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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와 물류에 푹 빠진 '순정(純情)마초'

INSIGHT

by 김편 2012. 3. 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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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하나로 승부하라"
할리와 물류에 푹 빠진 '순정(純情)마초'
최양환 BLG 한국지사 대표

글. 김철민 기자
사진. 선규민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안되는 것'들이 참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의 눈에 이상하게 보일까봐 못하는 것'들이다. 백발의 노신사가 할리데이비슨을 타거나 2인승 컨버터블을 몰고 다니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범주에 속한다.

최양환 대표(73)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최 대표는 독일 브레멘 주(州)정부가 운영 중인 국영물류업체인 BLG 한국지사의 CEO로 활동 중이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20여년 가깝게, 그것도 외국 회사에서 CEO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니? 필자는 그 비결이 궁금했다. 그리고 해답은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최 대표가 사용하는 휴대폰은 어르신들이 흔히 쓰는 실버폰이 아니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저장된 사진 한 컷을 필자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띵동~' 알람과 함께 전송된 사진 속에는 하늘색 셔츠와 청바지에 모자를 쓰고, 큼직한 장식이 달린 허리띠를 맨 한 멋진 라이더가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게 누구일까?" 한참을 들여다봤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습에 필자는 사진 속 주인공이 그일 것이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물끄러미 최 대표의 얼굴을 올려봤다. "아차~."

입가에 미소를 지은 최 대표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듯 했다. "이봐, 젊은이, 그렇게 감이 없어서야 기자노릇 하겠어?"

5년 전 2007년 여름, 최 대표는 69세의 나이로 오직 할리데이비슨을 타기 위해 2종 소형 운전면허를 땄다.

"면허학원에서 어르신한텐 어려우니 한가한 겨울에 오시면 천천히 잘 가르쳐 드리겠다는 거야. 어떻게 겨울까지 기다려? 한 달 만에 땄지."

최 대표는 그런 사람이다. 앞서 운을 뗀 그의 성공비결은 바로 '열정(熱情)'이었다. 나이로만 그를 평가하려 했던 필자가 어리석었다.

"금요일 저녁이면 애마를 닦아 광을 내고, 주말이면 '할리데이비슨 오너스 그룹(H.O.G)' 회원 몇 명과 대열을 이뤄 바닷가와 산을 찾아 달리는 게 인생의 즐거움이지."

그의 열정이 담긴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했다. 8년 전, 최 대표는 사륜구동 자동차 6대를 이끌고 중국 대륙을 횡단했다. 그가 독일 유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 경주에 출전한 경험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젊었을 때 포르쉐를 동경했고, 스포츠카를 타고 싶었어. 그래서 돈이 생기면 꼬박꼬박 모았지. 직장봉급으로는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차를 살 순 없었어. 꼭 갖겠다는 간절함이 한푼 두푼 돈을 모으는 습관을 들이게 했고, 계속 차에 관심을 갖다보니 갖고 싶은 차를 싸게 살 방법이 생기더군. 사업도 그런 거야.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목표를 세웠지만 조금씩 실행에 옮기다보면 다 길이 보이는 법이지."

젊었을 때 취미를 발전시켜 새로운 영역에까지 적극적으로 도전했던 이유였을까? 최 대표가 20여년 가깝게 근무하고 있는 BLG는 유럽시장에서 잘 알려진 항만운영업체이자 자동차전문물류기업이다.

"겉으론 거칠어 보여도 사실은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건 할리(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를 탈 때나, 물류를 운영할 때나 똑같지." 해외 물류시장서 물류를 오래 경험한 최 대표는 사업에 대한 철학을 남다르게 해석했다.

"요즈음 국내 물류기업들은 숫자(매출)로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물류가 아니야. 단순하게 물건을 옮기는 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왜 물류를 하는지에 대한 고찰과 방향성을 잘 잡는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이 해외를 무대로 뛰는 동기가 될 수 있지. 결국 남들 다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해서는 안 되고, 고객에게 무엇을 선물할지를 먼저 고민해보면 답이 있지 않을까?"

최 대표는 국내 물류기업들이 좀 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를 주문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창의적 물류란 무엇일까?

"얼마 전에 BLG가 개발한 물류시스템 중에는 완성차가 선박으로 이동하는 중에 딜러들에게 차량 현황을 인공위성으로 보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게 있지. 한 달 넘게 이동하다 보니 중간의 수출 현지에 재고현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사전에 현지 딜러들에게 차량 정보를 제공하다 보면 판매물류 속도나 재고율을 낮출 수 있어 화주업체의 공급망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사실 이런 개선작업은 물류기업 입장에서도 화주와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어?"

