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 김철민 기자 =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물류 톱(Top)5가 되겠다."
노조·범삼성가 갈등…산 넘어 산
이재현 회장, 직원들과 첫 스킨십 "한번 해보자" 의욕
2020년 매출 25조원 달성, 글로벌 Top5 목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도이치포스트 DHL 등과 어깨를 견줄 전 세계 5위권 물류기업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글로벌 물류 상위 5개사는 1위 DHL(매출 80조원)을 필두로 UPS(54조원), 페덱스(40조원), TNT(20조원), 퀴네나겔(Kuehne+Nagel), 세바(CEVA) 등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CJ그룹 물류부문 총매출액은 3조4000억원(대한통운 2조2442억원+CJ GLS 1조1000억원 추정 / 해외법인 매출 제외) 규모다. 수치로 보면 CJ그룹이 제시한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0년까지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새로운 도전과 매출 성장세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는 그룹 4대 포트폴리오"
그러나 CJ의 자신감은 충만하다. 이 회장은 항만운영, 육상운송 등 국내 최강 물류 인프라를 내세운 대한통운에,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는 CJ GLS를 얹히면 시너지 창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 후, 이현우 대한통운 대표와 손관수 CJ GLS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을 함께 불러 '글로벌 SCM 이노베이터(The Global SCM Innovator)'가 돼줄 것을 주문했다. 지난 12일 개최된 'CJ그룹 물류사업 비전 선포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현장에 참석했던 대한통운과 CJ GLS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던 것으로 전했다. 회사 고위 임원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그룹 양대 물류계열사의 임직원들을 직접 챙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런 자리가 처음인데다 (물류를)미래성장형 산업으로 인정하고, 확고한 비전까지 제시해 가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회장은 "물류가 그룹의 4대 포트폴리오 중 가장 중요한 부문"이라며 대한통운과 CJ GLS의 역할을 추켜세웠다. 또 그는 그룹의 제일주의(온리원, Only one) 정신을 각인시키며 "물류를 자동차, 조선, 철강과 같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자"고 당부했다. 물류가 CJ그룹 사업영역 중 변방에서 중심으로 힘껏 솟아오르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대한통운과 CJ GLS는 해외 매출 비중 50% 상향과 해외 네트워크도 100개 이상을 확보할 계획으로 해외 전략지역인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미주와 유럽지역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CJ의 장밋빛 전망 뒤에는 먹구름도 껴 있다. 대다수의 물류전문가들은 CJ가 대한통운 인수 성공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CJ의 글로벌 물류 톱5 입성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CJ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CJ가 글로벌 물류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3가지 요소를 꼽았다.
첫째, 노조 문제다. 무노조 경영이 원칙인 CJ가 대한통운 인수로 계열사 중 유일하게 노조를 만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노조운영 경험이 없는 CJ로서는 경영활동의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물류기업 노무팀 관계자는 "CJ의 양대 물류계열사인 대한통운과 CJ GLS가 통합수순을 밟게 될 경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구조조정·사업재편 등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CJ GLS는 국내 물류기업 중 가장 많은 M&A(인수·합병)를 거쳐 빠르게 성장한 업체다. 2007년 삼성물산 택배회사인 HTH를 인수하면서 CJ GLS는 많은 인력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대한통운 노조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CJ가 대한통운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노조가 즉각 실사반대 등 총력투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사 노조 관계자는 "CJ그룹과 한 식구가 된 상황에서 사측과 건전한 노사 관계 구축을 하는 것이 현재의 공식 입장"이라며 "올해 전 사업장의 무분규 선언 및 임금단체협상에 대한 회사 위임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둘째, 기업 문화다. 대한통운은 항만, 하역, 육상운송, 연안해송, 창고 등을 갖춘 국가 대표급 자산형(asset-based) 물류기업이다. 반면 CJ GLS는 대한통운과 달리 물류수행의 필수 요소인 차량, 물류센터 등을 임차해 사용하는 대신 인력, 정보화 역량 등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자산형(non asset) 물류업체로 꼽힌다.
서로 다른 태생적 기반을 갖춘 양사는 핵심사업 분야나 매출 발생구조도 각각 다르다. 대한통운은 컨테이너·벌크 하역 및 운송, 철강·화학 원자재, 선박 블록 등 중대형 화물을 다루는 화주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반면 CJ GLS는 식품·의약품, 의류, 잡화, 공산품 등 소비재 중심의 화주를 두고 있다.
대한통운과 CJ GLS가 서로 다른 군의 다양한 화주들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덩치가 큰 사업구조상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유지할 수 있는데 반해 인수주체인 CJ GLS는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향상에 집중돼 있다.
쉽게 말해 대한통운은 '돈을 많이 쓴 만큼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라면 CJ GLS는 '돈을 아낀 만큼 이윤이 더 남는 구조'라는 점이다.
물류업계 한 전문가는 "서로 다른 사업구조를 취하고 있는 점은 물류수행 능력 향상에 더 없이 좋은 기회"라면서도 "양사가 서둘러 통합하게 될 경우, 오래 동안 몸에 밴 임직원들 간 업무관행 등의 마찰로 발생되는 불협화음은 분명 위기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헤드헌팅 업계는 지난해부터 대한통운 출신 물류전문인력의 이직이 늘고 있는 요인에 대해 CJ 인수 이후, 고용불안 증가와 문화적 이질감 등의 이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올초 대한통운 조직 내 PI추진단을 신설한 것은 CJ GLS과 시너지 창출 이외에도 조직 간 융화와 변화관리에 잘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부시선과 달리 인수 이전에 (대한통운 직원들이)느꼈던 막연한 고용불안 등은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범삼성가 갈등문제다. 최근 삼성-CJ의 집안 다툼으로 인해 계열사 간 물류 거래선 변경 등 물류업체인 CJ GLS, 대한통운에 불똥이 튀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베이징 법인의 현지 3PL을 맡았던 CJ GLS와 대한통운의 계약기간이 완료돼 삼성SDS로 이전됐다. 물류비만 1300억원 규모다. 내년 계약 완료되는 지역물량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 규모는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SDS는 중국 베이징,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일랜드 4개국에 삼성SDS글로벌SCL(Supply Chain Logistics, 공급망물류)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삼성SDS는 4개국 이외에도 점차적으로 삼성전자 미주, 유럽, 중남미법인으로 4PL운영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로지텍과 계약 중인 대한통운 운송물량 등도 점차적으로 줄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CJ 측은 삼성이 감정적으로 물량을 빼고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이재현 회장 CCTV 설치 사건을 시작해 대한통운 인수전 관여, 미행사건 등으로 불거진 감정싸움이 그 원인이라는 것.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해외 물류 체계를 하루, 이틀 만에 바꿀 수 있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는 말이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그룹 물류 일원화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며 "이번 사태 발생 전에 CJ GLS에 계약연장 불가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물류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삼성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삼성SDS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 것과 그 이전부터 4PL 진출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CJ GLS가 어느 정도의 변화는 이미 예측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물류전문가들은 CJ그룹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삼성 계열사 등의 거래처에만 의지하지 말고,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 물류 비전 선포식에서 대한통운과 CJ GLS 임직원들을 불러 놓고, 해외 매출 비중을 올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라고 주문한 것과 상통된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물류업체 대표는 "삼성과 CJ 간 대립이 물류계약 변경 등의 원인이라면 이는 협업과 상생 측면에서 물류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 될 것"이라며 "CJ그룹 물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 또한 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삼성과 CJ 간 물류 경쟁은 이제 막 전초전에 불과하다"며 "해외를 무대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3PL 역량이 양사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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