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 편의 위해 간소화된 화물운송실적신고제, 부작용은 없을까
의무신고 면제 대상자 확대로 시장 데이터 활용 의미 퇴색됐다는 우려 제기돼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운송사가 자신의 주선 및 운송 실적을 신고하도록 해 화물운송시장의 동향을 데이터로 명확히 파악하고,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기준제가 원활히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제도 도입 초기 업계에서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신고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항목이 간소화되고, 의무신고 면제 대상이 확대되면서 업계의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지적된다. 의무신고 면제 대상이 확대되면서 ‘시장 데이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화물운송실적신고제,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의무제, 우수화물정보망 인증제 등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들이 본격 시행됐다. 해당 제도들은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하청·재하청을 포함한 다단계 거래 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화물운송사업 선진화제도 주요 내용
이중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화물운송시장의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운수사가 운송 또는 주선실적을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FPIS)에 신고하게 하는 제도로, 운송거래 구조를 투명하게 파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화물운송실적관리 시스템은 2012년 말 구축되어, 현재 교통안전공단과 한국교통연구원이 위탁 운영, 관리하고 있다.
실적신고, 업계 부담 줄이는 방향으로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몇 번의 개정을 통해 의무신고대상과 도입 항목 등이 완화되어 시장에 정착했다. 도입 초기 실적 신고 항목으로는 차량등록번호, 운송개시일과 완료일, 화물 품목과 중량, 개수, 용적 등 44가지에 이르렀다. 운송실적을 건당 신고해야 하는 것도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신고는 실적이 발생한 날(계약일)로부터 40일 이내에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당시 화물운송업계에선 화물운송실적신고제의 도입 효용을 둔 성토의 목소리가 있었다. 신고 항목이 지나치게 많고, 신고기간 또한 짧다는 비판이다. 운송업체 한 관계자는 “처음 (운송실적을) 신고할 때 기입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후 제도 개편이 있어 신고의무대상이나 항목이 바뀌면서 그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전보다 확실히 신고 부담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 전했다.
허진수 국가교통연구원 주임연구원은 “화물운송실적신고제가 정식 도입되고 2년여 간의 행정처분 유예기간 동안 민원이 제기됐고, 제도가 실제 적용되는 것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신고자들의 불편 사항을 확인했던 것이 제도 완화의 배경”이라 전했다.
무엇이 편해졌나
2015년 1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및 지침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이후에는 사용자의 신고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정이 진행됐다. 기존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에 표출되는 44개 신고 항목은 필수 10개, 선택 2개로 대폭 축소됐다. 또한 의뢰자가 누구인지 입력하는 의뢰자 정보는 기존 5개 항목에서 1개(사업자등록번호) 항목으로 축소되어 표출됐다. 아울러 의뢰자와의 계약정보는 12개 항목에서 2개(계약일, 계약금액) 항목은 필수, 2개(이사화물, 동일항만 내 이송, 타 운송수단 이용여부) 항목은 선택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신고 기한 역시 늘어났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 도입 초기 ‘실적이 발생한 날(계약일)로부터 40일 이내’ 신고토록 한 것이 ‘60일 이내’로, 이후 다시 ‘매 분기별 실적을 해당 분기 익월말까지 신고’토록 기한이 확대됐다. 올해 들어선 연 1회 신고로 한 번 더 기준이 완화된 상태다.
이 외에도 이전까지 실적신고 방법은 홈페이지에 입력하는 방식과 연계프로그램(엑셀, 회사 보유 프로그램 연동) 방식으로만 가능했지만, 2014년 말 모바일 및 통합인터페이스 방식으로도 가능토록 구현했다. 신고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과 실적신고 방법 동영상 및 신고양식의 개선을 통해 실적신고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국토교통부 측의 설명이다.
완화의 함정, 데이터에 구멍이?
화물운송실적신고제의 신고 절차 완화 내용 중에는 의무신고대상자의 면제 확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면제 확대로 인해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한 화물운송실적신고제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 도입 초기엔 거의 모든 운송사업자들이 실적신고 의무신고대상에 속했다. 하지만 2015년 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1인 개인운송사업자 겸 화물운전자는 화물운송 실적신고제 신고의무 대상에서 완전 제외됐다. 이 외에 이사화물, 특수자동차 대부분, 국제물류주선업자 등도 신고 제외 대상이 됐다. 이때 국제물류주선사업자가 운송사업 또는 운송주선사업을 겸업하는 경우, 해당 국제물류주선실적만 실적신고에서 제외하고 운송사업자로서 운송한 실적 또는 운송주선사업자로서 주선한 실적은 실적신고 대상이다.
실적신고 의무신고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은 사업 운영상 실적신고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물량의 확보부터 운송까지 스스로 진행하므로 다단계 거래 발생 우려가 낮았다는 것이 한국교통연구원 측이 설명한 제도 개편의 이유다.
화물운송 실적신고 제외 대상(2017년 12월 기준)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17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총 등록대수는 2017년 12월 기준 약 45만 449대(영업용 화물차 39만 1,168대·특수용 화물차 5만 9,281대)다. 업계에서는 이중 1대 운송사업자를 약 2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신고 의무대상의 절반 이상이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김용진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데이터는 일관성 있게 수집돼야 시장의 추이를 분석하기 위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법규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아 처음보다 데이터 활용의 의미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 전했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그 속에 포함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숫자의 표본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하는데, 제도 개편으로 앞단의 수집 과정에서 누락된 데이터로 인해 정확한 시장 동향을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허진수 주임연구원은 “실적신고 참여도 추이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애초에 실적신고제도의 취지는 직접운송 및 최소운송제도가 원활히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이라며 “직접운송 및 최소운송의무제의 주 적용 대상이 화물차 2대 이상을 보유한 사업자이고, 별도로 용달운송 사업자와 주선운송사업자 정보까지 수집하고 있어 (1대 운송사업자를 제외한다고 해서) 제도 운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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