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타다 하길래 나도 타다
유행처럼 탑승 후기가 쏟아지던 ‘타다(TADA)’.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저도 이용해봤습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탑승기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여러 번 탔거든요. 타면 탈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 타고 또 탔습니다. 도로 위에서 만난 드라이버님들과 함께 여러 차례 토크쇼를 진행한 덕에 돈 깨나 깨졌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은 타다의 비밀기지(?)를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때문에 이번 후기는 특정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됩니다.
▲ 서울 곳곳 깊숙한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타다'의 비밀기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타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시고, 회원가입 및 결제 카드를 등록하시고, 차량을 호출하시고, 11인승 카니발 차량이 도착하면 “우와! 신기하다! 자동문이네!” 한 번 해주시고, 자리가 널찍하고, 방향제 냄새가 좋고, KBS 93.1 클래식FM이 잔잔히 깔리고,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기사님께서 친절하시며, 먼저 질문하기 전에는 말 걸지 않으시며, 때로는 요청에 따라 신청곡도 받으신다는(!) 등의 서비스 체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 첫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웰컴키트'. 현재는 지급되지 않으니 유의하시길
타다가 달릴 수 있게 된 이유?
승객입장이 돼 보니, 타다는 기존 콜택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 타다가 제공하는 차량이나 서비스, 결제방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량 호출부터 이동, 하차까지의 과정이 카카오택시 등 콜택시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죠.
▲ 콜택시 앱처럼 호출 장소로 찾아와 주는 '타다' 서비스
게다가 타다 드라이버님들은 기존 택시기사님들보다도 더 특수전문직처럼 보입니다. 정갈한 복장을 갖춘 채, 매뉴얼대로만 행동하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 각종 차량공유 플랫폼들조차 규제에 막혀 허덕이는 가운데, 이토록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가 어떻게 버젓이 영업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입니다. 제 질문에 드라이버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이 차량은 렌트카고요, 손님께서 렌트하신 차량에 저라는 기사까지 같이 온 거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 2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차량을 렌트해주면서 그 운전자까지 알선해 파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해당 법령에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다만,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
자, 이제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를 살펴봅시다. 위의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즉 ‘운전자 알선 허용범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으니, <바.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타다가 임차해주는 카니발은? 11인승. 답이 나왔습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모회사인 쏘카의 11~15인승 승합차를 승객에게 임차해주며, 운전자까지 함께 알선해주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적법합니다.
때문에 타다 드라이버들은 그 소속이 4~5 곳으로 나뉩니다. VCNC 소속도 아니고, 쏘카 소속도 아닙니다.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모시러’, 인력파견업체 ‘에이스휴먼파워’ 등 제3의 업체와 계약한 뒤, 타다 드라이버로 알선되는 형태인 것이죠. 드라이버님들은 시급 1만 원에 인력 업체와 계약한 뒤, 매 주마다 임금을 정산 받고 계십니다. 계약, 업무 등과 관련된 문의 또한 각 소속 인력 업체를 통해 해결한다고 합니다.
▲ 타다 홈페이지에서 '드라이버 지원하기'를 클릭하면, 알바몬의 인력 업체 공고 페이지로 넘어간다
보험 및 책임소재는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운전자와 승객 관련 보험은 어떻게 적용되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렌트카를 대여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을 적용받습니다.
▲ 타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사알선포함 승합자동차 대여서비스 이용약관’
모 자동차보험사 관계자에 따르면 “타다의 경우 영업용 보험에 가입돼 있다. 때문에 카풀 등 개인용 보험에서 발생하는 유상운수 면책과는 관계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택시와 같은 영업용 종합자동차 보험이 적용돼 승객 또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드라이버님들의 경우 차량 파손에 대한 자부담 금액이 있습니다. 최대 50만 원의 금액을 부담해야 합니다. 때문에 드라이버님들은 차량의 기스나, 덴트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계십니다.
