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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삼겹살의 비밀은 물류 "도축후 3~5일만에 배송"

INSIGHT

by 김편 2016. 11.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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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배송의 시대, 도축후 20일 지난 삼겹살이 유통매장에 오르는 이유
온라인 정육점 ´정육각´, 3~5일 지난 고기를 고객에게 보내는 방법
사륜-이륜 연계배송 ´윈드밀´, 온라인 경쟁력은 ´물류´에서

사진= 실제 본지 사무실에서 구워먹어 본 정육각의 돼지고기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2014년 말 돼지고기 이력제가 전면 시행됐다. 소비자가 작게 포장된 돼지고기 위에 있는 이력(묶음)번호를 조회하면 해당 돼지가 어디에서 자랐는지(사육정보)와 언제 도축됐는지(도축정보) 확인할 수 있다. 거래단계의 정보를 관리해 판매자는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돼지고기 이력제의 취지다.


9월 26일, 기자는 집 근처 대형마트의 정육 코너를 둘러봤습니다. 포장된 삼겹살 하나를 집어 이력을 확인해보니 도축일이 8월 30일이었습니다. 맞은편 정육 코너로 가서 담당 직원에게 이쪽이 반대편보다 더 신선한 고기인지 물었고, 직원은 “당연하다”며 해당 업체만의 방법으로 키운 질 좋은 돼지임을 설명했습니다.

기자는 두 번째 삼겹살을 샀습니다. 집에 도착해 삼겹살의 이력을 확인해보니 해당 삼겹살의 도축일은 9월 9일이었습니다. 첫 번째 삼겹살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자의 개인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도축한 지 보름이 넘은 삼겹살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진= 기자가 구매한 삼겹살과 해당 삼겹살의 이력

국내에서 택배를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며, 해외상품을 직구해도 2주 안에 받아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도축된 돼지고기가 소비자를 만나기까지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요.

삼겹살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돼지고기가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돼지는 농장에서 길러집니다. 돼지는 공산품과 달리 생물이기 때문에 농장에서는 일정 사육 환경을 통제함으로써 품질을 유지합니다.

직접 농장을 운영하지 않는 신선육 납품 업체의 경우 돼지 농장과 위탁 사육 계약을 맺습니다. 돼지 품종부터 마시는 물의 양, 사료의 양과 종류 등 세세한 사육 환경을 조성해 회사가 원하는 지방량과 골격, 고기 비율 등의 ‘스펙’을 맞춥니다. 효율적으로 ‘스펙’을 관리하기 위해 하림이나 선진 같은 대형 업체는 직접 농장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농장에서 길러진 돼지는 110kg 정도로 자랐을 때 도축장으로 옮겨집니다.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는 생체검사를 마치고 도축된 뒤 위생검사에 합격한 도체(屠體)에 한해 등급판정을 받습니다. 등급판정을 마친 도체는 지육 상태로 육가공 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지육이란 가축이 도살되어 해체된 후의 도체를 가리키는데, 쉽게 말해 몸통이 쇠걸이에 걸린 상태입니다.

육가공 공장으로 옮겨진 지육은 발골 과정을 거쳐 부분육이 됩니다. 부분육은 흔히 우리가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삼겹살, 족발 스티커가 붙은 포장 상태의 고기입니다. 부분육은 판매 가능 상태이므로 대형마트나 정육점 같은 소매점이나 음식점으로 운송됩니다.


돼지는 죽은 지 3~6시간 정도가 지나야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므로 도축하자마자 먹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소비자는 도축한 지 30시간 전에는 도축된 돼지를 먹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도축장에서 육가공 공장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돼지가 부분육이 되기까지는 약 1~3일 정도가 걸립니다.

너무나 긴 유통단계, 가격은↑ 신선도는↓

기자가 산 삼겹살이 육가공 공장에서 마트에 오기까지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삼겹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답은 육가공 공장에서 소비자로 가는 마지막 유통단계에 있습니다. 육가공 공장에서 출하된 부분육은 각 지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별, 권역별 배분을 위한 유통업자가 등장하고, 군대나 학교 급식 등에 납품하는 경우 영업권을 가진 유통업자가 나타납니다. 몇 명의 유통업자를 거치면서 고기는 창고를 옮겨 다닙니다. 심한 경우 다른 부대시설 없이 영업권만을 가진 유통업자를 거치는 경우에는 ‘송장’만이 이동하고, 그 사이에 돼지고기의 신선도는 점점 떨어집니다.

