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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백서] 프레시코드, 샐러드계 에어비앤비를 꿈꾸다

INNOVATION

by 김편 2017. 8.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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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코스팟’ 통해 매장 보유 않고도 효율적 배송 가능

마켓컬리와 새벽배송, 우버이츠와 실시간배송 협업으로 소비자 접점 넓혀갈 것

샐러드

글. 임예리 기자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식이조절이다. 식이조절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을 나열해 보자. 양상추, 방울토마토, 닭가슴살, 삶은 달걀, 두부 등등. 그리고 이 다양한 식재료를 모두 합하면? 바로 샐러드가 된다.

 

샐러드는 어디에나 있다. 편의점, 빵집, 카페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샐러드를 정기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최근에는 샐러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인기몰이 중이다.

 

기자 역시 최근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샐러드를 접하게 됐다. 그런데 선택지가 이렇게 많음에도 ‘적당한 양과 적당한 가격’을 동시에 충족하는 샐러드는 찾기 힘들었다. 가격이 저렴하면 샐러드의 질이 떨어지거나 양이 너무 적었고, 반대로 양이 충분하고 질이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너무 비쌌다.

 

적당한 양과 가격의 샐러드를 찾으시나요

 

이런 와중에 작년 10월 푸드테크 스타트업 프레시코드가 ‘식사대용 샐러드’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샐러드 시장에 진입했다. 프레시코드의 서비스 모델은 간단하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샐러드를 주문하면 다음날 점심시간에 직장으로 샐러드가 도착한다.

 

보통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정오~오후 2시 사이의 한 시간 정도다. 사무실에서 음식을 배달시켜본 사람이라면 주문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음식이 도착하지 않아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 한꺼번에 많은 양의 주문이 몰리면서 배달기사 한 명 한 명이 처리해야 할 배달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프레시코드라고 다를까. 선주문 시스템을 활용해 미리 동선을 짜 놓는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배달물량을 처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프레시코드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프레시코드가 오프라인 매장이나 이륜차 배송기사를 보유하지 않고 이러한 배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현재 프레시코드의 샐러드 메뉴는 닭가슴살 아몬드 샐러드, 건두부 아몬드 샐러드, 핫픽 샐러드, 쉬파 샐러드 등 총 4개다. 이중 핫픽 샐러드와 쉬파 샐러드는 이화여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들과 함께 개발했다.

 

샐러드 무인택배함, ‘프코스팟’

 

프레시코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소유하지 않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에어비앤비(Airbnb)의 모델을 활용해 배송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에어비앤비는 집의 여유 공간을 활용하려는 공급자와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빌리려는 여행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에어비앤비는 호텔 등의 숙박시설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세계 최대의 숙박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레시코드 정유석 대표는 코트라(KOTRA) 인턴 시절,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케빈 헤일(Kevin Hale) 이사의 강연에서 처음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정 대표는 이후 IT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갖는 스케일업(Scale-up)의 가능성, 확장성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턴생활을 마친 그는 직접 에어비앤비의 전문위탁 운영업체를 설립하고, 자신의 집을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내놓고자 하는 사람(호스트)의 집을 위탁받아 계정을 오픈한 뒤 수익률을 관리했다. 하지만 첫 번째 사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정 대표는 휴가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가 그곳 현지인들이 저렴하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와 같은 ‘웰빙’ 음식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한국에 식사대용 샐러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여 프레시코드를 창업했다.

프레시코드, 유이경 이사, 정유석 대표▲ 프레시코드 유이경 이사(왼쪽)와 정유석 대표(오른쪽)

 

프레시코드의 샐러드는 식사대용으로 만들어진다. 프레시코드 샐러드의 기본 무게는 평균 약 350g으로, 보통 200g 내외인 테이크아웃 샐러드보다 양이 더 많다.(레귤러 사이즈 기준) 정 대표는 “모든 샐러드에 들어가는 기본 야채는 유사한 것을 사용하고, 일부 포인트 재료를 활용해 특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메뉴 개발을 진행한다”며 “메뉴 개발이 재료관리와 이어져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말했듯 프레시코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지 않는다. 고객은 모바일과 웹을 통해 샐러드를 주문하고 샐러드를 받아 볼 ‘프코스팟’을 지정한다. 프코스팟은 샐러드를 위한 일종의 ‘무인택배함’이다. 주문 다음날 샐러드를 실은 차량이 고객이 지정한 프코스팟에 샐러드를 두고 고객에게 푸시 알람을 보낸다. 고객은 그곳에서 주문한 샐러드를 수령한다.

