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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극복…한국형 '물류 백신' 개발해야 - 이재균 회장

INSIGHT

by 김편 2011. 11. 2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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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민 기자
사진. 선규민 객원기자

#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협소한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의 열쇠는 무엇인가. 바로 경제의 보고, 교통의 중심, 문화 수입의 첩경, 물자 교류의 대로인‘푸른 국토’바다이다. (이재균 著,“ 바보야, 부산은 해양수도야”중에서)

세계 물류분야의 3강을 꼽는다면 유럽의 관문 로테르담항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 동남아의 허브 싱가포르와 홍콩이다. 4강 진입을 위해 동북아 한중일 3국은 지난 90년대부터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반경 1300km 내 형성된 7억 명의 물류소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내세운 무기는 무엇일까?

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은 주저 없이 부산항을 꼽는다. 이 회장은 “젝 웰치는 일류기업을 결정하는 잣대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느냐에 여부에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백신개발은 국가에도 적용되는 처방”이라고 운을 뗐다.

세계 해운물류시장에서 슈퍼스토어(Super
store)가 되기 위해 우리나라가 출시한 백신은 물류 인프라의 차질 없는 구축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국토부 제2차관 시절, 항만과 항공, 육상운송을 연계한 복합운송체계를 위한 정책 마련에 힘을 쏟았다.

세계적
인 물류허브 도시의 흐름이 복합운송 인프라 구축이었기에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었다. 그의 신념은 정책으로 이어졌다. 우선 부산신항 개장과 더불어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또 중국과 일본의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선사와 화주를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도 장려했다. 또 항만 배후부지에 세계 유수의 물류기업 유치를 위해 부단히 세계 각국을 누비는 포트세일즈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회장(당시 국토부 제2차관)은 지난 2006년 부산신항 개장
을 기념해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가 신항 개장을 계기로 세계 물류4강의 신화로 재현되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해줄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이 고향인 이 회장은 줄곧 바다와 인연을 맺었고, 그의
운(運)도 바다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공직생활의 시작도 부산행운항만청에서 항만사업과 선원 근로감독 업무를 맡았다. 서기관으로 승진해서는 고시 출신 최초로 항만운영(부두)과장으로 일했다. 국장급이 되어서는 부산해양수산청장으로 활동했고, 결국 해운·물류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제2차관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흔히들 지방출신 공직자들에게 최고의
운은 재임기간 중 자기고향에서 기관장으로 일할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내가 누린 행운과 영광을 부산에 되돌려 주어야 할때”라고 말했다. 또 그는“어떤 방식이 되든지 그것은 해양·물류와 해외건설, 그리고 부산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또 무엇을 하든지, 내 인생의 지향점도 해양·물류와 해외건설, 그리고 부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랜트 등 해외건설에 필요한 중량물 운송 역량 키워야
이 회장은 올해 리비아 사태,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해외건설에 ‘재앙’ 수준의 장애물은 있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700억달러대의 해외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류의 원조인 국내 건설업체들이 지금껏 쌓아온 기술력, 신뢰, 경험 등 경쟁력을 활용하면 어려움에도 빛을 낼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해외건설에서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전통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인 716억달러 규모의 엄청난 수주실적을 올렸다”며 “해외건설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최근 해외 수주지역은 중남미, 동남아시
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의 비중(10월8일 현재 61.11%)이 가장 높다. 산유국이 많은 중동이 해외수주의 중심에 있다 보니 공종도 석유, 가스, 화학 플랜트 등 산업설비(70.1%) 위주다.

