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C애로우(Arrow)]
아마존이 말하는 풀필먼트로 연결되는 ‘규모의 경제’란
배송, 보관, 반품 등 물류는 왜 모두 FBA로 통(通)하는가
첫째, 아마존이 발표한 ‘D2C’ 전략은 무엇인가.
둘째, 아마존 입점 셀러들은 FBA를 무조건 이용해야하는가.
셋째, CBT 시장에서 뜬다는 ‘드랍쉬핑’이 도대체 뭐길래.
넷째, 폐쇄성이 만드는 생태계와 아마존 웨이(amazon way)에 대해.
지난 6일, 한국 아마존 글로벌 셀링(Amazon Global Selling, AGS)이 내년도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사실 필자는 현장에 있지 않았으며, 대신 후배가 취재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임을 먼저 알립니다.)
“후배님, 읊어봐~”
후배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서 AGS가 공개한 내용의 요지는
첫째, 한국 판매상(셀러)들의 아마존 입점과 판매를 더 쉽게 돕겠다.
둘째, 셀러들을 위한 교육을 늘리고, 외국어 번역 등 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
“그리고 또?”
“없는데요~”
“어... 엉?”
(정적)
브리핑을 들어보니 ‘기사화할만한 이슈’가 딱히 없어보이군요. 행사에 참석한 일간·경제지 기자들 뿔났겠다 싶었습니다. 1년에 한번 기자들 초청하는 자리에 쓸만한 내용이 없어서야, 기자들 '답땁했을' 겁니다. 적어도 아마존 국내 진출 이후 ‘매출’, ‘입점사의 증가 추이’ 등 가시적 성과는 공개돼야 이날 참석한 기자들의 면이 좀 설텐데요. 아마존이 어떤 회사입니까. 공개할리 없죠. 아니 머 그렇다면 아마존 이커머스 한국 진출 선언 정도의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었다면 모를까(?). 아마존이 딱히 그럴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던 중 후배의 질문 하나가 재밌게 들렸습니다.
“근데 선배 ‘드랍쉬핑(drop shipping)’이 뭔가요?”
“머 드뢉더~빗(drop the beat)?”
“아뇨, 드.랍.쉬.핑.이요”
“그건 왜?”
“아마존이 ‘D2C(direct to customer)’를 통해서 국내 셀러들이 전세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도록 한다는데,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 배송 등 물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거 아니에요?”
“음~ 역시. (that's a great question!)”
#D2C #드랍쉬핑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고 있는, 특히 크로스보더(cross border) 이커머스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드랍쉬핑’이란 단어를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2019년 CBT(cross border trade) 시장을 관통할 키워드가 될 겁니다. (정말 확실하게 공부가 필요하다면, 오는 12월 11일 본지가 개최하는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9> 행사에 참석 참석과 단행본 구입을 추천합니다. 그거 꼭 참석해야 하냐구요? 네,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
드랍쉬핑이 뭘까요? 기자 또한 어려운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AGS가 발표한 것처럼 한국 셀러들이 아마존에 쉽게 입성(입점=판매)하도록 돕더라도, 셀러들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경우, 그 상품은 누가 배송하고, 출고 등 창고관리는 또 누가할 것이며, 해외 이동에 필요한 각국의 통관, 관세는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까이꺼~ 그냥 머 대충~’ 알아서 직접 하거나 앞집 물류한다는 김 씨한테 맡기시겠다구요? 행여라도 그런 생각은 절대하지 마세요. 당신의 사업에 절대 ‘유해(有害)’하니까요.
<관련기사> 아마존 셀러에게 남은 숙제 '관세, 그리고 물류'
상품은 어디에서나 온라인으로 팔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셀러들이 상품을 ‘어디서 얼마에 팔것인가’보다 ‘어디서 얼마에 어떻게 보내느냐(물류 경쟁력)’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온라인이 중요해질수록 오프라인을 더 챙겨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一脈相通) 합니다.
바로,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 전략이 그렇습니다.
아마존에 입점한 셀러들은 앞으로 FBA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상품을 팔수도, 배송할수도 없게 될 겁니다. (물론 현재로선 모두 그렇진 않습니다만, 아주 가까운 시간에 그렇게 될 공산이 큽니다.) 왜냐구요? 아마존이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풀필먼트의 연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전 세계 창고 넓히는 아마존, 풀필먼트가 커머스의 미래인 이유
사진 출처: 아마존
아마존은 현재 전 세계 180여 개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며, 8세대 풀필먼트 센터는 축구 경기장 30개와 맞먹는 크기라고 합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와 규모 입니다. 앞서 소개한 박준모 AGS 대표의 이야기를 살짝만 비틀어보면 아마존의 속내(?)가 엿보입니다. 아마존이 셀러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만든 생태계에 들어오는 구조를 더 쉽게 만드는 반면, 나가는건 더 어렵게(어쩌면 못나가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마존 공부한 혹자들은 아마존의 생태계가 ‘폐쇄적(독점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비교하자면 ‘애플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아마존 FBA를 통(通)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디에도 물건을 팔수도, 배송할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죠.
‘아마존이 물류로 돈번다’는 시장의 풀이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대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CBT, 즉 국가간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관세’와 ‘통관’ 입니다. 이 두가지를 빼곤 CBT를 논할수 없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는 최근 아마존, 이베이 등을 통해 크로스보더(글로벌) 이커머스 판매자가 늘면서 LDP*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왜 단속에 들어갔겠습니까? 이를 놓고 ‘CBT의 회색지대(grey are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CBP는 미국 관세법 596조에 따라 미국 내 불법 반입된 상품에 대해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년도 CBT 시장을 관통할 키워드로 ‘드랍쉬핑’이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각 국가별 정책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셀러와 고객 모두가 안전한 합법적인 관세, 통관 물류 절차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아마존은 그래서 셀러에게 관세, 통관 물류 등 서비스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내세웠고, 아마존이 아닌 통관물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려는 제3자 서비스를 통칭해 '드랍쉬핑'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드랍쉬핑이 정말 새로운 서비스냐? 아닙니다. 글로벌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해외물류대행(3PL) 서비스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활동중입니다. 업체마다 서비스 범위와 역량은 차이가 있지만 업의 본질은 같습니다. 참고로 지난해부터 삼성SDS도 이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후배인 본지 #신승윤 기자가 곧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만약 드랍쉬핑이 더 궁금하시다면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가 쓴 기사를 참조(아래)하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관련기사> D2C 한다는 아마존, ‘드랍쉬핑’은 불가능한 이유(출어: 바이라인네트워크)
결론입니다. 아마존에 입점한 셀러가 어떤 상품을 팔든지, 그 물건을 배송하고, 보관하고, 반품하려면 ‘아마존 웨이(amazon way)의 불문율’을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이 풀필먼트로 연결하는 ‘규모의 경제’의 실현이며, 폐쇄적(혹은 독점적) 생태계가 만드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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