 

프레시코드가 배송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이 프코스팟에 있다. 아무리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배송기사가 정해진 장소(프코스팟)에 샐러드를 놔두면 되기 때문에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배송(1:1 배송)을 하는 일반 음식점보다 효율적인 배송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가게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임대비를 없애고, 물류비를 최소화함으로써 고객에게 무료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프코스팟▲ 배송비 없는 배송서비스, 프코스팟

 

프코스팟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요청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모든 곳이 프코스팟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프코스팟의 가장 중요한 입지 결정요인으로 ‘건물의 확장성’을 든다. 확장성이란 한 건물이나 그 건물 근처에 샐러드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를 의미한다. 정 대표는 “하나의 회사만 입점한 건물보다는 여러 층에 다양한 회사가 입점해 있는 건물에서 주문수가 늘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건물의 확장성 외에는 건물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의 비율(샐러드를 구매하는 주 고객층이 여성이기 때문이다.)과 대중교통 환경 등이 프코스팟의 입지 결정요인이 된다.

 

프레시코드는 작년 8월 한 달간 ‘샐러드 어택’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당시 발생한 주문 정보를 바탕으로 67곳의 프코스팟 후보지를 추렸다. 이후 각 건물의 관리주체와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프코스팟이 결정됐다. 지금까지 프코스팟으로 선정된 건물 가운데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협업 사무공간)’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2017년 6월 말 기준, 프코스팟은 서울에만 위치해 있으며, 강남을 중심으로 총 26개가 있다. 프레시코드 유이경 이사(CMO)는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자본, 배송차량이 필요하고, 한 대의 차량이 담당할 수 있는 지역을 연구해 배송에 반영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서울 전 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단번에 확장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프코스팟도 늘고 주문도 늘고

 

오프라인 샐러드 전문점이 가맹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프레시코드의 프코스팟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 역시 프레시코드가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 이사는 프레시코드 설립 전 샐러드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신선식품은 가격이 고정돼 있지 않고 원가가 변하기 때문에 매장 확장 및 프랜차이즈화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설사 샐러드 전문점이 프랜차이즈화하여 본사의 관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하루 1만 건 이상의 주문이 나오지 않으면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적당한 가격에 구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결국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샐러드 전문점은 확장하지 못한 채 문을 닫고, 또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가 새로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프코스팟은 장소 제공자와 새로운 협업모델 및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아직까지 프레시코드는 프코스팟을 선정함에 있어 장소 제공자와 금전적 계약을 맺지 않는다. 회사 측에서 ‘샐러드 픽업’을 영업행위가 아닌 자사 직원에 대한 복지로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정 대표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프코스팟은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 근처의 사람까지도 끌어 모은다. 가령 프코스팟 중 하나인 ‘랩짐데이’는 오프라인 헬스장으로서 외부인에게도 프코스팟을 개방해 샐러드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샐러드를 수령하기 위해 헬스장에 찾은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랩짐데이는 외부인을 상대로 바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랩짐데이, 프코스팟▲ 정 대표는 프코스팟이 될 수 있는 장소로 헬스장 이외에도 미용실, 키즈카페, 외국인 밀집 지역의 상점 등을 거론했다. 그는 “확보한 프코스팟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코스팟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비례해 샐러드 주문량도 늘고 있다. 현재(2017년 7월 기준) 프레시코드의 시그니처 샐러드인 ‘닭가슴살 아몬드 샐러드’는 출시 6개월 만에 주문 6,000건을 돌파했다. 프레시코드에 따르면, 올해 5월 주문량은 작년 10월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프레시코드는 자사 제품의 재구매율 역시 50~60% 정도로 샐러드 시장에서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신속정확한 배송이 샐러드의 생명