최 대표의 말을 듣다가 필자는 앞으로 자동차전용선박 안에서 PDI(사전검사작업)센터 기능을 수행하거나 일부 차량의 조립, 변형이 가능한 공장을 실고 다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최 대표는 이런 발상의 전환과 고객 입장에서의 물류 프로세스 개선, 부가가치 창출을 실현할 수 있는 국내 물류기업들이 등장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20여 년 동안 최 대표가 자동차물류 분야에 몸담아 온 BLG는 브레멘 주정부가 51%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종합물류운영공사(綜合物流運營公社)로 본사는 브레멘항에 위치해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BLG오토모바일로지스틱스는 현대차 25만1200대, 기아차 25만2300대를 포함해 총 50만3500대를 취급했다. 이는 전체 물량(600만대)에 9% 수준 규모다.

BLG는 1877년 브레멘 상인들에 의해 도시를 중심으로 흩어져있는 창고들과 해상화물의 일괄적 처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중 통상금지를 겪었고, 80년대 말 철의 장막이 무너지면서 발생된 정치, 경제 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원래 Bremen Warehouse Company로 명명됐던 BLG는 브레멘과 브레머하벤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에 집중해왔다. 그 이후, BLG는 글로벌 물류서비스 제공자로 거듭나기 위해 1998년에 BLG Logistics Group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유럽,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한 BLG그룹은 2011년 처음으로 매출 10억 유로를 돌파하기도 했다.

BLG는 주요사업군은 자동차물류, 계약물류, 컨테이너물류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이중 자동차물류는 완성차와 로로(RO-RO, Roll-on/Roll-off))화물에 대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부문이다. BLG 전체에서 자동차물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 정도이다. 현재 항만과 내륙을 포함해 20개의 자동차전용터미널을 보유 중으로 모든 터미널에는 PDI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모든 물류망은 트럭, 철도, 바지선 등을 이용한 복합운송서비스로 연계돼 있다. 2011년 기준으로 BLG는 자동차 600백만대를 처리했다.

이 같은 BLG의 처리실적 뒤에는 500대의 현대화된 차량운반용 트럭이 항만과 7000여곳의 딜러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300대의 화차가 철도로 차량을 운송하는 등 막강한 운송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거미줄 같은 유럽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현재 BLG는 브레머하벤, 함부르그, 단찌히 그리고 러시아의 세인트피터스부르그와 같은 항만터미널 외에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끼고 있는 여러 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차량을 운반하는 데는 7척의 바지선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브레머하벤항에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터미널이 있다. 작년에는 완성차 1288대를 실은초대형 자동차운반선이 입항했을 정도다. 고객사로는 다임러, BMW, 폭스바겐 등 독일 회사와 한국의 현대·기아, 그리고 일본의 마즈다, 혼다, 닛산 등이 있다.

BLG의 컨테이너물류부문은 유럽 최대 터미널운영사인 유로게이트(EUROGATE)사에 의해 주도된다. 내륙 컨테이너터미널의 운영계획과 컨테이너의 운송서비스 업무도 같이 포함돼 있다. 컨테이너물류망은 철도, 도로, 운하를 통한 운송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컨테이너터미널 네트워크는 독일의 브레머하벤, 함부르그에서부터 포루투갈의 리스본, 이태리의 Gioia Tauro, La Spezia 그리고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Tangier항까지 포함돼 있다.

올해 BLG는 Wilhelmshaven EUROGATE 컨테이너 터미널 오픈을 계획하고 있으며, 작년 전체 터미널에서 취급된 컨테이너 물량은 1330만 TEU를 기록했다.

BLG의 또 다른 사업부문은 계약물류부문으로 여기에는 산업생산물류, 항만물류의 운영과 관련한 솔루션 사업이 있다. 이 사업부문은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깊다. 몇 년 전 목포신외항의 자유무역지구 지정과 관련해 한국산업개발연구원과 협력해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BLG는 동남아시장 확대를 겨냥해 중국 톈진항에 50:50으로 합자해 항만운영사를 운영 중이다.


CLO TIP. 장수(長壽) CEO의 성공 비결
"위험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오랜 세월 성공한 CEO로 칭송받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 오랜 기간 외국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장수(長壽) CEO의 길에 접어든 최양환 대표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성공한 CEO는 엄격한 의미에서 프로 갬블러(Pro Gambler: 전문 도박사)와 비슷하다고 한다. 둘 다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간과 돈, 노력을 모두 쏟아 붓는다.

최 대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인이다. 69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할리데이비슨에 도전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위험 따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열정과 신념은 인생의 즐거움으로 돌아왔다. 특히, 젊었을 때 취미생활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꿨다. 포르쉐를 향한 동경과 관심은 자동차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쌓였고, 결국 자동차전문물류회사에서 CEO의 자리까지 올라오는 연결고리가 됐다.

직면한 위험을 그저 수동적인 자세로 대처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미래를 바라보고 자기 스스로를 불확실성과 위험에 적극 노출시킨 열정이 바로 자동차물류전문가 최양환 대표의 성공키워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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