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은 철저히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하되, 표현적 연출(?)이 가미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춘추전국이다. 쏟아져 나오는 '푸드테크(food-tech)' 기업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이들은 식품산업에 IT를 적용해 그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전자상거래를 시작으로 모든 음식의 배달 및 주문대행을 가능케 하더니, 최근에는 식재료, 가정간편식, 밀키트에 이어 반찬까지 뻗어나간 푸드테크 시장. 허나 그 가운데 꾸준히 자신만의 철학으로 내공을 쌓아가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말한다. “테크푸드(tech-food)를 푸드테크(food-tech)라 말하지 말라.”
비기를 찾아 무림을 헤매는 마음으로 찾은 곳은 인천. 수염으로 덮인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고수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 찾아 오셨소?”
그의 질문에 답했다.
“귀하께 여쭐 것이 있어 왔소. ‘푸드’가 먼저요, ‘테크’가 먼저요?”
순간 그의 눈이 빛났다.
“잘 찾아 오셨소. 그대라면 푸드테크가 무엇인지 함께 논해볼만 하오.”
이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제 1 장 <가족의 음식, ‘반찬’을 택하다>
성은 박, 이름은 종철. 이것이 그의 이름. 식당을 운영하시던 부모님 밑에서 자연스레 각종 기술을 터득한 그는 성인이 된 후 음식점을 차려 이미 위세를 떨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쌓아온 명성을 제쳐놓고, 그 많은 음식 중에서도 ‘반찬’을 택한 것은 가족 때문이었다.
“정성 다한 음식을 손님들께 대접한 뒤, 집에 돌아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소. 나의 사랑하는 아내, 자녀들은 오늘 무엇을 먹었는가? 숨 쉴 틈 없는 육아와 가사에 치여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무엇이 들어간지 모를 음식만 매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작 내 가족 식사는 챙기지 못하니 가게 번창이 무슨 소용인가.”
눈물을 훔친 그는 결국 자신만의 도(道)를 찾아 떠났다. 가족 모두를 위한 음식을 만들리라. 장을 보고, 원산지를 따지며, 그 가운데 맛을 내기까지 걸리는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는 음식. 그 절약한 시간으로 서로 대화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음식. 나아가 가족들이 밥상에 둘러앉으면 먹는 행복까지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음식!
“답은 반찬이었소.”
제 2 장 <테크는 푸드를 이기지 못할지니>
본인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반찬 연구에 매진함과 동시에,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은 박종철 대표. 그리하여 ‘집반찬연구소’가 세워졌다. 허나 집반찬연구소는 IT를 적극 활용한 푸드테크 유파임에도 불구하고, 춘추전국 속 타 업체들과 지향점이 다르다. 그가 보기에 경쟁자들은 푸드에 테크를 접목시킨 ‘푸드테크’가 아닌, 테크로 푸드를 이용할 뿐인 ‘테크푸드’ 였다.
“푸드테크란 이름의 유수한 업체들을 보며 아이러니를 느꼈소. 음식과 관련 없는 IT 전문가들이 빼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음식시장을 재구성했지.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기존 음식들을 그저 콘텐츠로 이용했지만 말이오. 본인은 이들의 방식을 ‘테크푸드’라 부르고 싶소. 기술로 기존 음식을 전달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집반찬연구소는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
“외식업계에서 성공한 동료들이 온라인 시장에서는 대부분 힘을 쓰지 못하였소.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니 온라인에서도 잘 팔리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오. 이에 본인은 기술을 단지 온라인 판매에 활용할 뿐 아니라 음식의 제조와 관리, 각종 연구에 적용하고 있소. 궁극적으로 음식 자체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진정한 ‘푸드테크’를 실현하기 위함이오.”
제 3 장 <푸드에 테크를 더한 ‘프리미엄’ 반찬>
하나, 일정한 맛
판매 중인 약 250 종류의 반찬 중 200여 종류를 직접 개발 및 제조하는 집반찬연구소. 20 명가량의 제조팀이 조리, 즉석조리, 내‧외포장 등의 과정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분업은 반찬제조의 특성상 주문량에 따른 대량생산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뛰어난 맛’은 기본, 모든 고객이 매번 같은 맛을 즐기도록 ‘일정한 맛’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집반찬연구소'의 연구전담부서. 200여 종류의 반찬 메뉴를 직접 연구 및 개발했다.
“식자재 조달에 있어 값싼 재료를 추구했었소. 외식업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지. 하지만 싼 제품은 품질 변동이 매우 심했소. 때문에 품질관리를 어느 정도 일정하게 할 수 있는 업체와 구매단위를 넓혀가고 있소. 또한 특정 식자재는 좋은 품질을 찾아 직접 고르는 경우도 있다오. 일례로 건 나물, 삶은 나물의 경우 외식업 시절 거래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소.”
조달을 마친 식자재라고 해서 다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다른 맛을 내는 재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집반찬연구소는 테크를 적용해 모든 재료와 제품의 품질 표준을 만들고 있다. 최상 품질의 반찬을 일정하게 생산하기 위함이다.
“요즘 날씨로 인해 무가 굉장히 쓰다오. 허나 이는 크기, 빛깔 등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지. 하여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당도, 산도 등 맛과 관련된 수치를 측정함으로써 저품질 재료를 걸러내고 있다오. ‘쓴 맛’ 등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 또한 기술 개발로 극복할 수 있소. 이로서 식자재의 원산지, 자라난 환경 등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 대해 제품 표준이 마련될 것이오.”