 

이륜차를 이용하든 사륜차를 이용하든, 배송업체와 외주계약을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물량’이다. 고정물량에 따라 단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창 성장 중인 프레시코드는 물량이 늘 고정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정 대표는 “현재 프코스팟 배송은 프레시코드가 나름대로 짠 최적의 동선에 따라 이뤄진다”며 “물류비는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의 1/3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재(2017년 7월 기준) 프레시코드는 사륜차를 활용해 샐러드를 배송한다. 정 대표는 “올해 1~2월에는 이륜차 배송업체와 계약을 맺어 여러 물량을 온타임(On-time)으로 배송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업체가 더 이상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이륜차 배송은 현재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륜차 배송에 따른 물류비 증가를 걱정하면서도 “이륜차 업체와 협업할 계획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품 특성상 샐러드는 빨리 도착하는 것만큼이나 제시간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 프레시코드는 이를 위해 자사에 맞는 TMS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이사는 “고객이 프코스팟을 지정하고 상품 도착시간이 안내되도록 웹/모바일 사이트를 개발한 것이 버전1이었다면, 버전2에는 프코스팟이 입주민 전용 여부인지에 대한 자동 안내, 구역별 프코스팟 안내, 실시간 주문정보 전송 등의 고객 편의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현재 개발 중인 TMS에는 실시간 배송정보 파악 및 최적 배송경로 설정 등의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송확장, 새벽배송과 실시간배송까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프코스팟 가운데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있는 반면 해당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만 출입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결국 자신이 일하는 건물이 프코스팟이 아니라면, 고객은 주문을 할 때 번거롭게도 자신이 일하는 곳 근처에 어떤 프코스팟이 있는지 일일이 찾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프코스팟, 위워크▲ CLO가 입주한 건물은 프코스팟이 아니다. 때문에 기자는 프코스팟으로 모 한의원을 선정해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런데 다음날 이른 아침 프레시코드에서 해당 장소가 휴무일이라 샐러드 수령이 어렵다는 연락을 취해왔다. 기자는 프레시코드와 조율을 거쳐 강남 위워크에서 샐러드를 수령할 수 있었다.

 

고객의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프레시코드는 지난 6월 16일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날 오후 5시까지 받은 주문건을 다음날 오전 12시~7시 사이에 서울/경기/인천 지역으로 배송한다. 프레시코드의 새벽배송은 마켓컬리가 담당하고 있다. 프레시코드는 새벽배송을 시작한 이후 주 단위 주문건수가 20~30%정도 늘었다고 설명한다. 정 대표는 “점심시간에만 배송을 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마켓컬리의 물류시스템을 활용하면 고정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새벽배송▲ 오후 5시까지 들어온 주문건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한다.

 

프레시코드는 새벽배송뿐 아니라 우버이츠와 함께 실시간 배송서비스 역시 준비하고 있다. 이 역시 ‘고정비용을 늘리지 않으면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정 대표는 해당 서비스를 준비하게 된 배경이 “짧은 시간 안에 프코스팟 몇 개를 더 유치하는 것보다 더 큰 채널을 통해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향후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에도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면, 오전배송은 프레시코드가 처리하고, 실시간 주문은 우버이츠 등의 배달플랫폼을 통해, 새벽배송은 마켓컬리와의 협업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로써 저녁타임 샐러드 배송서비스가 가능해지면, 현재(2017년 7월 기준) 오후 5시인 주문마감 시간 역시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현재 프레시코드는 모든 샐러드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판매채널이 늘어나 수요가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한 번에 모든 물량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산 타이밍만 잘 조절하면 같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의 요구는 나날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는 샐러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프레시코드에게만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다. 콘텐츠와 물류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물류 최적화를 이루지 못하면 스케일업은커녕 마진도 못 남기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코드는 고객의 머릿속에 믿고 먹을 수 있는 샐러드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각인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프레시코드는 프코스팟을 통해 확보한 물류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향후 유통채널로서의 프코스팟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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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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