를 잡아라


기자가 오사카에서 방문한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에는 포켓몬고 플레이어들로 가득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커피와 도넛을 먹으면서 포켓몬 대결을 하는 모습이 꽤나 자주 눈에 밟혔습니다. 인근에 포켓스탑이 존재하는 편의점 카페가 플레이어간 포켓몬 대결을 할 수 있는 체육관(Gym)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포켓몬고 트레이너들의 아지트로 변모한 오사카 세븐일레븐 세븐카페


이에 일본 편의점 업계는 포켓몬고 열풍을 활용해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고자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포켓스탑으로 지정된 편의점 점포에서는 ‘해당 점포는 포켓스탑으로 지정되어 있음’이란 안내표지를 내걸고 있었습니다. 반면 포켓스탑으로 지정되지 않거나 인근에 포켓스탑이 없는 편의점은 업체 스스로 포켓몬고 사이트에서 포켓스탑 지정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트레이너들이 대결할 수 있는 체육관으로 지정되길 원하는 편의점 점포 또한 많습니다.


또한 몇몇 편의점 업체들은 포켓몬고의 공식 스폰서가 되길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 맥도날드는 ´포켓몬고와 제휴해 전국 약 3000개 맥도날드 매장을 포켓스탑과 체육관으로 지정했습니다. 한 일본 언론은 포켓몬고 CEO 존 행크(John Hanke)와 인터뷰를 통해 "제휴를 완료한 맥도날드 외에도 일본내 몇몇 회사가 포켓몬고와 제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포켓몬고를 일본 편의점 업체인 ´로손´이 후원하는 것을 봤을 때 이번에는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밖에도 일본의 편의점들은 상품 구색을 넓히면서 포켓몬고 트레이너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방문한 오사카의 한 세븐일레븐 점포 점장은 “포켓몬고 열풍으로 인해 도시락, 오니기리(주먹밥), 생수, 커피, 디저트, 보조배터리 판매가 종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특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보조배터리, 충전기류는 따로 거치대를 만들어 진열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편의점들은 포켓몬고로 인해 증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실제 오사카 세븐일레븐 한 점포는 폭등한 도시락, 오니기리, 디저트 수요에 대등하여 편의점 재고 보충 횟수를 하루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평소에 수요가 많지 않던 벌레약, 선크림과 같은 제품도 신속하게 재고를 보충했습니다.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간한정 포켓몬 피카츄 도시락


나아가 일본 편의점 업계는 포켓몬고 열풍에 대응하고자 ‘포켓몬 도시락’, ‘포켓몬 아이템’, ‘포켓몬 만화책’ 등 포켓몬 관련 기간한정 상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포켓몬고의 인기추세를 반영해 이번달 포켓몬 도시락과 샌드위치를 출시했습니다. 일본 편의점은 매월 혹은 매주 단위로 새로운 도시락을 출시합니다. 패밀리마트는 인터넷이나 매장을 통해 한정 도시락을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편의점 GS25 역시 ´도시락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사카 세븐카페에서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던 요헤이씨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기자 : 포켓몬고를 플레이하기 위해 편의점에 자주 오시나요?


요헤이씨 : 요즘 포켓몬고 게임을 하기 위해 하루 10km 이상을 걷고 있어요. 때문에 중간중간 쉬어가며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각 포켓스탑에 위치한 편의점에 자주 방문합니다. 특히 이 곳은 체육관으로 설정되어 있어 포켓몬고 플레이어들이 많이 찾는 장소입니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프리-와이파이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편의점


´부산행´ 아닌 ´속초행´의 미래는?


현재 한국은 포켓몬고 정식발매 국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초, 고성, 양양 쪽에서는 포켓몬고 플레이가 가능해 정식발매 이전에 게임을 빨리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포켓몬고가 확정한 서비스 가능 지역에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때문에 지난달 속초행 버스는 때 아닌 매진 행렬을 이루며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포켓몬고를 위해 속초를 방문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거나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방식으로 포켓몬고 반사이익을 보고자 한다는 내용입니다. 가령 콜라, 사이다와 같은 음료가 난데없이 2000원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보통 3~4만원 대의 숙박 가격도 포켓몬고 열풍 이후 몇 일 사이 두 배 이상이 올랐다는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속초행 버스를 탄 한국 포켓몬고 트레이너들의 반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포켓몬고를 플레이하기 위해 속초에 방문한 한 블로거는 포스팅을 통해 "속초시는 ´포켓몬고 게임보다 당신의 안전이 중요합니다´는 공지를 붙이기도 하는데, 각 지역 상인들은 포켓몬 상가라고 바가지 요금을 받고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포켓몬고 바가지에 항의하는 SNS 의견 및 언론보도


앞서 일본의 포켓몬고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본 편의점들은 포켓몬고 트레이너들에게 과도한 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트레이너가 필요로 한 상품을 미리 구비하거나 할인 혜택, 트레이너 이벤트를 제공함으로 포켓몬 트레이너를 유인하고 있었지요. 포켓몬고로 인한 ´한탕주의´가 아닌 장기적인 이미지 제고 전략을 취하는 모습입니다.


한국 상인들, 최소한 속초 상인들은 이런 모습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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