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물류기업, 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판토스
인력난-구익난 공존의 아이러니, 사실 취준생에겐 ‘정보’가 없다
본지는 지난 9월 물류업체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청년물류캠프> 행사를 개최했다.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취업을 희망하는 물류기업 세 군데를 적어달라’는 문항도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물류기업 Top3가 추려졌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판토스였다. 심지어 이 세 회사의 이름을 나란히 적은 응답자도 많았다. 왜일까.
본 기자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방송사 취업을 준비했었다. 취업 희망 기업 목록 상단에는 KBS와 SBS 같은 지상파 방송사가 있었고, 이따금 JTBC와 tvN이 그 자리를 위협했다. 그러나 방송사 취업과 물류업체 취업은 어딘지 다르다. 대개 방송사는 자신들이 내보내는 방송(상품 혹은 서비스)의 수준이 곧 그 방송사의 브랜드파워가 된다. 태블릿 보도 이후 취준생 사이에서 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JTBC를 보라.
그런데 물류업체는 어떤가. 본 기자는 한 번도 현대글로비스나 판토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적이 없다.(물론 CJ대한통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이들 업체가 홍보나 광고에 열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즉, 물류업체의 브랜드나 이미지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잘 노출되지 않는다. 갤럭시S를 써보니 좋아서, 혹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서비스가 좋아서 삼성전자에 취업하고 싶다는 말이 물류업계에서는 잘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준생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취업 희망 기업을 선정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답이 뻔한 질문이다. 하지만 거기에 뻔하지 않은 무언가가 숨어있지는 아닐까, 의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흥미롭게도 응답자의 답변은 몇 가지 갈래로 묶였다.
대기업이라는 황금 간판
“현대글로비스와 판토스. 대기업이다 보니 복지가 괜찮을 것 같다”
“현대글로비스. 연봉이나 복지 때문”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 물류 관련해서 인프라가 잘 돼 있는 회사”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 입사 후에 퇴직할 때도 어떻게 보면 회사 간판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현대글로비스. 물류에서 가장 큰 기업이라서”
“판토스. 대기업 계열사라서”
”판토스. LG라는 대기업이 인수한 데는 아마 이유가 있을 것. 대기업의 눈을 믿는 거다”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판토스의 공통점. 대기업 계열사라는 것이다. 규모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물류기업으로서는 모두 손가락에 꼽힌다. 예전보다 취준생의 대기업 선호 현상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기업은 그 자체로 명백한 브랜드파워를 갖는다. 실제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 409명의 응답자 가운데 238명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CLO 자체 설문조사 결과)
대기업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높은 연봉과 사회적인 인지도 등. 다음과 같은 응답은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의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글로비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에”
“글로비스. 돈도 많이 주고…”
“글로비스. 연봉 탑”
이러한 답은 유독 현대글로비스 쪽으로 쏠렸다. 꼭 물류산업이 아니더라도 연봉은 구직자들이 기업을 고르는 주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업계에서 소문난 현대글로비스의 연봉은 분명히 구직자들의 구미를 충분히 당길 만하다,
▲ 업계에서도 소문난 현대글로비스의 높은 연봉(사진 출처: 잡플래닛)
하지만 물류산업이라는 맥락 속에서 본다면, 유독 많이 나온 현대글로비스와 고연봉 관련 응답에서 찜찜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서 본지에 실린 기사 하나를 인용하겠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좋은 일자리 판단 기준에서 ‘수직적 조직문화(24%)’와 ‘사회적 인식(15%)’ 등은 상대적으로 그리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아니었음을 고려했을 때,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물류업계의 당면과제는 ‘낮은 연봉’과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실제 물류업계 일자리는 타산업군의 일자리와 비교해 연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잡플래닛의 DB에 따르면 ‘운송/운수/물류’ 업계의 평균연봉은 5,106만 원 수준으로 전체 산업군의 평균연봉 6,228만 원에 비해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상위 몇몇 물류대기업에 고액연봉자가 집중되고, 그 아래 수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하는 물류업계의 특성상 실제 업계가 느끼는 체감연봉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잡플래닛의 DB에 따르면 ‘운송/운수/물류’ 업계 하위 10개 업체의 평균연봉은 2,157만 원으로 상위 10개 업체 평균연봉인 7,910만 원과 비교해봤을 때 5,800만 원 가까운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말할까. 다시 <청년물류캠프> 행사를 앞두고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로 돌아와 보자. 409명의 응답자 가운데 135명이 유통물류 전공생이었다. 여기에 무역, 국제통상, 해양, 철도경영물류, 교통물류 등을 포함하면 물류 관련 전공생은 더욱 늘어난다. 유통물류를 복수전공하고 있다는 학생도 27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350명 가량이 물류업계 취업을 희망했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연봉이 낮고’,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 ‘전체 산업군의 평균 연봉에 비해 연봉이 천만 원가량 낮은’ 곳에서 일하게 될 확률이 높다. 즉 녹록치 않은, 그래서 자주 3D 업종으로 여겨지는 물류 노동현장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가 내건 높은 연봉은 우뚝 솟은 산처럼 보인다. 광고나 홍보에 열 올릴 필요 없이 잡코리아에 등록된 연봉 정보가 그 자체로 환하게 빛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기울어진 물류판
앞서 대기업이라는 단어에는 높은 연봉과 사회적 인지도 등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기업 물류 계열사’라는 단어에는 특수한 한 가지가 더 내포돼 있다. 다음의 답변을 보자.
