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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파업이 보낸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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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6. 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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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민 편집장 / editor@mediakn.com


지난 4월 3일, 대한통운과 CJ GLS가 합병해 CJ대한통운을 새로 출범한지 몇일 안돼 일선 택배현장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본사와 택배기사 간 ‘수수료 인하’와 ‘페널티 제도’ 등이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사태의 발생 배경은 양사간 통합 과정에서 CJ GLS가 운영하던 제도를 대한통운에 그대로 이식하면서부터다. 파업에 나선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기존 대한통운 소속이라는 점이 그 단서다.


CJ그룹은 1999년 택배나라, 2006년 삼성HTH택배 등을 인수하며 택배사업의 몸집을 키워왔다. 삼성HTH 인수 이후 일부 대리점으로부터 구역 조정과 관련해, 직원으로부터는 고용 보장 약속을 어겼다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회사 쪽이 승소했지만, 인수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 파업도 높은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페널티 제도를 도입하고 배송 수수료를 조정하는 등 CJ GLS의 경영 방침을 고수하면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한통운은 과거 피인수기업과 달리 CJ GLS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운영 방식도 자율적이었다. 과거 삼성HTH 인수 시절에는 중앙통제식으로 운영되는데다 지입차(운송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의 차량) 위주여서 회사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기 힘든 구조였다.


반면 대한통운은 각 지점의 권한이 컸고, 택배 기사들도 지점에서 직접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규모도 크기 때문에 회사 방침에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운영체계 조직문화의 봉합과정에서 비롯된 ‘통합 마찰음’이라면 감정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조직의 화학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채찍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피합병 조직을 보듬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J의 무노조 경영원칙이 대한통운에 통할까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CJ대한통운 파업을 계기로 택배기사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속속 가입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회사는 화물연대를 ‘외부 불순 세력’이라 칭하며 비대위에서 배제를 주장했다. 그동안 CJ그룹에는 노조가 없었다. 한일약품 등 피인수기업에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이내 노조가 사라졌다.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것처럼 지난 택배 파업 이면에는 고질적인 택배산업의 낙후성이 한몫하고 있다. 십 수년째 ‘치킨게임(Chicken Game)’이 반복된 국내 택배산업의 초라한 성적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 택배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 3년 전 2조7000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매년 3000억원 가까이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단가는 매년 뒷걸음질 쳤다. 15년 전 택배 박스당 4000원하던 요금은 2200원대로 추락했다. 서적, 의류, 화장품 등의 초소형 택배시장 요금은 이미 1300원대 미만까지 떨어진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택배 기사들이 받는 수수료도 800~900원대에서 좀체 늘지 않았고 유류비·통화비 등 부담만 커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가 만연해졌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홈쇼핑 업체에서 물류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을 최우선으로 본다. 그러다보니 일감을 따내려는 택배사가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이 택배 기사나 대리점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난 택배’ 누가 그들을 화나게 했을까. 

올봄 멈춰선 택배의 불편한 진실이 보낸 시그널을 정확히 읽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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