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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리스크에 시계 제로 무역업계

INSIGHT

by 김편 2017. 3. 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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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문제는 중국, 문제가 있는 곳에 답도 있다

중국 發 무역제재의 실체와 해결방안은

 

글. 남동현 트레드링스 이사 / 편집.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요즘 나라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국내 정세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절차로 어지러운 가운데, 나라 바깥도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지정학적 위치와 한국의 교역 비중을 고려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 최근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에서는 한한령(限韩令)이 내려졌다.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진 탓에 대중(對中) 수출 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적을 알고 싸워야 이길 수 있다. 중국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우리 수출업체를 괴롭히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제기 등. 전 세계에서 예측을 벗어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정세가 어수선한 지금, 이런 국제 환경의 급변은 우리의 정치·경제적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바깥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나라가 어딘지 생각해보자. 미국? 물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대미 외교에도 많은 부분이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슈로 떠오른 트럼프의 과격한 공약들이 점진적으로 예측 가능의 범주로 수렴할 것이라 믿는다.

 

한편 필자가 생각하기에 장래 대한민국과 가장 교류를 많이 할 나라, 한국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칠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국의 수출입 규모를 고려해 봐도 그렇다.

한국 수출입 규모

▲한국의 수출입 규모

 

중국이 몸을 웅크리는 이유는

 

2015년 12월 대한민국과 중국은 FTA를 체결하며 좋은 무역 파트너가 될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요새 뉴스를 보면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사드 배치,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중국은 다양한 제재를 통해 그 불편한 심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한령(限韩令)이다. 한한령은 한류 스타들이 중국 매체에 등장하는 것을 일부 혹은 전부 제재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대외적으로 중국은 자국 문화의 발전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한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반영돼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관세 당국은 요우커(游客: 중국 관광객)가 한국에 방문해 동대문 사입업체(구매대행)를 이용하여 의류를 구매한 뒤 그것을 중국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렇게 몸을 잔뜩 웅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 감정의 골이 틀어져서? 그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보호무역주의’와 연관돼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미국의 ‘신보호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그 몇 달 전에는 브렉시트(Brexit)가 터졌다. 내년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자국 중심주의, 부호무역주의가 중국의 태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자국 내 경제침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10년 이전 두 자릿수의 경제상장률을 자랑하던 중국은 현재 6~7%의 경제성장률을 목표치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는 2016년 중국이 ‘성장률 하락기’, ‘경제구조 전환기’, ‘기존에 시행된 경기부양의 후유증 수습기’ 세 가지가 중첩된 삼중고에 처했다고 올해 초 평가했다. 즉,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기를 지나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다.

 

특히 고속 성장기 동안 중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수출이 더 이상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못 해내고 있다. 또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빈부격차는 심화되었고, 임금 상승으로 인해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졌다.

둔화하는 중국 경제 성장

▲성장둔화하는 중국경제

 

중국, 미국에 도전장을 던지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활성화, 인프라 확충, 과잉 공급의 해소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 중신증권(中信, CITICS) 주젠팡(诸建芳)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작년보다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자금이 실물경제와 인프라 투자 등에 흐르도록 유도할 것이다. 또한 국유기업의 지속적 개혁을 통해 과잉 생산과 부동산 재고를 해소할 것이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고 내수에만 주력할 것이라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 폐쇄적 정책만을 고집할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최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중국의 문을 더욱 넓혀 경제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겠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협정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발언은 최근 중국이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설립을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이 추진 중인 신(新) 실크로드 전략)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의 인프라를 연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중국의 이러한 확장기조는 미국과 상충한다. 요컨대 세계은행(WB)과 IMF를 주무르는 미국과 AIIB로 새 기지개를 켜는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치를 가능성이 짙다.

 

중국의 강력한 경제보복

 

물론 두 국가가 총칼을 쥐고 전면전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두 대국은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한반도에서 각각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이다. 사드 배치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압박하고, 중국은 그런 한국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이러한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앞서 언급한 한한령이다. 어쩌면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만약 사드가 실제로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중국은 교역과 물류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많은 무역업자가 중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대중 무역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대중 수출업체가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상계관세 등의 이름으로 무역 규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일까.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상해총영사관과 한국무협협회 상해지부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의 반덤핑 제소와 수입규제조치에 대응할 방안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는 중국 반덤핑제도의 특징으로 1)조사기관의 강한 의지, 2)불충분한 투명성, 3)일부 사안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 4)외부 요인의 영향, 5)공공이익 기준 결여, 6)높은 대응 부담 등을 꼽았다. 한편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1)흠결 없는 자료, 2)조사협조 의지 강력 표현 3)전략적 로비 등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내용에 미루어 볼 때,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중국 정부가 트집 잡지 못할 만큼 면밀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뿐이다.

