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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범의 공급망뒤집기] SCM은 그 자체가 녹색(Green)이다

INNOVATION

by 김편 2016. 11. 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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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부터 불고 있는 공급망 녹색열풍
녹색 공급망, 뭣이 중헌디?
공급망의 ´본질´에 대한 고민


글. 박승범 SCM칼럼리스트


Idea in Brief

녹색공급망(Green Supply Chain)이라는 용어가 등장한지도 어언 20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이제 그렇게 생소하지 않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녹색 공급망 관리 열풍이다. 친환경적 부품과 원재료, 포장재를 탐색하여 그것을 사용하여 친환경적 공정으로 생산하고, 공장이 에너지를 많이 쓰면 공장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이라도 달아 전력 소비를 줄이는 식이다. 그런데 녹색 공급망 이전에 우리는 공급망 관리를 잘하고 있을까. 사실 제대로 만들어진 SCM 프로세스는 그 자체가 녹색에 일조한다. 녹색 이전 SCM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때는 1990년대. 미국 국립과학재단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는 미시간주립대에 40만 달러를 지원하고 친환경적 생산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다. 그 결과 미시간주립대가 낸 대답은 녹색공급망(Green Supply Chain)이었다. 1996년의 일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이제는 그리 생소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산림녹화를 위해 산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는 나라도 있다. 이제 공급망에도 녹색 물결이 일고 있다. 바야흐로 녹색 공급망관리(Green Supply Chain Management)의 시대다.

미국 시러큐즈대학 휘트먼스쿨의 패트릭 펜필드(Patrick Penfield) 교수는 녹색 공급망을 ‘환경 친화적인 투입물(input)을 사용하고, 그 수명이 다 했을 때 재생 및 재사용이 가능한 산출물(output)로 변환하여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보통 녹색 공급망의 정의는 몇 가지 공통된 키워드를 갖는다. 녹색 디자인(Green Design), 녹색 제품(Green Production), 녹색 포장(Green Package), 녹색 마케팅(Green Marketing), 녹색 재활용(Green Recycling)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공급망 전 과정에 걸쳐서 친환경, 재생, 재활용, 에너지 절약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 친환경적 원재료와 공정을 사용한 생산, 재활용 가능하고 무게와 부피를 최대한 줄인 포장, 친환경적 운송수단을 통한 수배송과 에너지 절약형 보관 방법 등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이쯤에서 공급망 관리의 개념으로 되돌아가 보자. 우리가 아는 공급망 관리는 최적화된 재고와 합리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이익 극대화를 지향한다. 재고를 최적화하기 위해 더 열심히 수요를 예측하고, 예측한 수요를 착오 없이 실제 생산으로 전환하며, 예측 없이 생산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산한 물건은 반드시 판다. 이렇게만 되면 이익이 안 날 이유가 없다. 비록 시장과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의 부침이 심해서 매출이 들락날락해도 이익이 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게 만들기 정말 힘들다. 수요예측은 영업부서의 확정구간 마감 미준수, 거래처의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부서의 실적 달성을 위한 무리한 목표, 제품 라인업 변경으로 인해 시작부터 흐트러진다. 이에 더해 잦은 신제품 출시일정 변경과 제품사양 변경으로 예측한 수요를 실제 생산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이게 끝이 아니다. 원래는 예측 없는 생산은 없어야 하는데 재고를 많이 가져가고자 하는 영업부서의 욕구와 생산라인 정지를 반기지 않는 공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나중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수요예측 없는 생산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영업부서는 발에 땀나도록 거래선을 찾아다니면서 협상을 한다. 연구개발 부서는 밤을 새워가며 어떻게든 영업부서에서 원하는 일정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둬 가면서 신제품을 개발한다. 공장은 수요예측과 신제품 정보도 없이 생산하기 위해 공급업체를 다독여 가면서 부품과 원자재를 준비하고 생산라인을 비워 둔다. 물류부서는 아무튼 많이 실어낼 거라고 하니까 운송업체와 창고업체를 다독여서 창고 공간을 확보하고 운송차량을 미리 확보한다. 그렇게 했다가 잘 팔리면 다행인데 안 팔리면 공급망 참여자 모두가 절규한다. “내가 어떻게 일했는데 결과가 이 따위야!”

자, 이제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해놓고 보상은 없이 뒤처리만 남아 버린다. 영업부서는 발에 땀나도록 거래선을 찾아다니면서 반품을 받는다. 연구개발 부서에서는 제품 출시일정 못 맞췄다는 질책을 피하지 못하고, 일하는 재미를 잃는다. 공장에서는 생산원가만 날려 버린 채 공급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앞으로의 발주 물량 축소나 취소, 기 발주물량에 대한 인수여부를 협상한다. 물류부서는 창고에 그득히 쌓인 재고 때문에 창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애써 확보한 운송차량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자, 이쯤 돼서 질문. 과연 생산 공정과 제품 포장, 제품 원재료, 운송수단 및 보관수단 모두를 친환경으로 바꿨다 해서 그 기업의 공급망이 녹색 공급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녹색 공급망은 당연히 공급망은 아주 효율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는 대전제하에 친환경적 운영을 달성하는 유토피아적인 이상주의였던 것일까?

공급망 관리가 늘 저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저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 기반(Fact Base)으로 폭넓은 의사소통을 하도록 함으로써 앞에서 말한 저런 일들이 조금이라도 덜 발생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급망 관리는 효과적으로 완제품 재고를 줄이고, 불필요한 연구개발을 줄이며,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불필요한 부품과 원재료를 줄인다.

이쯤 되면 굳이 녹색 공급망 관리를 내세우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 제대로 만들어진 SCM 프로세스는 그 자체가 녹색(Green)에 일조하는 셈이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녹색 공급망관리와 그냥 공급망 관리 중 어느 쪽이 더 쉬울까? 녹색 쪽이 최소한 실행하기는 더 쉽다.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 부품과 원재료, 포장재를 탐색해서 그것을 사용해서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생산하고, 공장이 에너지를 많이 쓴다면 공장 지붕에 태앙광 집열판을 달아서라도 전력 소비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녹색이 부서와 부서 사이의 일하는 관행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역시나 부서와 부서 사이의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며, 투명하게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유도해주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SCM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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