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시장규모 확대를 넘어 수직적 가차사슬 확대로…
"왜 아마존에 더 주목해야 하나?
글.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CLO TIP. 오늘날 물류산업은 시장의 포화, 경쟁의 심화, 성장의 침체, 그리고 새로운 가치 창출 능력에 대한 부재로 인해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제조·유통기업체들이 물류분야로의 가치사슬 영역확장은 물류산업과 물류기업에게 또 다른 위기와 함께 새로운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12년 3월 18일.
세계 물류시장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M&A(인수합병) 소식이 발표됐다. 바로 UPS의 TNT 인수이다. 전 세계 2위 물류기업인 UPS는 세계 4위 규모이자 유럽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네덜란드의 TNT를 52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물류산업 내 굵직굵직한 메이저 기업들의 M&A가 수차례 이뤄졌지만, 이번 인수합병은 그 규모나 성격 면에서 과거의 그 어떤 인수합병보다도 상당히 큰 시장 역학구도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3월 19일.
UPS의 TNT 인수 발표에 이어 그 다음날에는 메가톤급 소식에 밀려 비교적 세간의 관심을 덜 받은 M&A 소식이 한건 더 전해졌다. 이는 바로 세계적인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AMAZON)이 물류센터 운영의 무인자동화 장비를 생산하는 '키바시스템즈(KIVA SYSTEMS)'를 7억8천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불과 하루 차이로 발표된 서로 다른 두 건의 인수합병 소식. 서로 다른 이들의 M&A 소식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UPS보다 아마존의 키바 인수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UPS의 TNT합병 - 물류기업의 수평적 확장 전략
UPS는 53.7%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9.5유로에 TNT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대부분의 글로벌 물류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적 추진 방향과 일치한다. 이는 곧 UPS가 기존 미국 시장중심의 기업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연간 매출 600억 달러 규모의 공룡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TNT를 인수함으로써 성장 정체에 직면하고 있는 UPS에게 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동시에 전체 매출 중 약 1/3을 아시아 지역에서 거두고 있는 TNT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이라는 관점에 대한 반대편 축으로써 네트워크 확장의 규모에 따라 유럽에서 매년 4억~6억 유로의 비용절감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FedEx도 TNT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유럽시장에서의 낮은 매출비중으로 인해 비용절감효과가 작고,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등 노후화된 운송장비 교체에 따른 막대한 현금부족으로 TNT 인수를 최종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UPS의 TNT 합병은 비록 유럽 내의 반독점법 규정에 따른 심사가 추가로 남아있긴 하지만, 글로벌 물류시장 내 전형적인 네트워크 기반 확장 전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일한 산업영역내의 글로벌 전초기지를 확보하는 수평적 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에 의한 비용절감을 주요목표로 하고 있다. 즉,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통적인 경쟁전략이 다시 한 번 글로벌 물류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의 키바 합병 - 제조·유통기업의 수직적 확장 전략
아마존은 2000년대 중반 설립돼 물류센터 운영에 필요한 자동화 로봇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키바시스템즈를 7억8천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M&A 시장은 이번 인수가격에 대 꽤 높은 가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키바는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아마존을 비롯해 문구 판매업체인 스태플닷컴(Staples.com), 온라인 신발판매회사인 재포스(ZAPPOS)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상에서 서적 등의 제품을 유통 판매하는 아마존이 왜 하필 특수 물류설비 제작업체인 키바를 인수했을까? 현재까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비용절감이다. 아마존은 2012년 현재 약 70여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매출의 성장세에 따라 매년 10여개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설립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바의 솔루션은 물류센터 내 작업효율의 향상과 비용절감을 혁신적으로 가능케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아마존은 키바가 매력적인 설비업체 임에는 분명하지만 로봇 물류 자동화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높다는 문제점이 발생된다. 통상적으로 한 곳의 물류센터에 키바 로봇을 설치할 경우, 대략 2천만 달러(약 22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대량구매에 대한 할인율 50%를 적용해도 물류센터 한 곳당 1천만 달러(약 110억 원)가 들어가게 된다. 