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 대한통운을 놓고 펼친 CJ와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우건설 간 줄다리기 싸움에서 느긋한 CJ가 초조한 매각사를 이겼다. CJ는 대한통운을 주당 19만3500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본 입찰 당시 제시했던 21만5000원에 10% 할인된 가격이다. 이로써 CJ는 대한통운 지분 37.6%(아시아나항공+대우건설 보유 주식)를 당초 1조8450억원(*아래설명, 2조2000억원 중 금호그룹이 다시 사들이는 아시아나 항공개발 등 대한통운 3개 자회사 매입금액 3615억원 등 제외)에서 1조6605억원으로 깎아 사게 된다. 물론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의 동반매도청구권(태크얼롱)에 따라 전체 비용은 조금 늘어날 수 있다.
지난달 CJ는 대한통운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 노무라증권과 기존 가격조정한도 3%와 우발채무 발생에 따른 손해배상한도 7%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우발채무 손해배상한도 3%에서 추가로 4%를 더 할인 받은 것이다. CJ와 매각주관사간 최종 합의가격은 주당 19만3500원으로 이는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써냈던 19만1500원보다 2000원 더 비싸다.
할인폭 놓고 끝까지 버틴 ‘CJ’ 대한통운 인수가격 조율을 놓고 CJ와 매각사간 줄다리기 싸움에서 결국 CJ가 승리했다. CJ는 지난 6월 대한통운 본 입찰 이후 4개월간 채권단과 인수가 할인을 놓고 끈질긴 협상을 벌였다. 우선 CJ는 지난 7월 대한통운 실사 이후 인수금액 3%를 할인하는데 성공했다. 또 우발채무 발생 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도 최대 3%까지 앞당겨 할인을 끌어냈다. 이런 중에 CJ는 유럽발 금융경기 불안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채권단에 손해배상한도를 최대 7%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최종 10% 할인에 성공한 것이다. CJ 관계자는 “대한통운 주가가 본 입찰 당시 11만1000원에서 7만원대로 떨어진 점을 채권단과 매각사에 적극 어필했다”며 “양측 간 합리적인 수준에서 할인폭을 조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4600억원 챙긴 ‘금호’ 느긋한 CJ와 달리 초조한 금호와 대우건설의 선택은 대한통운 인수가 1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딜을 가능케 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연내 매각이 불가피한 양사 모두 시간 싸움에서 진 것이다. 금호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대한통운 주식 433만2220주를 매각함에 따라 8383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이중 아시아나 공항개발, 아스항공, 금호터미널 3개 자회사를 대한통운으로부터 다시 사들이는 매입대금 3615억원과 각종 부대비용 100~200억원 정도를 감안해 46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최종적으로 그룹에 유입될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3조700억원 규모로, 이번에 유입된 현금은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것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가 대한통운 매각과 더불어 금호터미널 등 3개 자회사 재매입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은 고작 4600억원에 불과하다”며 “부모(금호그룹)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결국 자식(대한통운)을 떼놓는 형국인데 그 댓가치곤너무 약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포스코 ‘컨’ 이의제기(?)… 남긴 과제는 CJ는 CJ제일제당과 CJ GLS를 통해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1조6605억원 이상의 자금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신디케이션론으로 1조3500억원, 삼성생명 지분매각 대금 2565억원, 채권발행 2000억원과 CJ제일제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자산 등으로 인수 대금을 지불할 예정이다. CJ와 대한통운의 기업결합 심사도 이미 지난 8일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다. 현재 중국 상무부의 양사 중국법인에 대한 기업 결합심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이번 딜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는 대한통운 인수 차순위 협상자인 포스코-삼성SDS의 입장 정리다. CJ가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주당 19만1500원보다 2000원 더 비싸지만 본 입찰 당시 비가격요소 점수를 문제 삼을 경우(점수 1점만 높아도 우선협상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점) 상 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차순위 협상자이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대한통운 인수업체 변경)은 없다”면서도 “아직 CJ와 매각주관사 간 공식적으로 대한통운 인수가를 최종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결과에 따라 포스코가 어떤 이의제기를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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