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돈 KGB물류그룹 회장 | |||||||||||
역지사지(易地思之)에 숨겨진 경영철학을 말하다 모든 답은 고객이 알려준다 칭찬은 따르고, 불만은 유념하라 거래가 끝나면 진짜 거래가 시작된다 비수기 때 잘 하는 게 진정 앞서가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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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김철민 기자 , 2009-12-30 오후 1:2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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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KGB 물류그룹 광주 사옥은 직원들을 위한 레스토랑을 짓느라 분주했다. 박해돈 회장의 새해 선물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직원들이 일하는 환경 역시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박 회장은 그 동안 직함을 막론하고 모든 직원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잠깐이라도 직원들과 맥주 한잔 하는 사내 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한마디로 KGB‘소통의 장’이 되는 것. 이것이 새해를 여는 박 회장 그리고 KGB가 가야 할 방향이다. | |||||||||||
박 회장에게 기업 성공의 열쇠는 고객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한 원인도 고객인 셈이다. KGB가 지난해 말 발간한 사보 『정』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고객 칭찬 글이다. 얼마 전까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직원들을 교육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모든 것은 고객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객이 칭찬한 것은 그대로 하면 되고, 꾸중한 것은 안 하면 되는 겁니다. 이런 고객의 반응이 기업엔 큰 도움이 됩니다. 도움을 준다는데도 그걸 못 받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홈페이지에 불만 글이 올라오면 숨기기에 급급한 불특정 다수의 기업에 던지는 말이다. 지울 것이 아니라 그런 글이 올라오지 않게 만들면 된다는 아쉬움도 섞였다. 그래서 『정』을 생각했다. 비록 사보지만 내부 직원만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고객과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모든 글이 답을 주진 않는다. 박 회장은 인터뷰 도중 이삿짐을 나르다 보면 세상모든 부류의 사람을 접할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KGB 홈페이지 게시판에 칭찬 글을 쓴 고객 역시 다양했다. 대부분“KGB 이사서비스를 이용했더니 좋았다”라는 것이 글의 핵심이다. 하지만, 간혹“KGB 이사서비스를 이용했더니 이런 점이 좋았고, 이런 점은 나빴다” 라는 글이 있다. 마치 보고서 제출하듯 일목요연하게 항목을 나눠 이사 서비스에 대한 평을 내린 고객이 있고, 이사 전과 이사 후 사진을 찍어 비교해서 올린 고객도 있다.이런 글은 그 자체가 KGB 직원들에게 교과서가 된다. ▣ 이사는 ‘원석’ 이다 | |||||||||||
박 회장은 빨리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6개월 만이라도 이삿짐을 날라보라고 이야기한다. 그저 자장면 하나를 시켜봐도 어떤 고객인지 알 수 있다는 것. 가령 식탁에 자장면을 놓아 주는 고객이 있다. 식탁이든 바닥이든 같이 먹자는 고객도 있다. 반면, 어디에서 어떻게 먹든 쳐다도 보지 않는 고객 또한 있다. 박 회장 자신도 삶의 절반은 이사하며 배웠다. “사람을 비슷한 부류로 나눌 순 있겠지만, 모두가 각기 다른 사람입니다. 이삿짐을 나르다 보면 이와 같은 사람을 매일 봅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이사라는 겁니다. 그냥 오늘 보고 말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기회란 없습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박 회장은 이사를 원석이라고 생각한다.모르고 버리면 돌멩이에 불과한 것도,알고 닦으면 보석을 만드는 것도 이사다.이사를 마치면서 고객과의 관계도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사를 마무리하는 게 아닙니다. 마무리를 짓는 건 고객입니다. 우린 고객이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부족한 건 없었는지를 계속 되물어 고객으로 하여금 이사를 끝내도록 해야 합니다” 고객이 어떤 차를 타고, 가전제품을 쓰고, 무엇을 좋아하고,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 종일 같이 있다가 보면 웬만큼은 파악하기 마련이다. 이사가 기본이 되면, 그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KGB는 이사 고객을 최소 20개월간 사후 관리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올해 새로운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중반에 본격적으로 새 사업을 시작해 전문 이사설계사(Moving planner)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이사설계사와 상담하면, 이사를 더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하기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 역(逆) 경영? 나에겐 정석 | |||||||||||
박 회장은 성수기에 많은 물량을 소화한 것은 절대 자랑이 아니라는 뜻이 확고하다. 이는 오히려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성수기 때는 평소보다 물량을 줄이는 것이 회사를 위하고, 고객을 위하는 길이다. 한참 경쟁이 치열할 땐 물량을 많이 소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물량 공세는 분명히 외형적인 성장을 가져온다. 하지만 감당 못 할 일 또한 많아진다. 성수기 동안 서비스 질이 떨어지니 평판 또한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 무리한 운영으로 적자를 볼 심산이 크다. 이건 나중을 위한 투자라는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위험한 경영 방식이다. 택배 사업은 성수기 때 왕성하게 수익을 내는 타 사업과 조금 다르다. 물량이 많든 적든 성수기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나중 문제다. 성수기 때 장사 잘하는 방법은 물량을 줄이고, 서비스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수익은 성수기가 끝나고 찾아온다.