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창세기 41장>에는 애굽(현 이집트)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7년간의 세계적인 풍년과 기근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해결하는 요셉의 '곡물 물류관리'에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감옥에 갇혀 있던 요셉은 풀려나와 바로 왕에게 물류와 관련된 4가지 위기관리 대책을 말한다. 첫째, 명철하고 지혜 있는 인재를 등용하여 애굽 땅을 다스리게 하라. 둘째, 감독관을 두어 7년간의 풍년 동안 1/5의 곡물을 거두어라. 셋째, 7년간 풍년 후에 7년간 흉년이 온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이해를 시켜라. 넷째, 그 예비 곡물을 성읍 창고에 백성 스스로 쌓아 두게 하라.
2000년 찬바람 몰아치던 IMF 시절, 맨손으로 물류현장에 뛰어든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손에 달랑 쥔 것은 낡은 성경책 한권뿐이었다. 그는 낮에는 물류현장을 열심히 뛰었고, 밤마다 성경 속 요셉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지혜를 가슴 속에 새겼다.
그리고 그는 12년 만에 매출 500억원 이상 달성을 눈앞에 둔 중소물류기업의 CEO가 되었다. 다코넷 최종만 사장의 이야기다. <editor>
정직한 경영이 돈을 번다…최종만 다코넷 대표
접대비 한푼안쓰고 매년 고공성장
영업이 생명인 물류대행시장서 급성장 비결은
글. 김철민 기자 |사진. 선규민 기자
1998년 평범한 물류현장 직원이었던 최종만 씨는 창업에 대한 '큰 꿈'을 품었다. 가진 돈은 고작 몇 백만원, 1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을 여직원 1명과 함께 운송회사 '다코넷'을 출범시켰다. 그가 가진 자산은 '정직하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젊음뿐이었다.
그로부터 15년간 젊은 사장은 연매출 30억원씩 매년 100% 성장하는 기업을 일궈냈다. 현재 직원 200명에 매출은 56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화물운송기사 등 물류현장 직원이 70%, 80%가 20~30대다. 이 회사 다코넷 창업자 최종만 대표이사를 만나 그가 일궈낸 성공신화를 들어봤다.
◈"말씀대로 하니까 되더라고요"
"성공신화란 게 있나요. 정석대로 했죠. 말씀에서 하라는 대로 하니까 되더라고요."
최 대표 경영철학은 '말씀대로(by the bible)'다. 그가 성경책에서 배운 것은 '정도경영을 실천하고 고객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경영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단순한 가르침을 직접 비즈니스에서 실천했다.
그래서 그는 성경책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정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3무(無)'를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3무란 '불필요한 영업하지 마라, 접대하지 마라,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마라'는 것이다. 대신에 고객사의 운송물류를 개선해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해 고객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물류회사를 만들자는 것을 다코넷 창업정신으로 설정했다.
당시 이 같은 시도는 돈키호테 같은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화물운송시장은 경쟁사가 200여 개에 달하는 레드오션이었고 대형 물류회사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리베이트 크기에 따라 물량이 수주가 결정되고 있어 무모한 결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분)말씀'을 믿었다. 당시 화물운송시장은 브로커 의뢰를 받아 화주에게 물량을 소개받는 관례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상당액이 브로커에게 리베이트(운송료의 일부)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최 대표는 여기에서 기회를 잡았다. 많은 운송회사들이 브로커에게 의존하는 물량에 기댔지만 정작 화주 관점에서 물류를 관리해주는 운송회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아, 그럼 우리는 반대로 가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주에게 직접 찾아가 운송 개선에 대한 효율성을 설득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최 대표는 "많은 경영인이 끊임없이 책을 읽고 학습하는 데 열중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배운 대로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마케팅의 본질, 즉 고객 이익을 창출한다는 목표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 "3A 전략으로 고객을 사로잡았죠"
그렇다면 어떤 물류회사가 되느냐가 관건이었다. 최 대표는 시장을 분석했다. 당시 많은 운송회사들은 오로지 물량수주를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이에 최 대표는 '언제나(Anytime), 어디서나(Anywhere), 누구나(Anyone)'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물류서비스 제공이라는 3A 전략을 도출해냈다.
먼저 대형 할인점을 타깃으로 잡았다. 할인점 점포수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물류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지만 납품, 운송 등 전문적인 물류를 대행해 줄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물류 서비스 타깃을 정확히 찾아내 정보를 필요로 하는 화주에게 적시에 적합한 물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은 시장에서 곧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다코넷이 개발한 것으로 업계 반응이 뜨거웠다.
