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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택배…불편한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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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6. 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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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4배 커졌는데 단가는 40% 싸져

택배업체·기사 모두 수익 악화에 시름 



[CLO 김철민 기자] 지난 4월 3일부터 18일까지 보름동안 발생한 CJ대한통운발(發) 택배대란이 몰고 온 사회적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성난 택배’, 도대체 누가 그들을 멈춰 세웠을까. 


업체 난립→과당 경쟁→수수료 하락→회사와 택배기사 수익성 악화의 패턴이 십여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게 택배업의 현실이다. 2004년 증차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불법영업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운송거부도 따지고 보면 열악해진 영업환경의 결과물이다. 지난달 대한통운과 CJ GLS가 통합하면서 880~950원이던 건당 배송 수수료가 800~820원으로 떨어져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주장이다. 


업계는 이번 CJ대한통운 사태가 국내 택배 업계의 치열한 경쟁 환경과 터무니없이 낮은 택배 단가에서 비롯됐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수수료 싸움, 불편한 진실

본사와 택배기사들이 나눠먹을 게 부족하다 보니 수수료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십 수년째 ‘치킨게임(Chicken Game)’이 반복된 국내 택배산업의 초라한 성적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 택배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 3년 전 2조7000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매년 3000억원 가까이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단가는 매년 뒷걸음질 쳤다. 15년 전 택배 박스당 4000원하던 요금은 2200원대로 추락했다. 서적, 의류, 화장품 등의 초소형 택배시장 요금은 이미 1300원대 미만까지 떨어진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본사도, 영업소도 택배 한 상자를 배달하고 서로 가져갈게 별로 없는 구조라며 긴 한숨을 내쉰다. 이런 모습에 일부 소비자들은 대형 택배사들이 지나치게 엄살을 피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종종 있다.  


영업이익률 2%대 ‘속빈강정’ 

그렇다면 업계 1,2위 업체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의 택배 실적(공시자료)은 어떨까. 실제로 올 1분기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은 2.2%, 한진은 2.7% 등 2%대로 떨어졌다. 3위 현대로지스틱는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532억원을 기록했다. 


‘빅3’ 상위권 택배사의 실적만 빨간불이 켜진 건 아니다. 중위권 택배업체들은 산소 호흡기를 단 상태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택배의 지난해 실적은 -196억원, KG그룹 계열사인 KG옐로우캡은 -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업체들의 엄살은 엄연한 현실이다.


업체 간 출혈경쟁은 급기야 택배사들이 일선 배송기사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이 수수료 문제를 이유로 운행을 거부한 것도 이처럼 국내 택배산업이 빠르고 치열하게 커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가 작용한 셈이다.


택배 1상자당 택배기사 600원 받아

본사 형편이 이 정도인데, 택배기사들의 수입은 오죽하겠는가.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1㎏ 미만의 택배를 보낼 때 소비자가 내는 요금은 평균 4000원. 이 돈은 상자 수거(집화) 택배기사 수수료 1200원(30%), 도착지 배송 택배기사 수수료 1000원(25%), 분류 인건비 300원, 차량 운송비 250원 등으로 쓰이고 택배회사 영업이익은 230원(5.7%)에 불과하다.


택배회사 전체 물량의 95%를 차지하는 기업 물량의 경우 수익 구조가 훨씬 취약하다. 기업 물량 택배 단가는 개인 물량의 반 토막 수준인 건당 평균 2200원. 여기에 집화 택배기사 수수료 330원, 배송 택배기사 수수료 880원, 운송 단계별 비용 920원이 지급되고 나면 택배회사 이익은 70원 수준이다. 배송 택배기사의 경우 건당 880원의 수수료를 받아도 여기서 다시 유류비, 보험료, 통신비, 차량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택배 한 상자당 676원 정도를 손에 쥐는 구조다.


회사의 수익도 마찬가지다. 기사 수수료 외에 각종 비용 920원(상하차 비용, 터미널 운영비) 등을 빼면 영업이익은 70원(3.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업자득과 갑의 횡포

택배업계 수익성 악화는 업체 간 가격경쟁으로 인한 자업자득의 결과다. 업계 내부에서도 줄곧 반성의 소리가 높다.   


올 초 현대로지스틱스 노영돈 대표가 택배기사의 처우개선 등을 이유로 택배요금 정상화를 위해 500원 인상 추진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보다 앞서 2011년부터 한진, 로젠택배 등을 중심으로 택배단가 인상을 위한 수차례 시도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은 택배업체들의 생각만큼 움직이질 않았다. 우선 요금인상은 택배시장의 ‘갑’인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등 고객사들의 수긍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택배비를 주는 회사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업계에서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고객사 입장에서는 기존 택배사가 요금인상을 요구하면 경쟁업체로 바꿔 타면 될 일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고객사 이탈을 염려한 택배사는 요금인상은커녕 경쟁사 눈치 보기에 급급하기 일쑤였다.  


유통-택배업계 공생 없인 ‘공멸’

사실 인터넷쇼핑몰 등 신유통과 택배(물류)산업은 질적, 양적 성장을 하면서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2010년 백화점을 제치고 대형 마트와 더불어 2대 유통 경로로 자리매김했다. 또 2012년 대형 마트를 넘어서 매출액 35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가장 큰 유통 채널을 형성하고 있다. 


택배시장의 수익성이 곤두박질 칠 때, 온라인 유통업계는 승승장구 해왔다는 점에서 양 업계가 정상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일이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이용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소비자나 고객사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당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택배 이용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택배서비스 불만접수는 2010년 9905건에서 지난해 1만660건으로 증가했다.

한번 돌아선 고객을 다시 붙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눈여겨볼 대목인 것이다.


표1, 택배 단가 추이 (단위: 원) 

개인고객 / 4405 / 3572

기업고객 / 3241 / 2204

4000/3000/2000

2000/2010/201


택배 시장 규모 (단위: 원)

3.5조 / 2.5조

3조5200억원 / 2조7200억원

2009/2010/2011/2012

자료: 한국통합물류협회



표2, 택배비 구조 

택배 배송 단계

기업고객 2200원 / 330원 수거 수수료 / SUB 터미널 / HUB 터미널 920원, 상하차 인건비, 트럭 운송비, 터미널 운영비, 기타비용 (택배회사 이익 70원)

사무실, 가정 / 880원 배송 수수료 / SUB 터미널

택배기사 순이익(택배 배송 수수료에서 비용 제외) 676원

75 차량할부금 / 43 유류비 / 54 보험료, 통신비, 기타 유지비 / 32 지입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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