한 드라이버님은 “운행을 시작하기 전 차량 곳곳을 사진으로 찍어둔다.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내가 엉뚱하게 책임을 물어야할 경우가 생길까봐 예방차원에서 촬영해두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드라이버님은 “나는 주말에만 근무하기 때문에 한 달 임금이 약 8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사고라도 한 번 나면 최대 50만 원이 빠져나가니 부담이 크다. 사고라는 게 나만 조심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한편, 승객이 차량을 파손시키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타다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 타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차량 파손관련 이용약관
그럼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갑작스런 급정거로 인해 승객이 들고 있던 텀블러가 쏟아지며 시트를 카페인으로 물들인 경우라면?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을까요? 3 가지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대여사업자 입장인 VCNC가 인력 업체로부터 파견된 드라이버의 손을 들어줄지, 임차인인 승객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물론 매 상황마다 결과는 다르겠지만, 구체적인 매뉴얼이 과연 존재할까? 이러한 보험 및 책임소재와 관련된 질문에 VCNC 측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타다’를 계속 탈 수 있을까?
모든 차량공유 플랫폼이 그러했듯, 타다 또한 초반의 서비스 적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플랫폼 성장과 사업 확장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규제가 생겨난다거나, 기존 법령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거나, 얼마 전 타다 서비스를 반대하는 성명을 낸 택시단체처럼 반대 집단 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비스 자체의 지속성에 집중해야할 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플랫폼 자체가 꾸준히 서비스돼야만 각종 사례를 모으고, 프로그램 개선을 이루며, 향후 수익사업으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타다 드라이버들 사이에서도 타다의 수익성과 관련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 타다 드라이버는 “타다 드라이버들끼리 이야기하면서도 과연 타다가 계속 서비스 될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며 “물론 타다의 운행료는 택시보다 비싸지만, 그렇다고 모범택시보다 비싼 것도 아니다. 그 중간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수익으로 드라이버들의 1만 원 시급, 차량 유지비 등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는 수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드라이버는 “한편으로는 쏘카를 비롯한 모회사와 투자사들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운수사업법 및 차량공유와 관련된 규제가 빡빡한 상황이다 보니, 타다 같은 서비스를 통해 긍정적 여론을 형성함과 동시에 규제 개선의 실마리로 활용하려는 것이라 예상해 본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러한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저로서 알 수 없지만, 플랫폼의 수익성 외 운영과 관련해 보안이 필요한 부분 또한 다수 발견됐습니다. 모든 드라이버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는 콜 대기 시간동안 마땅한 대기 장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기 시간 내내 차량을 운행한다면 당연히 연료가 바닥날 것이며, 이는 인력업체 측에서도 권하는 바가 아니라 합니다.
한 타다 드라이버는 “서울시 내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닌다”며 “개인 노하우로 정차하는 경우도 있고, 드라이버들끼리 무료 주‧정차가 가능한 공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나만의 팁 하나를 공개하자면, 발렛파킹 하시는 분들을 따라가면 좋은 자리를 알아낼 수 있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차량의 최대 탑승 인원에 대해 5 명이다, 6 명이다 드라이버님들마다 다르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인력업체에서 드라이버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통일된 매뉴얼이 필요함과 동시에, 그 내용보완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유료 도로를 이용하는데 사용한 비용처리, 정해진 휴식시간과 이를 활용하는 방식, 운행종료 후 차량복귀에 든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지 등 각종 특이사항과 책임소재에 대한 통합 매뉴얼이 드라이버들에게 필요합니다.
탑승을 마치며
아직까지 타다와 관련한 제 궁금증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해 볼 계획입니다. 사실은요. 웰컴키트에 포함된 11, 12월용 1만 원 쿠폰을 꼭 사용하고 싶거든요. 아직 타다 앱에는 쿠폰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기에 차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쿠폰기능이든, 통합 매뉴얼이든, 보험 및 책임소재 관련 운영체계든, 향후 차근차근 갖춰나가는 타다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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