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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 남양유업 사태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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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6. 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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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남양유업 사태와 공급망관리



 CLO's Tip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유통업계 '밀어내기', ‘강제할당’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신제품 또는 단종을 앞둔 제품들이 식품업계 '밀어내기' 주요 판매 품목으로 꼽힌다. 제조업체가 신제품에 대한 목표를 일방적으로 설정, 이에 맞춰 대리점들의 판매목표를 내부 전산망을 이용해 높게 주문해 물량을 떠넘기는 식이다. 또 본사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 고스란히 대리점주들의 몫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이런 잘못된 관행은 현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정책과도 역행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적 측면인 공급망관리(SCM) 관점에서 그 해법은 무엇일까.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은 정확한 수요예측(S&OP)을 통한 판매계획 수립보다는 영업목표 달성 중심의 일부 잘못된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SCM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SCM 기법은 본사와 협력업체 간 유기적인 시스템 결합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상생’과 ‘협업’이라는 기본 정신이 그 배경으로 깔려 있다. 경제민주화 실천 방안으로 SCM이 그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을 일인지 모를 일이다. <editor> 



유통업계 ‘밀어내기’ 예방…정확한 수요예측부터 

영업보다는 판매 중심의 수요예측(S&OP)부터

전문가들, 공급망혁신이 협업과 상생의 지름길


[CLO 김철민 기자] 최근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등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이 사회적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본사가 대리점에 필요 이상의 제품을 강제로 구매토록하는 밀어내기 수법이 도매유통을 거치는 유통업계 전체에 팽배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공급망관리(SCM) 관점에서 유통업계 밀어내기 관행을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인하대학교 김종배 물류전문대학원 겸임교수(현 해태제가 S&OP팀 팀장)는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은 정확한 수요예측(S&OP)을 통한 판매계획 수립보다는 영업목표 달성 중심의 일부 잘못된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식품 등 유통업체들의 후진적 생산, 공급, 물류관리체계에 대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수요예측 앞선 영업목표

밀어내기의 배경은 업체 스스로 무리하게 판매목표를 세우고, 그로 인해 팔지 못한 재고가 쌓여 대리점에게 떠넘기는 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밀어내기의 주요 판매 품목은 신제품 또는 단종을 앞둔 제품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했다. 잘 팔리는 제품들은 오히려 수량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대리점이 안달 나지만 비인기 제품은 본사로부터 공급을 받아도 재고로 남게 돼 절대 받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 본사는 전산망을 조작하기도 한다. 신제품의 경우, 대리점들의 판매목표를 내부 전산망을 이용해 높게 주문해 물량을 떠넘기는 것이다. 본사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 대리점의 몫이 되는 경우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기업이 시장에 내다 팔 제품이 얼마큼 필요한가를 측정하는 정확한 수요예측과 제대로 된 공급망계획을 먼저 수립하는 조직문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경우, 기업은 정말 팔 수 있는 수량만 생산해야 불필요한 생산·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대리점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는 것.


실현 불가능한 판매목표는 아예 세우지 않고, 구매→생산→공급→재고관리가 일사천리로 이뤄져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공급망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 교수는 “판촉활동과 유통마진에만 몰두하는 영업행태가 지속되는 한 유통업계 밀어내기 관행 등 불공정거래는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CM 등 선진경영기법 ‘확산’

이번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로 인해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SCM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거나 준비 중인 식품・주류업체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동원F&B는 올 초 박성칠 사장 부임 이후 SCM팀을 조직하고 빠르면 6월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강력한 SCM을 도입하고 있다. 박 사장은 식품업계에 몸담기 전인 지난 2006년까지 삼성전자에서 SCM과 프로세스 혁신을 담당한, 이른바 공급망관리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동원F&B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계획을 하나로 통합하고, 그에 따라 생산, 물류, 재고관리가 이뤄지는 SCM을 이달부터 도입할 계획”이라며 “다른 업종에 비해 유난히 재고가 많은 식품업계에 SCM이 최적화하면 연간 150억∼200억원은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오는 8월부터 영업부서가 월 단위로 수립했던 판매계획을 주간단위로 바꾸는 등 SCM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소주나 맥주는 날씨 같은 외부변수 영향을 많이 받아 수요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간단위로까지 판매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그러나 월말에 판매량이 20∼30%씩 집중되는 기현상을 고치고 재고량도 지금보다 30%이상 줄이려면 주간단위로 촘촘한 판매계획부터 세워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고시점에서 3개월이 지난 주류는 사실상 재고로 보기 때문에 주간단위 판매계획이 관건”이라며 “이처럼 면밀하게 SCM을 도입하면 재고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고 연간 100억원이상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몇몇 기업들은 SCM 분야에 앞서 있는 농심, 대상 등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우선 농심은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최적의 물량만 생산한다’는 원칙하에 SCM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시장에서 실제 팔리고 있는 판매 수치를 기반으로 품목별로 재고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1일 2회 이상 전 제품을 모니터링할 정도로 수요 변화에 집중해 그에 맞게 생산 계획도 수립한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SCM을 도입한 대상은 2012년 재고량이 2007년 대비 49% 감소하는 등 SCM 도입이후 매년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고 있다. 대상은 제품 발주를 대리점만이 할 수 있고, 한번 발주한 주문은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한 DAW(DAESANG Agent Web)시스템을 만들어 대리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SCM은 대리점주가 필요한 양만큼만 발주하므로 밀어내기는 있을래야 있을 수 없다”며 “재고 목표를 달성한 대리점에게는 특별 장려금까지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CM 전문가들은 SCM 기법은 본사와 협력업체 간 유기적인 시스템 결합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상생’과 ‘협업’이라는 기본 정신이 깔려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실천 전략으로 SCM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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