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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바꿀 게임의 법칙 3가지-SK C&C 오세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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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7. 8.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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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신뢰

글. 오세현 SK주식회사 C&C DT사업개발부문 전무

 

유통과 블록체인이 만드는 시너지

 

지난 기고에서 블록체인을 암호화된 데이터의 분산 저장을 통해 P2P 거래의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거쳐야했던 여러 단계의 업무를 단순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업무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중간자(Middleman) 없이도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는 블록체인은 공급사슬의 전통적인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유통산업에서는 물류를 포함한 SCM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블록체인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가령 블록체인은 상품의 원산지를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돕고, 누구나 유통 이력과 유통 상태의 추적을 가능하게 하며, 그러한 기록을 안전하고 불변하는 데이터로 분산 보관함으로써 거래 주체들에게 신뢰를 보장한다.

 

회사 간 거래 시에도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파트너와의 구매계약문서를 전자화하여 자동으로 처리하고, 제품의 품질관리 평가와 조달 프로세스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계약에 따라 미리 정해진 조건이 만족되면 다음 단계로 프로세스가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계약에 따른 정산 역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고객 접점인 마케팅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된 상품권 유통 구조’를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노드를 삽입하는 것만으로 유통 채널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후기를 공유함으로써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향후에는 디지털 암호 화폐를 이용해 결제대금을 정산하고, 제품과 서비스 품질 평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업체 선정 및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데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유통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위와 같은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유통산업에서는 고객과 업체, 업체와 업체 간에 수많은 거래와 계약이 발생한다. 게다가 공급망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탓에 유통업체는 원재료부터 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의 SCM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필자는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블록체인이 이러한 유통산업에 적용될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블록체인이 바꿀 세 가지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어떠한 형태의 업무를 어떻게 개선하고 설계할 수 있는 것일까. 블록체인의 정의와 특징, 적용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러한 사례만 가지고 블록체인을 자신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록체인은 현재 기업이 보유한 IT 인프라 수준에 따라 다양한 범위로 적용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제공하는 기반 기술이다. 기존에 잘 갖추어진 IT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블록체인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IT 인프라가 갖추어졌다는 전제하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업무지연(Latency) 개선

 

대개 많은 업무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프로세스상 각 단계별로 정보에 대한 검증 및 감사의 기능을 거쳐야 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시스템의 구조나 업무 환경 때문에 정보의 실시간 동시 공유가 불가능해 업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업무 관련 담당자들에게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기존에 순차적으로 처리되던 업무 방식을 병렬 처리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시간과 비용의 단축이라는 효과로 이어진다.


▲ 블록체인을 통한 업무지연(Latency) 개선

 

2. 시스템 연결 통해 업무 연속성 및 확장성 확보

 

기존의 시스템 통합 방식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유관 시스템과 DB를 통합 재설계할 필요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즉각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기존에는 Silo(조직이나 부서가 외부와 장벽을 쌓고 교류하지 않는 것)한 시스템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고 업무를 연계하기 위해서 두 시스템의 복잡한 데이터 인터페이스와 DB 구조를 바꾸고, 그에 따라 기존 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역시 변경해야 했다. 반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필요한 정보만을 공유하고 필요한 기능만을 연계할 수 있다. 즉 대규모 통합 고도화 프로젝트를 거치지 않고도 업무의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유통 오세현 변화

▲ 블록체인을 활용한 Silo한 업무 프로세스 연계

 

3. 인력 개입의 최소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존 업무처리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에 의하거나 오프라인으로 사람이 기록하고 입력하는 정보를 디지털화/자동화하여 스마트계약상에서 관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람의 개입에 의해 발생하는 정보 오류 및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동시에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 통한 스마트계약▲ 스마트계약을 통한 업무 자동화

 

블록체인 적용에도 단계가 있다

 

지금까지 블록체인이 적용돼 바꿀 수 있는 영역들을 살펴봤다. 물론 블록체인은 아직까지 신기술이고,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및 구축이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Software-defined Technology)’이다. 또한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 하나만 나오면 그 시장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고 장악할 수 있는 게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블록체인 적용에 조금 더 과감해지란 이야기다.

 

물론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는 단계별로 적용 계획을 세워 기술의 안정적 도입 및 효과 극대화에 신경 써야 한다. 그 첫 단계는 블록체인 적용을 통해 개선의 효과가 가장 큰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레거시(Legacy) 시스템의 영향 없이도 핵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확장성이 높은 서비스 모델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PoC(Proof of Concept)를 통해 서비스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1~2개월의 짧은 목표기간 동안 도출된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파악하고 개선 목표를 세워 기술 적용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관계자를 직접 참여시키는 대신 가상의 구성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도 가능하다.

 

끝으로, 이렇게 검증된 핵심 기능에 대한 결과를 바탕으로 상용화를 위한 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한다. 레거시 시스템에 프로세스가 존재할 경우, 서비스 초반에는 가능하다면 병행(Dual)으로 운영하고, 추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점차 확장하면서 기존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을 권장한다.

 

신뢰의 기계이자 게임체인저

 

필자는 블록체인이 기반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수십 년간 기술과 함께 발전해 온 선진국이 새로운 미래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진화의 실마리가 될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기존의 시스템 구조를 개선하는 신기술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미래사회의 사상이기도 하다.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흐르고 가상공간에서 관계가 실타래처럼 복잡해지는 가운데, 필자는 블록체인이 우리 미래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신뢰의 기계(Trust Machine)’이자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새롭게 바꿀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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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박사를 마쳤다. 이후 동부정보기술 컨설팅 사업부문 부문장, IBM 신성장전략담당 상무, KT신사업본부 본부장 전무를 역임하고 현재 SK주식회사 C&C DT사업개발부문 전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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