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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이삿짐 나르는 K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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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0. 8. 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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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이삿짐 나르는 KGB”
역발상으로 해외 틈새시장 공략 나선 박해돈 회장
▲포장이사와 택배전문업체로 유명한 KGB물류그룹 박해돈 회장이 포장이사의 원조격이라 불릴 수 있는 유목민족인 몽골 국민을 대상으로 이삿짐 서비스 시장진출을 선언했다. 탁월한 현장감각과 역발상으로 중무장한 박 회장의 해외 틈새시장 공략이 돋보인다.


[이코노미세계] 예로부터 몽골인은 유목민으로 살았다. 우리 역시 몽골인 하면 초원에 집(게르)을 짓고 말과 염소를 기르며 생활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목축형 유목민인 그들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축이 먹는 풀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게르는 쉽게 분해·조립할 수 있어 언제든 손쉽게 이동한다. 어쩌면 집까지 통째로 옮기는 그들이야말로 포장이사의 달인인 셈이다.

그런 몽골에 국내 대표적인 포장이사전문기업 KGB가 시장진출을 선언했다. KGB가 몽골에 가게 된 계기는 한 몽골인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한국에 온 몽골인 바야르바트(현 KGB MGL 대표)는 서울 시내 작은 이삿짐 업체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일 하다가 2008년 KGB 예스2404에 왔다. 이곳에서 일하며 한창 도시화가 진행 중인 고국 몽골에 한국의 선진 이사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국으로 돌아간 바야르바트 씨는 일본에서 이사 일을 경험한 동업자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이사 시스템을 비교하고 검토했다. 결국 KGB 시스템이 몽골에 적합하다고 판단, 올 1월 박해돈 회장을 찾아 몽골 투자를 요청했다. 박해돈 회장은 한 달의 고심 끝에 현장 조사 후 모든 걸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속전속결로 현장방문이 이뤄졌다. 박 회장이 본 몽골의 주거문화는 유목에서 정착으로 바뀌고 있었다. 실제로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외국에 가면 일반 가정집부터 방문하는 직업병에 박 회장은 어김없이 몽골 가정집을 찾았다. 

극서민층부터 상류층까지 집을 살펴보고 관공서, 기업, 사무실 등도 돌아보며 몽골 이사시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아무리 몽골인이 이사 선수라지만 도시화 된 환경에서는 KGB의 포장이사 시스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한반도 7배 만한 땅덩어리에 300만 명밖에 살지 않는 몽골. 이사시장 규모는 분명히 작을 수밖에 없다. 틈새시장이긴 하지만 수익성에서는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굳이 몽골에 진출할 이유도 없을 것 같지만 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구 1/3이 살고 있어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고 신도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몽골에 외국 투자회사들도 설립되며 사무용 건물도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이동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요. 이렇게 발전하는데 이사문화는 우리나라 70~80년대 수준밖에 안됩니다. 이사 당일 차량 따로 사람 따로 길거리 인력시장에서 흥정하는 실정입니다”

박 회장은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이사하는 게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버금가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짐 싸는 데만 1~2주일이 걸리고, 물건이 파손 돼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새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급변화한 것도 이사가 많아진 요인 중에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심하면 일 년 새에도 몇 번을 이사를 다녔으니 엄청난 스트레스였음은 틀림없다.

당시 이사서비스의 수준이 물건을 A에서 B로 옮겨만 주면 되기 때문에 이사 시 입은 모든 피해는 집 주인이 떠안아야 했다. 당시 파손되거나 없어진 물건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이사업자에게 묻지도 못했다.   

반면 포장이사가 보편화된 요즘은 이사 당일 아침 출근했다가 저녁에 이사 간 집으로 퇴근하니 집만 바뀌었을 뿐 예전에 살던 집 그대로 옮겨진다.

박 회장은 몽골의 이사 문화를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KGB MGL 합작법인이 탄생했다.

“한국에서 포장이사 일을 경험한 몽골인이 많고, 이들이 최근 본국에 돌아와 이사업계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이사서비스는 한국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실제로 몽골의 일반이사와 포장이사의 비율은 60:40인데 서비스 시작 후 예상보다 큰 호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하루 20~40건 정도 문의 전화가 오고, 이 중 20%는 계약까지 성사되고 있습니다”

KGB MGL은 20명의 직원이 차량 5대를 이용해 일하고 있다. 이사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공항 가는 길에 있는 옥외광고간판 하나를 통째로 사버렸다. 그 주변에는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간판이 즐비한 곳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이런 박 회장은 내친김에 중국 시장진출도 생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북경, 상해, 청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몽골인은 이삿짐이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집안 곳곳에 향을 피운다고 합니다. 전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없애기 위함이지요. 또 특정시간까지는 집안에 특정물건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풍습도 아직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항을 지켜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몽골도 이사와 관련한 미신 또는 풍습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박 회장은 바로 몽골에 전화를 건 뒤 이같이 말했다. 몽골과 핫라인으로 연결해 내선전화처럼 사용하니 평소에는 그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박 회장은 몽골에서 번 수익은 현지 사회복지기금을 마련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몽골에 두고 올 생각이다. 애초부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진출한 시장이다. KGB가 몽골에서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윤은 좋은 이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얻게 될 좋은 이미지. 그것만 한국으로 가져온다고 했다.

김누리,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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