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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빛나는 물류 "두바이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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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2. 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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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후버 인터넷 물류논객


[CLO] 어느 누구도 경제가 순탄하다고 말하지는 않는 시기다. 경제가 순탄하지 않아서 언론에서는 연일 시쳇말로 '곡소리'나는 기사만 쏟아낸다. 살기 어렵다는 것을 부각하여 사람들이 정말 살기 어렵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정치 성향을 바꾸려는 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살기 어려운 거 맞긴 맞다.


그런 시기일수록 필자의 머리속에 또렷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3년 전 이맘 때, 2009년 11월에 두바이 월드가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를 위한 과도한 차입이 원인이었다. 리먼 사태 이후 무리한 부동산 투자가 독이 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었고, 또 실제로 그랬던 시절. 언론들은 앞다투어 '사막의 신기루'라는 근사한 용어를 앞세워 두바이의 거품을 보도했다. 바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석유중심 경제를 탈피하려는 중동의 노력의 상징으로 언론에 의해 추켜세워졌던 두바이였다. 심지어 규제로 인해 병풍처럼 지어지는 재건축 아파트에 비해 건물 하나하나가 멋진 개성을 연출하는 두바이를 비교하는 언론도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두바이에서 아부다비 가는 길목에 있는, 두바이 물류허브의 상징 제벨 알리에 업무차 가 있었다. 몇년 전 경기 활황기였으면 숙소 잡기도 힘들었을 건데 요즘 두바이 경기가 안 좋아 숙소 싼 값에 잡은 것을 다행으로 알라는 분들도 있었고,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던 월세 지원금을 줄여도 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여기저기 공사는 멈춰 있었다. 모두가 불황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벨알리 항에서는 여전히, 예전과 똑같이 수많은 컨테이너들을 내리고, 싣고 있었고, 인근 국가로 수출되는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제벨 알리를 떠나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제벨알리. 한국, 중국, 동남아에서 생산한 물건이 부산, 상해, 홍콩, 싱가폴 등을 거쳐 유럽으로 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 중동 타 국가 및 아프리카 인접국으로 가는 물건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어마어마한 규모의 배후지대에 위치한 자유무역지역. 그래서 세계 유수의 물류기업들이 대형 물류센터를 가지고 화주 유치에 열을 올리는 곳.


실제 필자가 당시 방문한 물류센터에서도 제벨알리 항에 도착하는 컨테이너가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아랍에미레이트 국내 배송은 일부에 불과하고, 절대 다수의 물량이 제벨 알리에 기항하는 다른 배를 기다렸다가 타 중동 국가 등지에 수출되거나, 트럭으로 아랍에미레이트 인근 국가로 배송되고 있었다. 보통 자유무역지역은 관세 부과를 면제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저런 서류 작성을 요구하는데, 물류시스템을 하는 필자 관점에서는 그다지 어렵게 만들어지는 문서들은 아니었다. 


제벨알리 자유무역지역이 워낙 커서 세계 유수의 물류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화주를 유치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화주가 제벨알리 자유무역지역 내에 지정한 물류센터로만 배송해 주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그것이 제벨알리 자유무역지역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배송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일종의 클러스터링 효과라고나 할까.


필자가 제벨알리에 머물던 당시에도 제벨알리 인근의 도로망은 꾸준히 정비되고 있었고, 분명 입주한 기업이 거의 없었던 제벨알리 남측지역 (Jebel Ali South라고 한다)에 몇달 뒤에 와 보면 몇몇 물류센터들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입주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두바이 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던 그 시기 직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제벨알리 항을 운영하는 운영사는 싱가폴 PSA와 홍콩 허치슨에 이어 세계 3대 항만 오퍼레이터라는 DP World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두바이 월드의 자회사였다. 모회사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와중에 꾸준히 성장했고, 실제 두바이 정부는 모회사 두바이 월드의 채무조정을 하면서도 일찌감치 DP World는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과단성을 보였으며, 오늘날 DP World의 핵심항만 제벨 알리는 신항을 포함한 부산항의 처리량을 위협하는 수준의 처리량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모회사는 무리한 부동산 투자를 하다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와중에 자회사는 입지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스마트하게 컨테이너 처리량을 늘려 가면서 당당히 세계 3대 항만 오퍼레이터에 세계 10대 항만을 육성했다. 이러고도 신기루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경제가 어렵다고 할수록, 신용 경색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될수록, 실물이 오고가는 그 중심에 있는 물류의 힘을 보여줄 때다. 그 힘의 원천이 환적화물이건, 물류비 절감이건, 공급망 합리화건 상관 없다. 제벨알리는 조국이 신용경색으로 위태로울 때 환적화물을 가지고 물류의 힘을 보여줬다. 우리는 무엇으로 물류의 힘을 보여줘야 할 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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