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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版 애정남…"애매한 것들" ①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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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1. 11. 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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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 "고깃집에서 불판에 마지막 남은 고기는 누가 먹어야 될까", "결혼 축의금을 내야 되는데 얼마를 내야 될까", "지하철에 할머니와 임산부가 동시에 탔을 때 누구에게 양보를 해줘야 할까" 참 애매합니다~.

요즘 모 방송 개그프로그램 코너인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리해주는 남자들)'이 인기다. 살다보면 참 애매한 상황들이 많은데 애정남은 그런 애매한 상황을 끄집어내서 나름대로의 지침을 알려준다. 참 너무 시시콜콜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실상 닥치면 어떻게 해야될지 고민되는 그런 상황들이다. 그래서 듣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사실 웃겨서 웃는 것보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 때문에 더 웃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바꿔보자. 필자는 물류전문기자다. 그래서 물류업계 애매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러던 중 얼마전 한 지인과 식사자리에서 물류에서 애매한 것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의외로 많았다. 역시 '쇠고랑을 차거나 경찰차가 출동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소소하고, 쓸데 없는 고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 글을 통해 필자가 '애정남' 처럼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을 정할 순 없다. 다만 대한민국 물류인들이라면 한번쯤 공감할 만한 애매한 법규나 정책 등을 끄집어내서 공공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 안에서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공정하고, 투명한 물류세상을 만들기 위한 물류인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을 지키는 시작이 아닐까싶다. "그럼 지금부터 물류판(版) 애매한 것들 소개 들어갑니다잉~."

첫째, 택배기사는 자영업자냐, 아님 직원이냐? 이거 정부나 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 참 오래된 애매한 주제다. 현행법상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지극히 공적이고 법제화된 틀 안에서만 이들을 바라볼 순 없는 노릇이다. 택배기사들의 업무와 근로조건을 살펴보면 본사 직원들보다 더 심한 격무에 시달린다. 하루종일 도로와 좁은 골목길을 운전하고 뛰다 보면 사고 발생률도 높다. 이에 대해 기업들도 반대 의견을 달지 않는다. 이들은 일반 직원처럼 산재 등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5월부터 택배나 퀵서비스기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시행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애매한 상황이 발생된다. 산재보험 적용기준이 문제다. 예를 들어 전속성이 강한 택배기사는 사업주와 종사자(택배기사)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 업체의 주문 물량을 배송하는 경우에는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중소기업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에 따라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며 임의가입 형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기업과 택배기사 간 산재보험 가입이 현실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둘째,
택배차량 도심 주정차 허용은 단 15분?
이것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2년전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이면도로 내 택배차량이 주정찰 할 수 있는 시간 15분을 할애했다. 바쁜 택배기사들의 배송업무 편의를 봐주기 위한 조치다. 특히,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영세하다보니 주차위반에 따른 범칙금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잠깐만 정차해도 귀신같이 위반 스티커를 붙이고 사라지는 구청 단속원들의 스피드를 무시할 수 있을까. 요즘 뜨는 말로 단속속도는 이른바 '4G LTE급'이다. 더욱이 요즘은 주차위반 단속차량에 CCTV를 부착해 카메라로 위반차량의 번호판을 찍고 다닌다. 필자가 각 지자체에 문의를 한 결과, 대부분의 주차단속 담당자들이 택배차량 도심 내 주정차 15분 유예를 모르거나 정확한 단속기준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법이 시행 된지 몇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설상 개정된 내용을 알고 있더라도 단속원이 차량 앞에서 시계를 쳐다보며 15분을 재고 있을 리는 없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택배 현장을 방문해 일선 택배기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택배기사들은 주정차 시간 15분을 더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교통체증이 심하고, 도난사고가 빈번한 도심 내에서 15분 만에 물건을 배송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님 주정차 시간 15분, 참 애매합니다~"
(다음에 계속) 
                                                                                                                 by 김편.

[알림] 2012년 <물류 애정남>에 소개될 '물류·유통업계 애매한 것들'에 대한 소재를 찾습니다. 어떠한 내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대한민국 물류·유통인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 시시콜콜한 사연을 보내주세요. 소소해서 심지어 쓸데 없어 보이는 애매한 고민도 좋습니다. 업계 '희노애락'이 담겨 있고 공감되는 사연을 공론화해 차세대 물류인들의 가치와 기준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보내주실 곳 e-mail: logisking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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