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함에도 사라지지 않는 가치
기술과 일자리의 격변, 그 와중 '사람'을 생각해야
글. 김철민 편집장
1980년대를 거닌 분이라면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죽였어(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곡을 기억할 겁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미국의 음악전문채널 MTV가 1981년 개국방송으로 내보내 더 유명해졌는데요. 이후 음악이 ‘귀로 듣는 것’에서 ‘눈으로 즐기는 것’으로 바뀌는 시대를 고하게 됩니다.
물론 MTV의 등장은 현대음악사에 있어 지나친 상업화를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MTV와 뮤직비디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를 무시하고는 시장에서 버틸 수가 없었던 문화적 변화요, 흐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MTV의 소유주 바이아컴(Viacom)은 분기마다 떨어지는 주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모바일 스트리밍의 등장과 그에 흡수되는 트래픽으로 인해 연일 떨어지는 광고 매출이 그 원인입니다. 그러고 보니 바이아컴은 영화스튜디오 ‘파라마운트(Paramount)’의 소유주이기도 합니다. 파라마운트 또한 같은 이유로 고전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과거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죽였던 것처럼, MCN(Multi-Channel Network)은 비디오스타를 죽이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과거 사라진 라디오스타들 이상의 거대한 변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보급 속도가 빨라지는 로봇으로 인해 물류센터를 가득 채웠던 작업자가 사라집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배송현장에선 운전기사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동화로 인해 세계 근로자의 30%인 약 8억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합니다. 특히 단순반복 노동을 하는 직업의 경우 전체의 80%가 자동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라질 직업군에는 운전기사, 장비 운전자와 같은 물류현장 일자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한국 정부에게 있어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동화, 무인화는 그야말로 필연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사람 중심’을 외치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책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독일은 강력한 ‘기업 규제’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한 예로 독일기업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한 달에 450유로(약 59만 5,000원)를 넘길 수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복안입니다.
독일기업들은 노동환경에 대한 규제로 인해 인프라 투자와 R&D를 강제 받았고, 이 결과 기업들은 정부에 세금을 낼 바에 차라리 ‘시스템’에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됩니다. 사람을 갈아 넣어 물류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저임금 구조의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영국 2인조 밴드 버글스(Buggles)는 79년 ‘비디오킬더라디오스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히트곡을 내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언제고 스타일 수는 없습니다. 수두룩하게 많은 스타가 바뀌는 와중, 자리를 지키는 것은 사람입니다. 기술의 격변, 일자리의 변화가 다가올수록, 누군가는 ‘사람’을 이야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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