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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섭의 데이터바로보기] 에너지의 운송수단, 파이프라인의 빅데이터

INNOVATION

by 김편 2017. 11. 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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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운송수단, 파이프라인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만든 빅데이터 

파이프라인

글. 신광섭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운송수단(Mode)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트럭을 비롯해 선박, 항공기, 철도 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운송수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파이프라인입니다. 파이프라인도 엄연히 화물을 운송하는 수단입니다. 물, 원유, 가스, 전기 등의 화물은 운송하지요. 이번 호에서는 이처럼 낯설지만 중요한 파이프라인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물류(Energy Logistics)’ 네트워크에 대해 알아보고 거기에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너지 물류의 정의와 특징

 

에너지 물류는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는 단어는 아닙니다. 대신 스마트에너지그리드(Smart Energy Grid)나 에너지인터넷(Internet of Energy)이란 말이 자주 쓰입니다. 그렇다면 에너지 물류, 혹은 스마트에너지그리드나 에너지인터넷으로 불리는 이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다음은 에너지인터넷을 설명하는 기사 중 일부 텔레그래프(http://www.telegraph.co.uk/property/smart-living/what-is-smart-energy-grid)를 발췌한 것입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원문과 함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인터넷’은 발전소부터 주택 및 사업장까지 에너지를 공급하는 보다 신뢰성 있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수요와 공급을 더 잘 조화시키고, 에너지 사용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장점을 갖는다."
"'internet of energy' that can monitor and respond to power demand in real time. This provides a more reliable and cost-effective way to get energy from the power stations to the homes and businesses that need it. Supply and demand is better matched, consumption becomes more efficient, and energy use is greener."


여기서 포인트는 ‘에너지의 수요를 모니터링하고 거기에 대응한다’는 것과 ‘생산에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급사슬관리’ 혹은 ‘물류관리’의 정의와 유사합니다. 

 

지금부터는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전력과 물을 중심으로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의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후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를 보다 스마트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림[1]은 전력의 생산과 운송 및 소비 과정을 보여줍니다. 발전, 송전, 변전, 배전의 과정을 거쳐 최종 수용가로 전력이 전달됩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러한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서 전력 수요를 모니터링하고 거기에 대응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력을 생산·운송하기 위한 기술을 뜻합니다. 

 


 ▲ 그림[1]전기가 우리집으로 오기까지

 

 그 다음 그림[2]는 국내 상수도 서비스의 운영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기서도 전력과 유사하게 취수장에 모인 물이 정수 과정을 거쳐 송·배수되고 개별 수용가로 공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2 ▲ 그림[2]국내 상수도 서비스 운영 과정

 

이처럼 전력과 물을 공급하는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를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의 그림과 같습니다. 여기서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나 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에 해당합니다. 그 이전 단계에서는 다양한 자원으로부터 에너지원(Source)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원은 만들어지고 난 뒤에는 운송과 일시 저장의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됩니다. 

 

에너지물류네트워크▲ 그림[3]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

 

이러한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는 다른 일반 화물운송 네트워크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생산된 이후에는 하나의 상품만 움직입니다. 즉 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이든 생산 과정을 거친 뒤에는 모두 똑같은 전력 혹은 물이 이동해야 합니다.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는 에너지에는 다른 형태의 상품들이 섞일 수 없습니다. 

 

둘째,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는 나무(Tree)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물류 네트워크는 서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네트워크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분리만 일어나고 결합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수학적으로 나무라고 합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해 수많은 잎(Leaf)으로 뻗어나가지만 거꾸로 합쳐질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에너지는 항상 이용 가능해야 합니다. 물론 일반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되는 재화 역시 소비자가 항상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SCM과 물류관리에서는 재고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도 이와 마찬가지로, 파이프에 재화(에너지)가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정전이 되거나 단수가 되는 것이지요. 

 

에너지 수요를 조정할 수 있다면

 

여기서는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의 이런 세 가지 특징 중 세 번째에 좀 더 집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너지 물류의 재고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를 스마트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한다는 것은 물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모든 설비와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미터(Smart Meter)입니다.

 

아래 그림은 전력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AMI 장비입니다. 이를 통해 수용가 내 개별 기기의 전력 소비량부터 수용가 전체의 전력 소비량, 송배전망의 상황과 현재 전력망의 주파수(Frequency)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물의 경우에도 스마트미터를 활용해 배관망과 펌프, 밸브 시설의 수압과 유량, 유속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를 스마트하게 운영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시설에 스마트미터를 설치하고 24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AMI

 ▲ AMI를 통해 전략 소비량과 송배전망의 상황 등을 측정할 수 있다.

 

가성비가 좋은 방법은 에너지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공급자가 조정하는 것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그것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하고 그 예측에 맞춰 생산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그러나 에너지 물류에서는,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수요 조정이 가능합니다.

 

아래 그림은 일상적인 에너지 소비량(전력 사용량)을 보여줍니다. 그림을 보면 출근시간대와 오후 2~4시 사이에 전력 사용량이 가장 높습니다. 국내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원자재로는 원자력, 유연탄, 무연탄, LNG 등이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도 있습니다만,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발전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만약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단위 전력 생산 원가가 가장 높은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같은 전력이라도 생산원가가 달라지는 구간이 발생하지요.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림에서 올록볼록한 파란색 곡선을 빨간색 곡선처럼 완만하게 만드는 게 필요한 것이지요. 

 

전력사용량

▲ [그림4] 전력사용량


 

그런데 어떻게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까요. 특정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타 시간대로 이동시키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시간대별로 단위 전력 사용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면, 요금이 가장 비싼 시간대의 수요를 그렇지 않은 시간대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물론 요금제 외에도 전력망 내에서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새는 에너지를 잡아라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공급되는 에너지가 중간에서 새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이나 가스, 원유나 전력이 새는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수용가에서 수도요금 폭탄을 맞고 신고해서 알아봤더니 낙후된 파이프로 물이 계속 새고 있었다는 식의 뉴스를 가끔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에너지가 새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 의심되는 상황을 신고할 때까지는 사실상 알기 어렵습니다.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수용가 모두를 누수로 의심해서 땅을 파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파이프로 연결된 에너지 네트워크에서 특정 구역을 정비하려면 연결 부분을 차단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는 일정 시간 동안 단수나 단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요.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때문에 누수나 누전을 쉽게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상치(Outlier) 탐색과 예방정비(Predictive Maintenance)입니다. 앞서 스마트미터를 통한 모니터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스마트미터로 측정되는 데이터는 대개 정상적인 형태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구간, 특정 시점에서 평소와 다른 형태가 감지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데이터를 ‘이상치’라고 부릅니다.(이상치를 찾아내는 방법은 본지 2017년 3월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이상치로 판단되는 구간을 대상으로 예방정비를 시행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예방정비란 더 큰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미리 조취를 취하는 것입니다.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차량의 엔진오일이나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처럼,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이나 수명이 다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때 교체 주기는 과거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짜이거나,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계획된 것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치를 판단하고 그 구간을 예방정비함으로써 더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에너지 물류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필자는 학교에서 물류에 대해 가르칠 때 화물을 운송하는 수단에 트럭과 배, 항공기, 철도와 함께 파이프라인을 꼭 포함시킵니다. 에너지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에너지가 효율적인 방법으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많은 기관이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에 빅데이터가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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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섭

현 동북아물류대학원 부원장으로 재임 중으로 물류 및 SCM 분야에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다. ksshin@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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