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부장 미국에 가다⑥
예상치 못한 항만하역 지체, 오 부장의 선택은?
글. 천동암 교수
“오 부장님, 40일 전에 부산항에서 출발한 100개(40F) 컨테이너가 롱비치 항구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20일 전에 도착했는데 아직 항구에서 하역을 못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납기지연으로 인한 계약불이행으로 클레임을 하겠다고 야단입니다. 미국 서부 항만 컨제션(Congestion)*이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 항만하역 지연으로 화물선박이 적기에 하역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지체현상. 화물선박이 해당 목적지의 외항 항구에 도착하였으나 내항으로 접안하지 못해 적기에 내륙목적지까지 운송을 하지 못해서 고객 적기 배송이 어려워 지는 현상.
미국 판매 법인에서 통관과 배송일정을 담당하고 있는 안나 킴이 격앙된 어조로 오 부장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의 약간 거무칙칙한 얼굴, 빨간 립스틱의 입술이 소리를 높일 때마다 뜨거운 숯불이 날름거리듯이 오 부장의 귓전을 뜨겁게 달궜다. 그녀가 큰 소리로 얘기할 때마다 작은 얼굴에 유난히 큰 쟁반 모양의 귀고리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안나씨, 미국 서부 컨제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죠? 그리고 대처 방안은 있나요?”
오 부장은 안나의 고성에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질문했다.
“저는 그런 것 잘 모르구요. 주문 받은 것을 제시간에 고객(Customer)에게 배달해주는 것이 제 업무라, 자세한 원인은 잘 모릅니다. 초이(Choi) 팀장에게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 부장은 안나의 대답을 듣고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녀는 얼굴만 한국 사람이지 미국식 사고방식,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는 전형적인 미국인이라는 것. 즉, ‘None of your business(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사고가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망각했던 것이었다.
“오 부장님, 안나씨는 통관과 고객주문 담당이라 미국서부의 컨제션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습니다. 매일 고객들과 주문 진행 사항에 대해서 확인하고 배송이 늦어지면 고객 클레임이 들어오는데, 주문처리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매일 야근을 하고 있습니다.
안나씨가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이라 한국식 회사 문화에 그나마 적응을 잘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미국인이면 한국계 회사에서는 아마도 적응하기 힘들어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지금 미국 서부의 컨제션은 각각 배경과 원인이 있습니다. 먼저 배경을 얘기하자면 첫째는 항만 노조와 선주 협회의 고용 재계약 실패에 따른 태업(Stoppage) 때문입니다. 둘째는 물동량 증가 및 항만 물류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컨제션 배경은 잘 이해했고 그렇다면 근본적인 원인들은 무엇이죠.”
오 부장은 눈을 크게 떠서 최 팀장을 바라보았다.
▲ 컨제션이 발생한 배경과 주요 원인
“앞서 얘기한 컨제션의 배경 때문에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컨제션의 원인으로는 화물 운송차량의 컨테이너 샤시* 부족을 꼽습니다. 그리고 터미널 혼잡에 따른 작업율 저하로 인한 부두 노동자 인력 부족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로 인하여 수주잔량(Back Log) 처리를 위한 추가 노동력 투입과 야드(Yard) 부족에 따른 하역 작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한 운송사 회전율 저하로 인해 시장내 운송사의 차량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운송력 부족이 터미널 반출 지연 및 철도운송 연결 지연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 팀장은 미국판매 법인에 입사한지가 1개월이 채 안되었지만 15년 정도 북미물류업무를 해서인지 미국물류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오 부장은 미국 서부지역 컨제션의 구조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가 동시에 결부되어 있어서 쉽사리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해상루트에서 발생한 문제를 감안하여 대체 해상루트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 부장은 김필립 차장을 통해서 한국계 미국회사 DKS의 하진아 상무를 소개 받았다. 그는 DKS 미국법인장으로 대체 항만루트를 개발하여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을 실천하고 있었다. 주요 항구인 롱비치 항구에서 컨제션이 심한 경우 우회 해상통로를 통해 화물을 적기에 하역하여 적시에 고객배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오 부장님, 미국 서부 롱비치항은 서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항구입니다. 최근 컨제션 때문에 고객납기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자사는 고객 배송일자를 감안하여 대체루트 항만을 발굴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대체 해상루트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하진아 상무의 대체루트 활용계획
첫 번째 대체 해상루트는 LA/롱비치 항구 대신에 오클랜드(Oakland), 혹은 엔세나다(Ensenada) 항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혼잡이 심한 LA의 인근 항구를 활용하여 LA 창고(Warehouse)를 거치지 않고 최종 목적지까지 직배송하는 루트입니다. 그리고 이 루트는 다시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정상화 속도가 1개월 이내로 예상될 때 활용할 수 있는 오클랜드 항구를 경유한 직배송입니다. 둘째는 샌프란시스코 항구 정체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긴급 화물의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멕시코를 경유한 육상 운송이고, 마지막은 최종 운송지역에 임시 크로스 도킹(Cross-Docking)* 창고를 활용, LA에서 환적(Trans-loading)하여 배송하는 루트입니다.
앞서 말한 첫 번째 대체루트(1-1) 활용이 어려운 경우, 벤쿠버(Vancouver), 휴스턴(Houston) 항구를 활용하여 LA창고로 운송하는 루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타 캐나다이스트포트(Canada East Port, 벤쿠버), 미국남부(Houston) 루트 활용을 극대화하여 물량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이 대체 루트는 비용이 많이 추가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 부장은 DKS 미국법인장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고객납기 약속을 할 수 있도록 수없이 고뇌한 흔적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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