“범한판토스. LG 계열사다 보니 물량이 안정적일 것이고 이에 따라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 같아서”
“현대글로비스. 3PL가서 일하느니 2PL가서 돈 많이 받고 일하면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
씁쓸하지만, 곱씹어보면 지독히 현실적인 답변이다. 국내 물류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다시 한 번 본지의 기사를 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 <물류자회사 ‘갑질’에 휘청이는 3PL과 선사, 임예리> 중
상황이 이렇다면, 누가 이미 기울어진 쪽으로 가려 하겠는가. 떨어지면 절벽인데.
물류에도 마케팅이 필요할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쪽은 CJ대한통운이었다. 나머지 두 곳에 비해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가 다채로웠기 때문이었다.
“CJ대한통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아서”
“CJ대한통운. 국내 물류기업 가운데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어서”
“CJ대한통운. 글로벌 이미지가 있어서”
“CJ대한통운. 대한통운은 흔히 물류사관학교로 불리는데, 사회 초년생으로서 다양한 일을 배우기에 좋을 것 같다”
마침 CJ대한통운은 현대글로비스, 판토스와 달리 마케팅 부서를 따로 두고 있었다. 찾아가서 물었다. 취준생이 CJ대한통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들의 마케팅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CJ 대한통운 마케팅 부서의 김민경 부장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기본적으로 ‘글로벌’을 지향한다. 마케팅 부서도 CJ대한통운을 글로벌 물류종합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을 쏟고 있다. 또한 김민경 부장은 “글로벌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의 지원자가 알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커가는 모습, 나아가는 방향 등이 외부에 노출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쌓여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의 마케팅 부서는 어디까지나 B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지만, 그 효과가 개인(C) 고객에게 어떻게든 전해지고 있다는 거다. 좋다. 취준생이 CJ대한통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들의 마케팅이 정확히 어떻게 대응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희미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CJ대한통운과 관련해 흥미로운 응답은 더 있었다.
“CJ대한통운. 1학년이라 취업에 관해 잘 모르지만 그냥 왠지 친숙해서 가고 싶다”
“CJ대한통운. 사회적인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CJ대한통운이 (물류업체 중) 가장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응답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김민경 부장은 “CJ대한통운에서 일하며 가장 놀란 것은 광고비용을 많이 쓰지 않고 대신 도색하는 데 돈을 많이 들인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도색된 차량과 건물, 통일된 유니폼 등은 고객 접점에서 CJ대한통운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 CJ대한통운의 택배차.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택배차량을 기존 블랙톤에서 ‘파랑’ 중심의 색으로 변경했다. (사진= CJ대한통운)
인력난과 취업난 사이에서
본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현대글로비스가 돈을 많이 주고 CJ대한통운이 글로벌 지향적이라 취준생들이 취업을 희망한다는 게 아니다. 현대글로비스나 판토스라고 글로벌 지향을 안 하겠는가. 문제는 그러한 정보가 취준생에게까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에 대한 응답이 다른 두 곳에 비해 다양한 것은 취준생들이 CJ대한통운에 대해 보다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현대글로비스나 판토스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연봉정보 정도밖에는 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 CJ대한통운의 마케팅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본 기자는 그 둘 사이에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글을 시작하며 ‘취준생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취업 희망 기업을 고르는 걸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고 보면 본지가 <청년물류캠프>를 기획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물류업체는 인력난에, 학생들은 취업난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기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앞선 언급한 질문을 취준생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취준생이 무엇이라도 볼 만한 게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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