국가별 대한국 수입규제

▲국가별 對 한국 무역

 

이미 중국은 많은 나라를 대상으로 경제보복을 해온 전력이 있다.(물론 중국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사오보(刘晓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주기로 정하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에 대한 수입을 규제했다.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희토류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 적도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다투는 필리핀의 바나나 검역을 강화해 필리핀산 바나나가 항구 창고에서 썩어가도록 만들기도 했다.

 

물류 문제의 해답, 준비 또 준비

 

여기서는 무역 제재로 인해 우리 수출입 기업이 겪을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될 부분은 역시 ‘통관’이다. 아마 식품과 화장품 분야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2014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중국은 한국산 식품·화장품에 대해 총 542건의 통관 불합격 처분을 내렸다. 특히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통관 불합격 처분을 받은 식품과 화장품은 총 148건으로, 이는 중국과 교역하는 나라 가운에 두 번째(2015년에는 3위)로 많은 수치이다. 식품의 경우 미생물 기준초과, 포장상태, 통관서류, 라벨 불합격 등이 통관 불합격 사유였고, 화장품은 인증서나 합격증명서 등의 통관서류 미비, 라벨 불합격, 미생물 기준치 초과 등이 그 이유였다.

 

통관이 거부되면 제품을 수거하고 한국으로 물건을 되돌리는 데에 또 다른 물류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처음 수출할 때 지불한 물류비용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 물건을 한국으로 가져와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통관 불합격 처분을 받은 많은 수출업체는 물건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런 경우에도 폐기비용이 발생한다. 즉 대중 수출과 관련하여 사전 준비가 부족한 기업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뿐이다.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결국 이게 답이라 생각한다. 중국 세관에서, 관세사를 통해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문서교환) 신고가 들어온 물품의 서류와 중량 인보이스(Invoice) 가액이 일치하는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통관 결과의 차이는 올바른 서류 구비와 꼼꼼한 검토가 만든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식품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에서는 수입업체가 발송인 서류를 등록해야 한다. 뒤이어 수입식품 라벨 서류 등록→수입식품 무작위 선정 및 검사→위생인증 발급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라벨링의 경우, 라벨의 번역, 제작, 부착이 합격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불합격한다면 다시 번역, 제작, 부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작위로 선정·시행되는 표본검사는 보통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미생물 검사에서 정해진 기준을 초과하는 미생물 종류가 10종을 넘어가면 검사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명심하자. 필요한 서류로는 원산지 인증, 위생 인증, 식품검역증, 밀봉증명서, 영양성분 검측 결과 보고서, 자유판매 허가증 등이 있다.(2015년 8월 이후로는 위생인증서 대신 입국화물검역증명서가 이를 대체한다.)

 

좋은 파트너는 어디에

 

성공적인 무역은 이토록 어렵고 복잡하다. 초보 수출자라면 수출 포기를 결심할 지도 모르겠다. 이때 좋은 방법은 통관을 포함한 물류업무 전반을 ‘좋은 파트너’에 위탁하는 것이다. 좋은 파트너란 중국 경험이 많은 포워더(Forworder), 관세사, 내륙물류 파트너 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서류를 작성을 포함한 모든 물류를 대행해준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좋은 파트너는 수출업체가 서류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작성하는지를 검토해주고, 통관 절차를 진행하는 데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수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파트너를 통해 문제에 대처하거나 대응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좋은 파트너의 한 예로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 공인업체)를 들 수 있다. 2014년 4월 1일부터 중국과 한국은 양국에서 인정하는 AEO에 세관 절차상의 특혜를 제공하기도 했다. 즉, AEO란 각국 세관 당국에 신뢰성과 안전성을 공인받은 업체로, AEO를 이용할 경우 일반 화물보다 화물 검사율이 50% 가량 낮고, 통관 소요시간 또한 절반으로 줄어든다.

 

한편 AEO 인증은 2001년 9·11테러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물류에 덧씌워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 167개국이 참여하여 설립한 제도이다. AEO 인증은 엄격한 제도로서, 최초 발급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가령 AEO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AEO 업체는 해마다 자율점검 및 세관갱신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도 답도 중국에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중국 성장세의 감소,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정치적 역학 관계 등이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특히 문제는 중국이다. 한국 기업은 불확실하게 흐르는 국제 정세가 대중 무역 및 물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자세히 조사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중국은 ‘전 세계의 공장’에서 ‘전 세계의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국내의 여러 문제들을 감안할 때, 수출입 업체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수출입 업체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 실패와 성공의 여파를 고스란히 스스로 감당해야만 하는 처지다. 어찌됐든 도전해보자. 물류에 집중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좋은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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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현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학부를 맞친 후 IBK투자증권에서 리서치와 IB, 삼일회계법인에서 해외 인프라투자 Advisory 등의 직무를 수행하였고 현재 국제 물류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레드링스에서 투자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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