남들이 고객 백 명에게 물건을 던지듯 주고 갔을 때, 고객 한 명의 기억에 남는 것이 그 답이다. “남들 못 할 때 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지요. 전 3월에 장사 잘한 사람을 최고로 칩니다” 박 회장은 이사에 가맹점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경영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다. 처음 이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의 마음가짐,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서비스를 표준화시키는데 주력한 것이다. 그리고 가맹점이 표준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절대 가맹점 수를 늘리는데 급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퇴출을 단행하기도 했다. KGB브랜드를 갖고 일하는 점주들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영향이 다른 지점과 본사까지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소비자를 위한 마인드가 없는 행동을 하면 계약이 파기된다’는 계약서 조항을 그대로 이행했을 뿐이다. 각각의 가맹점에서 나오는 로열티는 중요하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죠? 아닙니다. 모든 걸 돈으로 보지 않는 것이 돈 버는 방법입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 도움을 열 배로 더 주기 마련입니다. 이사 한 번으로 다섯 집, 열 집을 소개받는 것 보다 큰 이득은 없습니다” 고객의 칭찬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은 고객 중에서도 그걸 밖으로 표현하는 고객을 통해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 회장은 많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표준화 하는데 애썼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가맹점은 과감히 퇴출한 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표준화된 서비스 이상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서 걱정이다. 이사 도중 고객이 아끼던 컵이 깨져서가 아닌, 이사 마치고 집 청소를 깨끗이 안 해줬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아주 친절한 직원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직원이 불량하다 찍힐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사는 고객의 짐을 안전하게 옮겨주는 것이 본연의 목적입니다. 물품을 파손시키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져다 놓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겁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정도가 바뀌는 일은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주진 않습니다” ▣ 새해 전략…‘경영자부터 바뀌어야지’ | |||||||||||
시대마다 인생의 막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직종이 있다. 70~80년대에는 광산, 90년대에는 택시기사가 더는 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일이었다. 2000년대에는 택배기사가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이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는 건 경영자가 만든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뭔가 잘못하고 있으니 그 피해가 현장 종사자들에게 미치는 겁니다. 택배업계가 변화하기 위해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저를 비롯한 경영자입니다. 우리가 지금에 머물 때 느는 건 이익이 아니라 종사자의 고통이라는 걸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두메산골에서 단 하루라도 배송사원과 함께 일 해보면 우리의 잘못을 알 것 입니다” 박 회장에게 물류는 서비스다. 택배 역시 사람이 재산인 서비스업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가장 푸대접을 받는다. 이런 현실을 대처하는 방법은 외면이다. 택배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산업으로 꼽힌다. 성장 속도 역시 무서우리만치 빠르고 규모 또한 크다. 외형은 그렇다. 그러다 보니 배송사원이 물품 하나 배달하고 수수료로 700원을 가져간다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700원에 준하는 서비스만 제공해도 된다면 상관없습니다. 그냥 고객 집 앞에 물건 던져 놓고 가면 됩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그날 배송이 안 끝날 테니, 뭐라고해서도 안 되겠죠. 하지만 정말 그러길 바라는 사람 있습니까? 없을 겁니다. 그럼현장 종사자 소중한 줄 알고 대접해야 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택배다.물건이야 트럭이든, 기차든, 자전거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가져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물건을 고객의 손에 직접 전해주는 건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없다. 박 회장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택배회사사장만큼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내부부터 붕괴할 것이다. 일 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내리막을 모르고 달려온 산업이고, 앞으로도 앞만 보고 달릴 산업이다. 박 회장은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 몇년 안에 빚을 청산한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 운전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 새 삶을 살고 싶은 사람 등 미래의 종사자가 될수 있는 사람을 진작부터 내치는 경영 방식과 경영자의 생각이 새해를 맞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년 만 고생하면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희망을 품어줘도일 할 사람이 모자를 때가 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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