아마존이 보유 중인 70개의 센터에 이들 설비를 설치할 경우 약 7억 달러가 지불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예상 설치비용은 아마존의 키바 인수금액인 7억8천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다시 말해 장비를 도입하는데, 소요되는 금액과 판매업체 자체를 인수하는 금액이 서로 비슷하기에 장비도입 대신 업체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물론 장비에 대한 제조원가와 운용비용 등이 포함되면 설치비용은 더욱 늘어나겠지만, 인수로 인한 비용의 절감과 함께 인수한 기업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매출은 분명 아마존에게는 매력적인 거래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데이브 클라크(Dave Clark) 아마존 부사장은 키바 인수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유지해온 아마존의 혁신적 물류센터 자동화 추진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아마존의 키바 인수는 공급망관리(SCM)의 전체적 관점에서 전방 프로세스인 주문관리는 인터넷을 통해 합리화하면서, 동시에 후방 프로세스인 주문충족 부분을 키바를 통해 자동화함으로써 전사 프로세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오라클(ORACLE)의 썬마이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인수나 구글(Google)의 모토로라(MOTOROLA) 인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치사슬 전체에 대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아마존은 월마트(WALMART) 등 잠재적 경쟁사들에 대해 키바 기술에 대한 접근을 원척적으로 봉쇄해 전략우위를 지속적으로 선점한다는 데 있다. 즉, 키바를 인수한 후 이들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판매를 선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경쟁상대의 프로세스 효율화를 저해하는 것이다. 사실 첫 번째 비용절감 관점보다는 두 번째의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아마존이 구체적으로 키바 시스템 도입에 대한 계획을 전혀 검토한 바 없으며, 설령 도입하더라도 키바의 현재 생산용량으로는 당분간 아마존의 수요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아마존의 M&A사례에 더 주목해야 하는가?
UPS와 아마존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인수합병 사례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할까? UPS의 경우, 단순히 시장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인수합병인 반면에 아마존은 새로운 인수합병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직적 통합 관점에서 유통 혹은 제조기업의 사업 다각화가 물류분야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아마존이 키바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재포스를 지난 2009년 8억5천말 달러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사실 2009년 아마존의 재포스 인수는 엄밀한 관점에서 UPS의 TNT 인수합병과 같은 수평적 관점에서의 인수합병이다. 그런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할 대목은 재포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초기에는 신발에 대한 온라인 유통이었다가 2005년을 넘어가면서 물류센터 관리모델(Order Fulfillment 전문 업체)로 전환됐다는 사실이다.
재포스는 초기 물류 및 주문처리 부분을 3PL(3자물류)기업인 UPS에 위탁해 운영했다. 그러나 신발이라고 하는 제품 특수성에 따른 재고가시성의 부재, 많은 종류의 SKU(stock keeping unit)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이런 고민 끝에 재포스는 물류센터의 운영 부문을 자신의 핵심역량으로 간주하면서 기업의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재포스스가 키바의 솔루션을 도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현재 재포스는 자신의 웹사이트 주문 이외에도 기타 제휴 사이트의 주문을 함께 처리하는 주문충족(Order Fulfillment) 프로세스를 갖춘 전문 물류센터 운영업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마존이 유통업체에서 물류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재포스를 인수한데 이어 물류설비 전문기업인 키바를 인수한 것은 새로운 수익과 시장의 창출을 위해 제조·유통기업이 물류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 컨버전스의 신호탄인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아마존의 키바 인수를 단순한 놀라움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같은 시기 발표된 UPS와 아마존의 인수합병 소식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민정웅 |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미 스탠포드대학 공학박사
필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물류학원론’, ‘공급사슬물류관리’, ‘물류기술과 보안의 이해’ 등이 있으며 IT 및 Operation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사슬관리, 물류정보시스템, 물류보안, SCM과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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