신선식품의 경우 하루가 지날 때마다 가격이 내려갑니다. 부분육의 원가 역시 가장 최근에 도축한 것이 가장 비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비율로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역별 배분권이나 영업권을 가진 업자들을 거치고, 마진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원가는 올라갑니다. 결과적으로 품질은 떨어졌는데 가격은 올라간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자 중 일부는 고기를 신선식품이 아닌 ‘재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돼지고기의 가격변동을 이용해 쌀 때 많이 사두었다가 비쌀 때 되팔면 소비자는 덜 신선한 고기를 더 비싸게 주고 먹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더 신선한 배송을 위해

인터넷 창에 ‘삼겹살 산지직송’을 치면 산지직송을 한다는 업체들이 검색됩니다. 모두 산지직송의 신선함을 강조하지만, 그중에서 도축일을 강조하는 업체를 찾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도축한 지 3~5일 이내의 돼지고기만 판매한다는 업체가 등장했습니다.

정육각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삼겹살과 목살만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하루하루 고객의 주문을 받고, 필요한 만큼 육가공 공장에 주문해 중간 유통과정을 줄였습니다.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으므로 원가가 줄고, 주문한 만큼만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 역시 줄었습니다.

정육각은 보통 택배로 상품을 배송합니다. 식품 배송을 전문으로 배송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B2B 위주이고, ‘도착지는 1층이어야 한다’는 등의 제약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아직 B2C 부문에서의 식재료 콜드체인이 빈약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정육각이 우체국 택배만을 이용한다는 것인데요. 굳이 우체국 택배만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스박스를 보내면 냉동차에 실어주는 지역도 있고, 여러 업체를 비교해보니 발송했을 때 그 다음날 가장 안정적으로 물량이 들어가는 곳이 우체국 택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정육각 돼지고기 포장

소비자에게 도축한 지 5일 이내의 돼지고기를 공급하려면, 소비자에게 가는 마지막 배송 단계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다가 정육각은 상품이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 전에 배달 완료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도착 시간 조절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택배의 경우 발송지에서 물건을 받고, 한 군데로 모은 뒤 배송 코스를 짜기 때문에 상품을 보낸 업체의 상황에 맞게 루트를 변경하거나 상품 도착 시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서 택배의 한계를 느낀 정육각은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륜차 배달은 진화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정육각은 ‘3시간 배송’을 목표로 하는 자가 물류를 생각해 냈습니다. 하루치 물량을 실은 냉동차가 거점 역할을 하고, 구역을 돌아다니며 이륜차 배송기사에게 상품을 채워주는 방식입니다.

김 대표는 이 배송방식을 ‘윈드밀(Windmill)’이라고 부릅니다. 윈드밀 모델에서 그날 배달할 상품 전체를 실은 냉동차는 단순한 제품의 이동수단을 넘어 이동 물류센터(Inventory of Wheel)로 활용됩니다. 배송기사는 이륜차로 상품 배달을 하면서, 움직이는 냉동차로부터 부족분을 보충 받습니다. 배송기사가 물량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특정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되므로 결과적으로 배송의 효율은 높아진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배송기사가 돌아다닐 구획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배송기사 구획 배분 문제를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알고리즘의 시각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윈드밀 모델은 배달 구역을 일반 이륜차 한 대가 담당하는 구역보다 훨씬 작게 설정합니다. 그리고 접수되는 주문과 배송기사의 위치, 배송기사가 가진 재고, 냉동차의 위치 등을 고려해 작게 쪼개진 구역을 다시 묶어 누가 배달을 갈지, 언제 냉동차를 만나 물량을 보충할지 등을 계산합니다.

그렇게 되면 배송기사가 담당한 구역의 경계선이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때문에 각 배송기사가 맡은 구역 경계선에 있는 곳에 주문이 발생했을 때 이 주문은 누가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윈드밀은 올해 말 대전을 테스트베드로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대전에서의 시범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대전과 환경이 비슷한 지역을 중심으로 윈드밀을 점차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정육각 운영 효율의 답을 물류 부문에서 찾아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기자의 지인 김씨는 정육각 고기의 식감을 '아삭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전혀 믿지 않았는데, 먹어보니 정말 아삭하다. 고기는 금방 없어졌다.

윈드밀 모델에서 움직이는 거점으로 냉동차가 쓰이지만, 최종목적지까지의 배송은 이륜차가 담당합니다. 정육각이 분할 정복 방식을 통해 이륜차 신선식품 배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처럼, 음식배달 대행 서비스업체 푸드플라이 역시 최근 이륜차 특성을 반영한 음식배달 알고리즘 ‘알파플라이’를 개발했습니다.

알파플라이는 주문과 동선 변동이 잦은 이륜차 음식배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입니다. 여러 주문의 픽업, 배송 동선을 최적화하여 이륜차에 맞는 경로를 추천하고, 현재 위치와 이동 동선 정보를 기반으로 추가 수행할 수 있는 주문을 라이더에게 추천합니다.

윈드밀과 알파플라이 모두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정육각은 식재료, 푸드플라이는 음식배달, 두 업체가 속한 영역은 다르지만, 모두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알고리즘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변화가 잦아 ‘동적 물류’로 여겨지던 이륜차 물류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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