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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에 목숨 건 배달전쟁…택배도 닮은꼴

INSIGHT

by 김편 2011. 2. 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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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원에 목숨 건 배달전쟁…택배도 닮은꼴
 
지난 13일 서울 문래동에서 피자 배달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군(18)이 버스와 충돌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론과 네티즌들은 사고원인을 놓고 '버스 신호위반 문제'와 '피자 배달 30분제'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회전반을 숙연하게 만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김군의 직접적인 사인은 분명 교통사고다. 그러나 젊은 알바생을 사지로 몰고 간 것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소비자들의 비뚤어진 '재촉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또 이런 소비습성을 부추긴 유통·택배업계의 위험천만한 배송서비스 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사고가 난 피자배달 이외에도 치킨, 중화요리, 인터넷서점 당일(택배)배송, 기업형 슈퍼마켓(SSM) 오전배송 등 전국 방방곡곡이 배달전쟁 중이다. 과거에도 있던 배달서비스 형태를 새삼스레 문제 삼는 것에 괜한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너무 당연시했던 운송산업 구조가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이쯤에서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또 앞으로 어느 누군가에게 닥쳐올 목숨 건 배달전쟁이라면 더욱 안될 일이다.

이젠 보편화된 생활편의형 택배서비스 중 하나인 서적 당일배송(하루만에 배송)을 예를 들어보자. 이는 치킨, 피자배달 등 오토바이 배송싸움과 다를 바 없다. 불과 1~2년전 일반화된 서적택배는 바쁜 직장인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다.

택배기사들은 오토바이와 1톤 미만의 소형화물차를 통해 하루 150~200여건의 배송에 나선다. 오전 6시에 출근해 물류센터 분류작업을 시작으로 밤 8~9시까지 관할지역을 100m 달리듯 뛰어다닌다.

한손에는 차량핸들이, 또 다른 한손에는 김밥 한 줄이… 휴대폰은 아예 귀에 꽂고 하루 종일 통화 중이다. 이런 속사정을 알리 없는 소비자들은 "언제 오냐, 몇시까지 와달라, 집에 없으니 다음에 방문해달라"며 배송기사들을 하루에도 수십번 채근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택배업계에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 뿐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하다. 한 택배영업소장은 이런 이유와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더욱이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택배기사들 과반수이상이 불법자가용과 특수고용직 형태로 일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산재보험 등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안전운행을 지켜야할 1차적 책임은 택배기사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들 삶의 이면을 바라보자. 일한 만큼 벌어가는 이들은 하루벌이를 위해 목숨 건 도로 위 질주를 감행한다. 이러다 교통법규위반 딱지라도 떼이는 날은 하루일당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이런 불법운행을 부추기는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등 유통업체와 택배사도 문제다. 서적, 의류 등 쇼핑몰은 이른바 '총알배송', '당일배송' 등의 이름을 내걸고 자사상품의 운송서비스를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에 수십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 택배사들은 유통업체들의 이런 요구사항을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고용주체인 택배사와 '갑'의 입장인 화주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야 되고, 해당 업체의 고객들로부터 불만이라도 접수되는 날엔 본사로부터 문책을 받기 일쑤다. 이런 푸대접 속에서 택배기사들이 박스 한 건당 받아가는 수익(수수료)은 고작 500~800원 수준이다.

취약계층은 택배뿐만이 아니다. 대리운전과 오토바이 퀵서비스 등 모든 업종을 막론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게 국내 운송시장의 씁쓸한 현주소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놓고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택배업체들을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화물차용달협회 등이 문제점 해결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이해관계자는 해당업체만의 이익을 위한 입장다툼만 벌이고 있다.

택배업계는 화물차증차와 외국인고용 등을 요지로 택배법 신설을 주장하고 있고, 용달협회는 산적한 용달차 해소를 위해 택배사가 웃돈을 주고 번호판을 사주길 바라는 눈치다. 양측의 장사속이 너무 치졸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지경이다.   

이 같은 대립구도는 대리기사, 퀵서비스 등에도 고용과 4대보험 적용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사고가 발생해 억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반짝 관심을 갖는 정부와 국회의 민심 살피기가 운송업계 종사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김군 이외에도 숨겨져 있는 배달민족 후예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은 산적해 있다. 국내 운송시장에서 더 이상의 억울한 희생이 발생되지 않도록 성숙한 소비문화와 유통·택배업체들의 건전한 기업 활동,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마련이 시급할 때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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