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한중 뱃길 20년…도전과 과제
(중) 새로운 시장 눈 돌리는 카페리
컨테이너 실은 화물차 중국 직행
양국 간 내륙운행 허가…최대 12시간 줄어
신속성 생명 벌크 등 중량화물 신시장 개척
[로컬경제] 한ㆍ중 뱃길 20년을 이어오며 승승장구하던 카페리업계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 13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해온 한ㆍ중 카페리의 성공은 그 동안 양국정부가 항로개설 및 선복 투입량을 철저하게 제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카페리업계는 항로 전면개방과 저가항공사의 출현, 크루즈 본격화 등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힐 전망이다. 이르면 항로개방은 다음달 개최되는 한ㆍ중 해운회담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위기 속에서 카페리업계는 지난달 6일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열린 ‘한중 물류협력회의’에서 체결된 ‘한중 해상육상 화물자동차 복합운송 협정’을 반기고 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컨테이너 등 화물을 실은 우리나라 트레일러가 중국 내륙까지 들어갈 수 있게 돼 화물운송 시간이 지금보다 최대 12시간 단축된다. 카페리에 양국 화물차가 수출입 화물을 실은 채로 최종 목적지까지 곧장 운송하는 ‘도어 투 도어(door-to-door)’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화물을 운반할 때 트레일러에서 컨테이너를 분리하지 않기 때문에 항만에서 환적 작업이 사라지게 돼 비용과 시간 면에서 경쟁력을 얻게 된다. 특히, 무진동차량을 이용해 반도체, LCD 등 첨단제품을 수송할 경우 환적작업 생략에 따른 화물의 손상률이 크게 낮아져 전자, 정밀기계 등 화주업체의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와 업계는 빠르면 이달부터 협정이 발효돼 인천항과 평택항, 중국 산둥(山東)성의 웨이하이, 칭다오(靑島) 등 6개 항을 중심으로 관련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페리업계 한 관계자는 “양국 간 화물차가 내륙 상호주행이 가능하게 되면 카페리가 컨테이너선에 비해 신속, 정시성이라는 무기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간 물류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화물차 상호주행은 카페리업계에 벌크 등 중량화물 시장 등 신시장 개척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로로선(Roll-on roll-off vessel) 타입의 카페리는 차량을 직접 싣고 내릴 수 있어 컨테이너보다는 벌크나 중량화물에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ㆍ일 항로에는 이미 벌크, 중량화물뿐만 아니라 무진동 차량을 이용한 고가화물 운송이 확산되고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카페리업계는 양국 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후화된 선박 교체와 더불어 서비스의 다양화와 고급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ㆍ중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현재 카페리 주이용객인 보따리상의 역할이 줄게 돼 이용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ㆍ일 항로처럼 선박의 고급화와 불꽃놀이, 마술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이를 통한 관광 상품 판매 활성화로 저가항공사, 크루즈 등 한ㆍ중 카페리 항로에 처한 위기로부터 돌파구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로선 [Roll-on roll-off vessel, Ro-ro ship]
화물을 적재한 트럭이나 트레일러를 수송하는 화물선을 뜻하며 크레인을 사용해 컨테이너를 싣는 방식과 구별하기 위해 ‘로로선’이라고 부른다.
한ㆍ중 카페리 신규개설 ‘미지수’
업체 4~5곳, 평택?목포 등 4개 항로 타진 중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한ㆍ중 카페리항로에 새롭게 도전장을 낸 업체들도 있다. 국토해양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4~5개 신규항로가 개설준비 중으로 평택과 중국 산둥성 르자오(日照)간 항로가 확정됐고, 나머지는 신청서를 제출했거나 취항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했다.
우선 평택~르자오 노선은 ‘일조해통반윤유유한공사(이하 일조해통)’가 맡는다. 일조해통은 (주)동방(110만달러)과 보이스코리아(40만달러), 중 르자오항무국(150만달러)이 총 300만 달러를 들여 설립한 회사다. 평택~르자오 항로는 2003년 C&훼리가 운영했던 노선으로 이 회사가 2008년 모그룹의 경영악화로 사업을 중단한지 2년 만에 재개설되는 것. 업계에 따르면 이 노선에는 약 2만3000톤급 선박이 투입될 예정으로 이달 말께부터 주 3항차 서비스가 운항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과 옌타이(煙臺)를 잇는 항로도 준비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J해운과 중국 S선사가 사업 참여를 검토중으로 내년 상반기쯤 운항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목포와 타이창항(장쑤성ㆍ江蘇省) 간 항로 재개도 꿈틀대고 있다. 이 항로는 목포~제주 간 카페리업체인 S사가 추진 중으로 내년 하반기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충청남도 대산과 중국 산둥성 시다오(石島), 인천과 장허(庄河)를 잇는 항로도 신청서 제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한ㆍ중 해운회담이 개최되는 시점에 신규항로 개설에 대한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한ㆍ중 FTA 등 교역 증가에 대한 기대로 대기업 물류회사들도 카페리 항로개설을 타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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