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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래는 손정의 회장의 ‘정정략칠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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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8. 12. 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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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래를 말하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 인터뷰

분석은 끝났다, 손정의 회장의 쿠팡 투자는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

아마존 시나리오를 따르는 쿠팡? 국내 업체들의 대안은 무엇인가

 


 


(사진출처: 쿠팡)

 

지난 11월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한화 약 2조 2,500억 원으로, 2015년 6월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투자받은 10억 달러의 두 배가 되는 거대한 금액이다. 이로서 소프트뱅크 측의 쿠팡에 대한 누적 투자금은 약 3조 3,500억 원 규모가 됐다.

 

이와 관련해 물류·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됨은 물론, 투자 동기와 목적에 대한 다양한 해석 또한 등장하고 있다. 정말 손정의 회장은 지난 투자금이 아까워 추가 투자를 감행한 것인지, 보유하고 있는 쿠팡 주식을 SVF에 매각하며 ‘손절’한 것인지, 결국 몰락해가는 쿠팡에게 이번 투자는 산소호흡기 정도의 의미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 가운데 손정의 회장의 전략·전술에 주목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의 의견을 들어본다.

 

▲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

 

G마켓을 공동 창업했으며, 인터파크 초기부터 CTO, CMO, CSO 등 이커머스 사업 분야 대부분을 경험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현재 스타트업들을 발굴 및 육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외 커머스 시장에 관한 꾸준한 관심 및 협업을 이어온 그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쿠팡의 행보와 관련해 손정의 회장의 생각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한다.

 

김 상무는 “손정의 회장은 사업 및 투자와 관련해 철저히 ‘전쟁’에 나서는 태도로 임한다”며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집계된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79조 원으로 연말까지 10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100조, 향후 200조 원 이상 규모 시장을 손 회장은 전장으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손자병법에 기반한다는 그의 제곱병법 등 손 회장은 이길 수 있거나, 그 가능성이 7할이 넘는 싸움에 투자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업체 ARM 인수 건이었다. 2016년 진행된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는 약 34조5,000억 원을 들인 초거대 투자로, 이는 당시 소프트뱅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임과 동시에 ARM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더 들인 프로젝트였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모바일 반도체를 활용하는 디바이스의 변화를 누구 보다 먼저 알 수 있기에, 이를 통해 미래 사업을 선점하고자 손 회장은 거액을 들여 ARM을 인수했다. 현재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대부분이 ARM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칩을 사용 중이다. 또한, 모바일 반도체라는 거점을 활용해, 연관 시장 까지 장악하고자 한다. 소프트뱅크는 트렌드 리더임과 동시에 메이커다. 트렌드를 창조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아마존의 클론(clone)

그런 손정의 회장의 선택은 왜 쿠팡인가? 김 상무는 쿠팡이 철저히 아마존의 ‘클론’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실제 손 회장은 쿠팡을 ‘아시아의 아마존’이라 칭한 바 있기도 하다. 다만 김 상무는 클론, 복제품이란 표현을 단순히 쿠팡이 아마존을 흉내 내거나 따라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쿠팡은 DNA 자체가 아마존의 클론이다.

 

김 상무는 “쿠팡은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라며 “고객과 관련해 막대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기업을 운영하는 모습이 아마존과 흡사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 또한 IT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이다. 심지어 이들이 아마존 출신이기도 하니, 아마존에서 보고 배운 것으로 만든 조직이 쿠팡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단순히 단일 품목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해 배송 서비스, 풀필먼트 센터 운영 등 사업 방향이 일치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 배송, 풀필먼트 등으로 쿠팡이전에 전 세계 이커머스를 장악한 아마존 (출처: 아마존)

 

더불어 “이 데이터 기반이라는 DNA로 인해 쿠팡은 손정의 회장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 및 유통시장 강자들이 이커머스에 있어서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데이터 기반이라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데이터가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인간관계 중심이다. 조직문화가 다르니 단순히 IT를 수혈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아마존이 전 세계적 성공을 통해 증명한 방식,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기업운영 및 소규모 단위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들이 아닌 쿠팡이며, 손 회장은 이에 주목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쿠팡은 이미 다양한 실험적 서비스들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함과 동시에 자체 물류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한 바 있다. 손 회장에게는 쿠팡이 지난 3년간 기록한 1조5,000억 원 규모의 적자보다, 이를 통해 얻은 축적한 데이터와 고정 고객들이 장기적으로 더 가치 있었을지 모른다.

 

누가 쿠팡에 맞설 수 있는가?

