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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 미묘한 출하지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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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10. 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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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지시’란 일반적으로 매출주문 입력 후 물류센터에서 피킹을 지시하기 전까지의 단계를 말한다. 출하지시는 전체 공급망 상에서 아주 작은 한 단계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한다.


글. 후버 인터넷 물류논객


거래선으로부터 수주를 하고 매출 주문을 입력한다. 물류센터에서는 동일 거래선으로 배송되는 매출 주문을 개별 주문 단위로, 또는 한데 모아서 운송계획을 수립하고 물류센터 작업자에게 피킹(Picking)을 지시한다. 물류센터 작업자는 피킹 후, 팔레타이징(Palletizing)을 하고 배송차량에 상차한다. 배송차량은 물류센터를 출발한다.

프로젝트 카고(Project Cargo)가 아닌 일반 경공업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라면 대체로 이 같은 프로세스로 거래선에 물건을 보내 준다.


IT업무를 오래 해서일까. 필자는 매출주문 입력 후 물류센터에서 피킹을 지시하기 전까지의 단계에 관심이 많다. 보통 출하지시라 불리는 이 단계는 전체 공급망 안에서는 아주 작은 한 단계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한다.


하나의 제조기업 안에서조차도 ▲제품군의 특성 ▲거래선 특성 ▲배송의 특성에 따라 가용재고가 있다. 이 때문에 거래선에 재무상의 결격사항이 없으면 무조건 물류센터로 출하를 지시하는 경우도 있고, 가용재고가 있고 거래선에 결격사항이 없더라도 선별적으로 출하를 지시하는 경우도 있으며, 출하지시 전에 동일 날짜 동일 거래선 배송을 위해 FTL(Full Truck Load)을 감안해서 여러 매출주문을 묶어서 출하를 지시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러 매출주문을 물류센터에서 묶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출하지시의 딜레마

어떤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 물건이 크다면 FTL을 만들기 쉽기 때문에 매출주문을 만들자마자 물류센터에 출하지시를 해도 물류센터에서는 충분히 FTL로 배송하고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물건이 크기 때문에 품명 등이 눈에 잘 띄어서 피킹 작업자가 실수할 확률도 낮다. 그러나 물건이 작거나 가로, 세로 높이가 다양하다면, 일단 물류센터에 FTL 배송을 하라고 일임해 놓으면 별도의 견제장치가 없는 한 물류센터에서 작업하기 힘들다. 차라리 매출주문을 만든 측에서 여러 개의 주문을 묶어서 출하를 지시하는 편이 낫다.


물류센터 현장에서 단순히 귀찮다고 안하는 것은 아니리라. 여러 매출주문을 하나로 묶어서 운송계획 수립하고 피킹 웨이브를 만드는 사이 피킹 작업자들은 대기해야 한다. 피킹 작업자들은 리듬에 따라 정해진 동작을 소화하여 아름다운 군무를 만들어내는 무용단의 무용수들 같아서 일해야 하는 시점에 그 때 해야 할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급속도로 근로의욕이 떨어진다. 게다가 물건이 작으면 품명을 알아보기도 힘들다. 사이즈가 다양한 물건은 피킹 작업자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잘못 피킹될 확률도 높인다. 대형마트 가서 생수 12병을 집을 때와 라면 한묶음을 집을 때 허리에 느낀 피로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본사와 현장 간 샅바싸움

오래전 현업부서끼리 한바탕 기싸움이 벌어졌다. 매출주문을 낸 담당자는 사원. 물류센터의 출하 담당자는 중간 관리자급. 매출주문은 총 10개의 모델. 하나의 모델은 0.001 CBM(Cubic Meter), 즉 가로세로 10cm에 해당. 전량 피킹이 아니라 두 번에 나뉘어서 출하. 그것도 모델별로 전량 출하가 아니라 부분 출하. 결정적으로 외주 협력업체가 생산도 다 못해서 가용재고도 모자란 상태. 이거야말로 결정타다.


물류센터의 출하 담당자는 발끈했다. 하루에 받는 출하지시가 한두건도 아니고, 아주 작은 물건들 출하를 작업자가 일일이 기억했다가 출하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리라. 매출주문을 낸 사원은 일단 관리자급 직원이 발끈하니 전전긍긍.


이런 경우 화주기업 안에서도 사람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물류센터에서 부분출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남은 주문 출하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라면, 물류센터 현장에서 주문을 갖고 있다가 출하해 주는 것이 맞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주문을 하나둘 받는 것도 아니니, 물류센터에서 책임지고 출하하기는 힘에 부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예의 주문이면 정말 애매하다.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리해주는 남자)을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출하 못해주겠다고 버티는 중간 관리자를 야속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매출 주문을 낸 사원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하자니 사원이 모르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누가 책임을 져야하나

대부분 제조업체들은 이런 경우 매출주문을 낸 쪽 또는 물류센터 어느 쪽에서건 분할 처리가 가능하게 되어 있을 것이다. 매출주문을 낸 쪽에서 일부 수량만 분할해서 출하를 지시할 수도 있고, 아니면 물류센터에서 분할 출하한 후 나머지 주문은 추후 출하하거나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누구든지 분할 행위를 하면 그만인 것이다. 만약 누가 그것을 할 것인지 늘 애매하다면 정하면 된다. 무조건 매출주문을 낸 쪽에서 분할하던가, 아니면 물류센터에서 분할하던가. 물론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지를 생각하고 정하면 더 좋겠다.


앞서 언급한 예처럼 물건이 매우 경박단소하고, 분할 출하 조건이 까다롭다면, 저런 경우는 매출주문을 낸 쪽에서 분할해 주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만약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필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에 글 남겨 주시라. 만약 기준을 정하지 않는다면 시쳇말로 짬밥(잔반에서 변한 말, 군대에서 쓰이는 용어) 없는 사람이 지고, 물류센터 출하 담당자와 면식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 프로세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은 올바른 프로세스라고 말할 수 없다.


출하지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물류를 대하는 제조업체의 자세가 그대로 녹아 있다. 어차피 제조업체와 물류는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매출 증대와 고객 만족도 증대라는 대명제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서로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지를 생각하고 기준을 수립하고, 그 기준에 어긋나는 경우만 서로 싸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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