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더블넘버제’ 시행…물류혁명 기대
천일정기-일본통운 정식 차량운행 개시
[CLO 김철민 기자|부산] #. 29일 부산항, 물류업체인 천일정기화물자동차는 일본 닛산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고객사의 물건을 실은 피견인 트레일러를 통째로 로로선박에 선적했다. 하루 만에 화물선이 도착할 곳은 일본 후쿠오카항, 현지 물류업체인 일본통운은 사전통관을 마친 트레일러를 견인해 후쿠오카현 규수 닛산 공장으로 바로 출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수출제품을 싣고 출발한 '피견인 트레일러(트랙터 헤드를 분리한 짐칸)'가 국내 화물차량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로운행을 시작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일본 땅을 달리는 한국 트럭인 셈이다.
천일정기화물자동차는 29일 오후 2시 부산시 강서구에 있는 C&S국제물류센터에서 '한일 피견인 더블넘버 트레일러 상호주행' 기념식을 열었다.
이 시스템은 한일 양국의 차량번호 2개를 단 트레일러를 로로(Roll-on Roll-off) 시스템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로로 시스템이란, 화물을 실은 트럭이 배에 오른 뒤 도착지 항만에 도착하면 그대로 내려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를 한국 측 트랙터가 일본으로 가는 선박까지 실은 뒤 내린다. 배가 일본에 도착하면 일본 측 트랙터가 한국에서 온 트레일러를 싣고 일본 목적지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다. 자체 동력은 없지만 차량으로 인정되는 한국 측 트레일러가 일본 도로를 주행하게 된 것이다.
현재 피견인 트레일러 상호주행 시범사업자로 한국에서는 천일정기화물자동차가, 일본에서는 일본통운이 지정돼 총 4대가 운행되고 있다.
한일 양국 간 피견인 더블넘버 트레일러 상호주행이 개통되기 전에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형태로 화물선에 옮겨 실은 뒤 일본 항구에서 다른 트럭에 옮겨 실어야 했다.
그러나 더블넘버제 시행으로 따로 물건을 옮겨 싣거나 내릴 필요가 없어 통관속도가 기존 45일에서 5일로 1/10 정도 빨라지고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부품이 일본의 생산 공장으로 사실상 직행하는 셈.
운송기간 1/10 단축, 물류비도 저렴
부산지역 車부품 서플라이체인 개선
양국 물류업계 관련업계는 양국의 더블넘버제 시행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바닷길을 잇는 물류혁명’이라는 평가다.
서비스가 본격적화될 경우, 부산 진출을 모색하는 일본 기업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닛산자동차의 경우, 요코하마에서 규슈 공장까지 300㎞ 이상의 거리지만 부산항에서는 200㎞ 미만이라 부산·경남지역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다.
닛산 부품공급업체인 게스템프카테크 정병길 대표는 “일본 내 트럭 운송비보다 한국에서 배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을 가져가는 게 품질면이나 물류비에서 유리해져 한국 부품을 이용하는 일본 제조업체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산 등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혼다자동차는 한국지사에 부품구매부를 만들어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것으로 전했다. 또 토요타자동차도 한국 내 부품을 일본으로 반입하기 위해 모 물류업체에 문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 및 부품공급 거점 분산 등 리스크 관리에 예민해진 일본 생산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류 등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부산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일정기화물자동차 박재억 대표는 “앞으로 이 시스템이 완전 정착되면 우리 측 트랙터까지 로로 선박에 실어 우리나라 트랙터가 일본 도로를 운행할 수 있게 돼 물류기간과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넘버제: 트레일러 뒷부분에 '부산 97 사 4710', 한글로 쓰여진 화물차 번호판이 붙어 있다. 바로 옆에는 후쿠오카 한자 이름이 새겨진 일본 번호판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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