이 회장은 “중동의 플랜트 건설 급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제2 중동 붐은 국내 해운·물류기업들에게도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플랜트 건설이 본격화 되고 있어 대형 철골구조물과 강
관, 빔 등과 같은 중량화물 수송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플랜트는 거의 외국선사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이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 회장은 “최근 현대상선과 STX팬오션 등을 중심으로 중량
화물 선대를 갖춰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중량화물 수송을 위한 선대와 운항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세계 중량화물 운송은 네덜란드와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량화물 수송은 프로젝트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하다”며 “수송수요의 변동성이 있으나, 중량화물이 없는 때에는 일반화물선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위험관리도 가능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국내 해운·물류기업들이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
리카와 남미 등 글로벌 전체시장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아시아 지역의 자원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이들 지역의 플랜트 건설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자원 민족주의로 현지에서 자원개발과 제품을 생산하는 일체형 자원개발 플랜트 시설과 심해 자원개발을 위한 플랜트 건설이 늘어나 중량화물 수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은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해외 플랜트의 해상운송에 대한 국적선사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업계에서는 중량화물 운송기획과 선대운항의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 ‘프로젝트 물류’를 위한 특화된 단기 집중교육을 통해 인적자원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항은 대한민국의 관문항이다.”
이 회장은 이순신 장군
의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조선(是無朝鮮)’을 인용해 ‘약무부산항(若無釜山港), 시무대한민국(是無大韓民國)’ 즉, “부산항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항은 상하이, 싱가포, 홍콩, 선전에 이어 세계 5위의 국내 대표항만으로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3.5%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 신항 개발과 북항 재개발로 부산항이 구조적 변화를 시도 중으로 북항과 신항의 연계발전을 통한 부산항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회장은 부산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물류허브도시
부산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물류허브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부산항이다. 올해 엄청난 홍역을 치렀던 동남권 신공항 논의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적인 물류체계 흐름이 육·해·공 복합물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항만과 공항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 회장은 내년 2월 해외건설협회장 임기를
채우고 부산 영도에서 총선 출마 포부를 내비췄다. 해양·물류와 해외건설을 잘 아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다. 해양·물류인 이재균의 인생 제2막은 이렇게 시작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회에 해양·물류·해외건설 전문가는 없었다. 이들 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3-3-30' 숫자로 보는 이재균

이재균 해외건설협회 회장(57)은 ‘해양’ ‘물류’ ‘해외건설’ 등 3개 분야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30년간 국토해양부에서 공직경험을 바탕으로‘정책능력’‘인맥’‘사교성’등 3박자를 갖춘 인물로 정평이 났다.

1954년 부산 영도 영선동 출생으로 남항초-해동중-부산고
를 나와 연세대(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스웨덴 세계해사대학(World Maritime Univ.)에 유학하고 한국해양대학에서 해운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해운항만청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마산해양수산청장, 부산해양수산청장과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정책홍보 관리실장을 역임했다. 30년 동안 해양수도 부산을 대표하는 전문 해양·물류관료의 길을 걸은 뒤 국토해양부 초대 제2차관을 거쳐 현재 해외 건설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동아대 석좌교수로 있다.

지난 2009년 민간영역인 해외건설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그의 ‘정책제안’ 능력은 더욱 빛을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2월 취임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적극 건의해왔다. 그런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해외건설 분야를 담당하던 해외건설과를 해외건설정책과로 바꾸고 해외건설지원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 조직의 트렌드가 ‘작은 정부’인 것을 감안하면 국토부의 해외건설 관련 1개 과 신설은 ‘작지만 값진 성과’로 볼수 있다.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 등 협회 관련 정부 예산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이 회장의 정책제안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일까. 30년
공직생활을 통해 쌓아온 끈끈한 인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부산고, 행시 23회 동기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제1차관 시절, 제2차관을 함께 보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한만희 국토부 제2차관, 노대래 방위사업청장, 이용걸 국방부 차관,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 정부 고위 공직자도 최근 전성기를 맞은 행시 23회로 얽혀 있다.

해양·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체제를 갖춰야
할 정책(국토해양부), 예산(기획재정부), 금융(금융위), 해외 네트워크(무역협회) 등 정부와 민간 분야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 것이다. 특히 국토부 내 옛 해운항만청 출신 ‘해양 라인’도 이 회장의 해외건설 열정에 든든한 힘이다.

이 회장은 ‘사교성’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만
나본 이 회장은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인터뷰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스마일 맨’이다. 초등학교 육상선수를 하고 최근까지 테니스를 즐겨 칠 정도의 ‘만능 스포츠맨’이다. 스포츠로 다져진 체력은 강한 추진력의 배경이다.

‘정책능력’ ‘인맥’ ‘사교성’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그는 최근
인생 2막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바보야, 부산은 해양수도야’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갖고 내년 부산 영도 지역 총선 출마의 포부를 내비쳤다. 영도 지역은 이 회장이 자라온 곳이자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이다.


약력
▲1973년 부산고 졸업 ▲1977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80년 해운항만청 행정사무관(행시 23회) ▲1993년 부산
지방해운항만청 서기관 ▲1996년 해양수산부 총무과장 ▲2001년 해양수산부 공보관 ▲2003년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2005년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2006년 해양수산부 정책홍보관리실장 ▲2008년 국토해양부 제2차관 ▲2009년 해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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