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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물류 도입, 현주소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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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7. 7. 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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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세현 SK주식회사 C&C DT사업개발부문 전무

 

블록체인, ‘신뢰’로 물류를 엮다

 

한때 비트코인 정도로만 인식되던, 기껏해야 금융권에서나 쓰였던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물류 도입, 어디까지 와있을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2017년 3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선하증권과 신용장 등이 거래에 오고가는 문서 기반의 수작업을 걷어내고, 거래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높이고자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도쿄마린&니치도화재보험 역시 해상운송 과정에 필요한 보험증서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하고 전자적으로 유통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SK㈜ C&C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물류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는 물류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기록·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선주와 육상 운송업자, 화주 등 모든 물류 관계자가 개인 간(P2P) 네트워크를 통해 물류 정보를 전달받아 이를 공유·관리하는 방식이다. IoT 기술을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함으로써 원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화물의 위치 및 상태에 대한 투명한 관리를 가능케 했다.

 

현재는 해운사나 육상 운송 사업자가 자체 사일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어 중간에 선사나 운송 수단이 바뀌면 물류 정보가 모두 새롭게 확인·입력돼야 한다. 따라서 화물 이동 중 누군가 물류 정보와 물류 관리 상태를 허위 기재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기 어렵고, 화물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 어렵다. 이때 블록체인 물류 서비스는 화주가 자신의 화물을 추적하고, 관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여 운송 중 관리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SK㈜ C&C는 서비스 개발 이후 한국발 상해착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시운전을 진행한 바 있다. IoT 센서가 장착된 컨테이너가 국내 육상 이동을 하는 동안 실시간 위치정보가 로라(LoRa)망을 통해 수집됐다. 컨테이너는 항구의 야적장에서 이틀 동안 대기한 뒤 중국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당초 예상했던 상해 도착시간보다 5일이 더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확인한 결과, 시운전 시기였던 5월초 한국은 황금연휴, 중국은 노동절(劳动节) 연휴기간이었고 이로 인해 평소보다 업무처리가 늦어진 것이었다.

 

두 나라의 일정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테스트기간이 길어졌지만, 시운전 결과는 애초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이해관계자들은 별도의 통보 없이 블록체인 상의 정보를 통해 컨테이너 운송이 지연됐을 때 체류하는 화물의 보관 상태나 화물의 운송 상태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류 가시성 확보(Tracking)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시운전에서는 해상 이동 구간에서 수집된 IoT 정보가 도착지에서 일괄 전송되는 방식이 사용됐다. 하지만 향후 위성통신이나 도착지의 통신망, IoT 서버 등을 활용해 해상 구간에서 발생한 정보가 블록체인에 쌓이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화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는 장시간 대기 상태에 있던 화물의 상태나 체류 기간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물류 시장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연결돼, 제3의 중개기관 없이도 거래 내역과 화물의 상태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머지않아 가능해질 전망이다.

 

변화의 길목에서 블록체인을 외치다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에서는 1826년 세계 최초로 28인승 증기자동차가 등장했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새로운 산업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기존 산업은 이를 큰 위기로 여겼다. 마차와 철도업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영국 의회는 증기자동차의 통행을 규제하는 적기 조례를 시행했다. 결국 영국은 세계 최초의 상용 증기자동차를 발명하고도 2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프랑스와 독일에 내주고 말았다.

 

새로운 변화에 지나치게 몸을 움츠려서는 곤란하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 흐름 가운데 블록체인이 있다. 어떻게 하면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의 것을 혁신할 수 있을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특히 물류는 국경을 초월하는 비즈니스이다. 세계가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 누가 길목의 권력자가 될지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19세기 초반의 영국 신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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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박사를 마쳤다. 이후 동부정보기술 컨설팅 사업부문 부문장, IBM 신성장전략담당 상무, KT신사업본부 본부장 전무를 역임하고 현재 SK주식회사 C&C DT사업개발부문 전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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