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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언번들링, 가속 페달을 밟아라

INNOVATION

by 김편 2017. 3. 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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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에서 돈 냄새가? VC가 물류에 눈독 들이는 까닭은

‘속도’가 혁신의 도구, 그렇다면 속도는 어떻게 얻을 수 있나



 

글.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을 해체하는 언번들링(Unbundling)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과 지역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언번들링의 사례로 우버(Uber)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우버는 스타트업으로서 승용차 공유시장을 장악함과 동시에 소형화물 신속배송 시장에 뛰어들어 물류 공룡기업 페덱스(FedEx)를 언번들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을 활발하게 언번들링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러한 언번들링이 물류산업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 4개의 최신 기사와 기고문을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HBR: 바로 지금, 언번들링의 시대가 왔다

 

2015년 6월 18일,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Why Startups are More Successful than Ever at Unbundling Incumbents’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렸습니다. 제목을 한글로 직역하면 ‘지금 스타트업이 기존기업을 성공적으로 해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본문을 보면 기사의 골자는 ‘지금은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을 언번들링 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것입니다. 기고문은 그 이유로 기존 기업들이 가지는 강점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꼽습니다. 특히 그중 규모(Scale)가 가지는 의미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기업(스타트업)의 시작이 전례 없이 가볍고 쉬워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오픈소스(Open source), 온디맨드(On-demand),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를 통해 제조, 물류, 홍보와 같은 중요 자원(Resource)을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있습니다.

 

기존의 기업처럼 필요한 자원을 모두 자체적으로 보유할 경우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운영상의 관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요구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즉, 현시점에는 주요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핵심역량[Scale]이 오히려 빠른 대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됩니다.

 

기고문에 따르면 소비자 구성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습니다. 향후 경제적 소비의 주축이 밀레니얼 세대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에 있어 기존 기업이 신생기업에 비해 특별히 갖는 브랜드 장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기업은 구식의 이미지로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이 믿는 채널을 통해 실제 사용자의 평가(Review)와 순위(Ranking) 정보를 습득하며, 어떤 새로운 것도 쉽게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판을 장악하는 지금,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의 파이를 떼어가기 딱 좋은 타이밍이 아닐 수 없습니다.

 

② CB인사이츠: 물류거인의 다리를 씹어먹는 스타트업

 

물류산업에서도 이런 언번들링이 한창입니다. 최근 트렌드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CB인사이츠의 2016년 6월 28일자 ‘물류의 와해: 페덱스와 UPS를 분해하고 있는 스타트업들(Disrupting Logistics: The Startups That Are Unbundling FedEx & UPS)’이라는 글을 보면, 최근 물류산업에서도 스타트업의 역할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신기술과 온디맨드 개념의 확산이 있습니다. 이제 신생기업은 기존 기업보다 더 저렴하고, 유연하며,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요금비교’, ‘화물이동 데이터 분석’, ‘물류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사업모델이 강세를 띄고 있다는 것이 CB인사이츠의 설명입니다.

 

특히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6년에는 트랜스픽스(Transfix), 콘보이(Convoy), 콘베이(Convey)와 같은 대형 물류 분야 기업의 성장과 함께 실리콘밸리 VC(Venture Capital) 투자가 증가하여, 전통 물류업체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③ TPM: 물류에서 돈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높은 위험, 높은 보상(High-Risk, High Return)'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의 VC투자자들은 왜 운송과 물류산업에 빠르게 몰려들고 있을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2015년에만 70억 달러의 자금이 운송 및 물류스타트업에 투자됐다고 합니다. 2016년 2월에 열린 TPM컨퍼런스에서는 ‘왜 VC가 물류스타트업을 사랑할까(Why does VC love logistics startups?)라는 주제로 토론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VC에서 물류회사의 C레벨(Chief Officer)로 전직한 두 명의 투자-물류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물류산업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산업으로서, 경제의 근간이 되며 잠재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지만 내부를 움직이는 톱니바퀴는 아주 구식인데, VC가 이 냄새를 귀신 같이 맡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오픈소스 경제의 확대로 창업비용이 10년 전 대비 10% 수준으로 감소하여 투자 대비 수익률은 더욱 커졌습니다. 고객과 직원이 밀레니얼 세대로 교체되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이에 따라 물류산업에서도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문화적 혁명이 일어나, 너도나도 ‘넥스트 우버(Next Uber)’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④ 500스타트업: 스타트업이 재정의하는 물류