둘, 정직한 맛
반찬제조는 기계를 활용한 자동화 영역이 한정돼 있다. 식자재를 다듬고 써는 전처리 작업 외 조리과정은 자동화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보통의 제조공장처럼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제조단가가 떨어지지 않는다. 반찬 조리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표는 다른 곳에서 경쟁력을 찾았다. 바로 재료 전면공개다.
▲ 수작업 기반의 '집반찬연구소' 조리실. 반찬 조리에 있어 자동화는 맛과 품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반찬가게에서 구매하는 반찬은 그 핵심 식재료 외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집반찬연구소는 표기사항 이상의 재료를 모두 공개한다. 간장, 된장 등이 어떤 콩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물론 합성보존료의 유무까지 말이다. 박 대표는 반찬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교체하면서 여기에 테크를 접목한다.
“IT 관련 개발능력, 플랫폼을 활용한 물류능력으로 절대 경쟁자들을 이길 수 없다 생각했소. 그리하여 테크를 음식 질의 향상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지. 정직한 음식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라오. 간장 하나를 양조간장에서 국내산으로 바꾸면 100여 종류의 반찬 레시피가 바뀌지. 이를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연구하고, 표준화 하는데 테크를 접목하고 있소.”
나아가 반찬에 보존료 등 화학첨가물이 필연적으로 들어가야 할 경우, 해당 반찬은 메뉴에서 제외하고 있다. 진미채에 반드시 들어가는 소비르산칼륨 등 그 이름조차 생소한 첨가물은 아예 고객의 눈에 띄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셋, 피킹과 패킹
철저한 수작업 기반의 반찬제조 과정에도 자동화 가능성이 남은 영역이 있으니, 바로 피킹과 패킹이다. 온라인 주문만으로 집집마다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정확한 분류 및 안전한 포장이 필수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된 비용 절감을 위해 테크를 접목하려 힘쓰고 있다. 다만 국물이 새거나, 온도차로 인한 변질 등 특히 패킹에 예민한 반찬 특성을 고려하고 있다.
▲ '집반찬연구소'의 피킹실. 포장 분류 된 반찬을 해당 박스에 담는 전담 인력이 존재한다.
“피킹의 영역 또한 향후 자동화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소. 한편 패킹의 경우 비용 절감 및 친환경 측면에서 각종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오. 반찬은 기본적으로 상온식품이 아닌 신선식품이오. 때문에 아이스박스 외 대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소. 아이스팩이나 포장비닐, 완충재도 마찬가지라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소.”
현재 집반찬연구소는 독성이 없는,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들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아이스팩 같은 경우, 겔 소재에 비해 물 100% 제품의 녹는점이 높아 불안정하다는 의견이다. 겨울이나 야간배송에는 가능하나, 요즘 같은 폭염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외 옥수수 전분 용기, 종이 완충제 등 포장비용과 무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 현재 재활용 가능 용기, 공기완충제 등을 사용해 패킹이 진행된다.
넷, 배송
집반찬연구소의 주력 배송 서비스는 ‘하루특송’이다. 오전 9시까지 결제 완료 시, 당일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반찬이 배달된다. 제조마감은 오후 3시로, 이후 3PL 업체에 제품을 맡겨 서울 전체 및 인천 일부지역으로 배달한다. 박 대표는 보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위한 제조시간 단축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주문 관리 프로세스 효율화가 필수다.
▲ 집반찬연구소의 '하루특송' 서비스. 당일 오전 주문한 반찬을 저녁에 받아볼 수 있다.
“빠르게 주문을 처리함은 물론, 특정 기간 또는 제품과 관련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주문량을 예측할 수 있소. 이는 제조시간 단축과 함께 보다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한다오. 때문에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 및 보완에 힘쓰고 있소.”
또한 박 대표는 절대 라스트마일(Last-Mile) 배송 내재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배송관련 설비, 인원에 대한 투자가 매우 부담스러우며, 그렇다고 전문 3PL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스럽기 때문이라 한다.
“푸드테크란 이름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직접 배송까지 시도하고 있소. 하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푸드테크는 철저히 음식 중심이오. 해당 음식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배달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 생각하오. 앞으로도 우린 배달 기술보다 음식 자체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에 매진할 것이오.”
제 4 장 <궁극의 푸드테크를 위해>
그렇다면 귀하가 추구하는 푸드테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오?
“신뢰라고 생각하오. 집반찬연구소의 반찬이라면 그 재료도, 맛도, 배송시간도, 포장재 성격도 전혀 걱정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때. 그 신뢰의 때가 오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소. 이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테크를 접목했을 때 가능할 것이오. 다만 그 우선순위는 항상 푸드가 돼야함이 맞소. 콘텐츠 경쟁력 시대, 푸드테크의 경쟁력은 테크가 아닌 푸드에 있음을 잊지 말기 바라오.”
춘추전국의 난세 가운데 등장한 공자, 맹자 등 여러 학자들과 수많은 학파의 ‘제자백가(諸子百家)’. 푸드테크 춘추전국 속 그 중 누가 영웅이 될 것이며, 패권을 잡을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다만 고품질의 서비스가 나날이 다양해짐은 소비자 입장에서 축복이 아닐까. 인천의 ‘집반찬연구소’ 학파를 뒤로한 채 돌아오는 길, 오늘도 스마트폰 앱으로 저녁메뉴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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