김 상무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이커머스 시장 내 가장 우위에 있는 것은 쿠팡이다. 기존 대기업들은 오프라인 물류·유통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IT 및 데이터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그간의 노하우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채워갈 수 있겠으나, 워낙 시장 및 경쟁자들의 성장이 빠르다보니 속도 측면에서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그나마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G마켓은 이베이(eBay)의 자회사라는 한계가 있음을 꼬집었다. 이베이에게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및 G마켓이 주력 사업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11번가 등 기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쿠팡에 비해 기술력과 물류, 자본력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을 대적할 수 있는 자 누구일까. 김 상무는 IT로 무장한 네이버와 카카오를 들었다. 웹과 앱 가운데 활발한 플랫폼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 두 조직은 커머스 영역에 대한 투자 또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참고기사: [김편의 살롱드물류] 네이버가 풀필먼트를 한다고(?)). 더불어 나날이 거대해지는 조직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라인, 네이버랩스 등으로 분사하며 조직 유연성 유지를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이다.

▲ IT로 무장한 채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와 카카오(출처: CLO 4월호)

 

다만 이들에게는 배송, 풀필먼트 등 물류와 관련된 지식이 부족하며, 현장 경험이 전무하다. 김 상무는 “플랫폼사들이 커머스 영역에 진출하는 이유는 결국 커머스가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이자 궁극의 비즈니스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들이 커머스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지 다양한 사업영역 중 하나가 된다면, 판매부터 물류까지 이커머스에만 올인 하는 쿠팡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물류 역량은 당연히 쿠팡이 몇 수나 위에 있다”고 말했다.

 

향후 쿠팡의 예상 시나리오

김 상무는 향후 쿠팡의 행보에 대해 “최근 투자받은 2조 규모 투자금도 3~4년 안에 모두 소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후 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손 회장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계산을 이미 마쳤을 것이다. 향후 100조를 넘어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시장 가운데, 점유율의 20%만 가져가도 그 매출과 이익이 얼마겠는가? 투자가치가 충분한 시장이며, 쿠팡이란 조직 또한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쿠팡의 고객 및 데이터 획득 방식을 예로든 김 상무는 “현재 유통 대기업들은 이커머스에 있어 G마켓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 G마켓 위에는 네이버가 존재한다. 결국 남는 장사가 아닌, 그렇다고 고정 고객 및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없는, 단지 매출 규모에만 매몰된 판매가 돼 버린다. 어차피 고객들은 보다 싼 가격을 찾거나, 제품 자체의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지 특정 유통사를 고려해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서 “반면 쿠팡은 다르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매 및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아무리 적자가 나더라도, 관련 데이터는 쿠팡의 자산으로서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비용을 그저 적자가 아닌 ‘고객획득비용’이라 칭하고 싶다. 쿠팡맨, 로켓배송 등 쿠팡의 물류, 풀필먼트 서비스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꾸준히 쿠팡을 찾을 수밖에 없으며, 향후 서비스가 진화할수록 더 그렇다”고 말했다.

 

최근의 ‘쿠팡 플렉스’와 같은 실험적 서비스에 대해서도 김 상무의 의견은 같았다. 그는 “쿠팡이 다양한 실험적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 자체를 부러워해야 한다”며 “다양한 시도와 수정 가운데 정식 서비스를 내놓는 방식은 아마존의 방식과 일치한다. ‘실패했다’, ‘적자가 심하다’ 등의 소문이 날수록 경쟁사들은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관련 데이터 수집에 대해서도 쿠팡이 우위를 점하는 것 아니겠나. 손 회장도 적자 등 당장의 수치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투자는 ‘끝까지 쏜다’라는 메시지를 내포한 것이라 추측해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 경쟁사들의 대안은 무엇인가

쿠팡이 아마존 클론으로서의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면, 다음은 대형 오프라인 마켓 체인을 구매할 것이라는 게 김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진출을 위해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한 것처럼 쿠팡이, 또는 소프트뱅크 측에서 오프라인 마켓 체인을 인수해 쿠팡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다. 아마존처럼 온·오프라인 채널의 결합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임과 동시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마존의 오프라인 마켓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한 홀푸드(Whole Foods)

 

그렇다면 향후 국내 경쟁사들의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그는 “이커머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장에서 쿠팡이 독주한다면 그 손해는 무조건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에게는 “데이터에 기반한 기업문화, 의사결정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온라인의 강자인 플랫폼사와 오프라인 강자인 대형 유통사들의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그 결합의 과정과 성장속도가 매우 더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과연 실패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서로간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등과 관련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전장 가운데 한 경쟁자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은 살을 내주고 뼈를 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손 회장이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로 전장에 뛰어든다면, 이에 맞서 싸우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있겠나”라고 말하며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을 표했다.

 *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사업과 투자에 있어 세운 '목표를 정하고(頂), 정보를 모으며(情), 전략을 세우고(略), 7할의 승산이 있다면(七), 이길 때까지 싸운다(鬪)'는 뜻의 전략. 또한 승률이 5할이라면 시도하지 않으며, 9할이라면 이미 1인자가 될 수 없기에 물러난다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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