 

500스타트업(500 Startups)과 같은 톱클래스 액셀러레이터도 물류산업에 참여해 스타트업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500스타트업은 DHL이 발간하는 2016 로지스틱스 트렌드 레이더(Logistics trend radar)에도 ‘스타트업이 물류를 재정의 하는 방식(How Startups are Redefining Logistics - A 500 Startups Perspective)’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참여했습니다. 500스타트업은 기고문을 통해 액셀러레이터가 본 물류시장의 매력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물류산업은 글로벌 교역의 중추이지만 각 단계가 파편화돼 있고,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립니다(Slow adopter). 하지만 동시에 시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여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기 딱 좋은 산업입니다.

 

그동안 물류스타트업이 낸 괄목할 성과의 배경으로는 ICT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투명성이 꼽힙니다. 기존의 중개사업을 허물고 물류가 필요한 기업의 선호도와 예산에 맞는 파트너를 쉽게 매칭(Matching)해주는 마켓플레이스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업체들의 가장 큰 특징과 강점은, ‘물류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물리적 자산과 인프라는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기존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했듯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기업은 이들과 협력하거나, 이들은 인수하거나, 혹은 직접 스타트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500스타트업’과 같은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속도를 만드는 방법, 전용 가속기

 

지금까지 물류 분야에서 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흐름을 다룬 몇 가지 전문가 기고문을 살펴봤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물류를 장악하고 있던 구식 기득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규모(Scale)와 크기’, ‘오래됨’, ‘뻣뻣함’, ‘근간의’, ‘느림’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창조적 파괴의 도구들은 ‘투명성’, ‘속도’, ‘오픈소스’, ‘신기술’, ‘온디맨드’, ‘고객중심’, ‘밀레니얼 세대’라는 7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이런 혁신 도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언번들링을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야 되는데, 이 7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속도’입니다.

 

그렇다면 그 속도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특히 물류산업은 B2C 소비재나 O2O 시장과는 달리 그 이면의 실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즉 스타트업이 아무리 오픈소스, ICT기술, 온디맨드를 활용한다고 해도 파편화돼있고, 동시에 경직된 물류 시장에서 사업아이템을 신속하게 검증하고 자원을 확보하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란 힘든 일입니다. 사실 스타트업이 이런 모든 것을 홀로 헤쳐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물류스타트업의 활동이나 이에 대한 투자가 글로벌 추세에 비해 뒤쳐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물류시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있는 쪽과 물류의 흐름을 꾀고 있는 쪽 사이의 정보와 암묵적 지식의 격차가 큽니다.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활동을 연구하고 활동에 직접 참여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물류시장보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더 중요한 곳은 없어 보이는 까닭입니다.

 

한국 물류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혁신적 스타트업과 동시에, 그들을 검증하고 성장을 가속화하는 물류전문 스타트업 가속기(액셀러레이터)가 탄생해야 합니다. 물론 프라이머, 스파크랩 등 한국에도 훌륭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국내 액셀러레이터들은 물류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합니다. 결국 새로운 물류스타트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존 물류산업의 흐름을 읽고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꿰뚫는 동시에 새롭게 반짝이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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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2015년부터 국민대학교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에서 창업보육, 벤처링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다. 뇌공학과 기술경영(MOT)을 전공하였으며, 제품기획, 벤처 캐피탈리스트, 앤젤투자자, 벤처기업 CFO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액셀러레이팅, 신제품/신사업 개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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