◈ "고객에게 이익을 주면 성공하죠"
그렇지만 '고고한 경영철학'을 시장에서는 알아주지 않았다. 최 대표는 "말씀대로 '상대방(고객)에게 이익을 주는 회사'는 정말 듣기 좋은 말인가"라며 회의를 갖기도 했지만 '시간과 실력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모아졌다. 물류 현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가깝게 지냈던 고객들을 찾아가 회사 비전을 소개했다. 반응은 냉담했다.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고객사가 "한번 믿어보지"라며 일을 줬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 불과 2년 만에 수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돌변해버린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어떻게 벌어졌을까. 최 대표는 "전 직원이 매일 밤을 새워 '고객 이익 창출'이라는 회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고객에게 숫자를 보여줬죠"
다코넷이 눈을 뜬 것은 '할인점 납품대행' 시장이었다. 납품대행은 전국 할인점 점포에 들어갈 상품을 3PL업체나 입점업체에 위탁받아 대신 운송해주는 것을 말한다.
다코넷이 하는 일은 이때 가장 적은 물류비로 가장 효율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다코넷은 이 일에 목숨을 걸었다. 자체 배차 시스템 제공을 통해 철저히 화주 입장에서 경제성과 편의성을 보장했다.
물량을 맡긴 화주에게 물류비 대비 서비스 효과를 '운송단가' 개념으로 전환해 숫자로 물류 효과를 알려줬다. 많은 화주는 이 같은 서비스를 처음 받았다. 그동안 물류비 효과에 대해 궁금해 했던 화주에게 운송비 대비 매출 증가율을 그래프로 만들어 제시하자 고객들은 깜짝 놀랐다. 고객사 충성도는 갈수록 증가했다.
이후 다코넷은 모든 운송 관련 데이터를 화주에게 제공해 물류 개선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성실한 직원들 자세는 금세 입소문을 타고 업계에 퍼져나갔다.
◈ "영업사원 없이 입소문으로 일하죠"
일반적으로 계약에서 '갑'과 '을' 관계란 돈을 주는 회사와 돈을 받는 회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최 대표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갑'이 라 생각하고 일하라"고 가르친다. 이익을 창출해주는 회사가 '갑'이고 이익을 향유하는 회사가 '을'이라고 정의내린 것이다.
최 대표는 "갑이 갑답게 되는 길은 오직 실력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 뿐"이라며 "직원들은 자신들이 기울인 노력이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스스로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1~2년이 지나자 고객 증가로 이어졌다. 기존에 물류대행사가 있던 고객사들도 다코넷에 일을 맡겼다.
로비가 아닌 '직원 실력'을 앞세웠기 때문에 다코넷은 회사 출발 때부터 아예 물류영업사원을 두지 않았다. 신규 화주 유치를 위해 철저히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주는 '고객이 영업사원인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코넷 직원은 영업을 모르고 '일'만 생각한다. 또 모르는 것이 '리베이트'다. 최 대표는 리베이트는 실력 없는 회사나 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못 박았다. 리베이트를 요구하면 아예 일을 거절했다. 누군가가 원하는 '매출 증대, 이윤 극대화'라는 단순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만 올인했던 것이다. 최 대표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능력대로 대우해 직원들을 춤추게 했죠"
다코넷의 인사체계의 특징은 임원진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직원들이 비전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최 대표만의 인사 철학이다. 따라서 다코넷에는 세 가지 차별이 없다. 남녀 차별, 학벌 차별, 나이 차별이 바로 그것이다.
오직 능력에 따른 차별만 있을 뿐이다. 대신에 성실한 사람을 선별해서 뽑고 있다. 최 대표는 "성실한 직원이 결국 일도 잘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강한 회사를 만드는 것은 직원들 성장과 회사 발전을 어떻게 잘 연결시키느냐에 있다"며 "직원들을 춤추게 하면 회사는 저절로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열정', '젊음', '초심'
최종만 사장의 '위기관리능력' 3가지 비결
CEO는 기업조직을 경영하면서 예상되는 혹은 예상되지 않는 모든 위기상황에 대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탁월한 CEO는 결국 위기의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최종만 사장이 말하는 위기관리능력은 무엇일까? 1998년 IMF 한파가 몰아치던 시절, 맨손으로 물류현장에 뛰어들어 15여년 만에 올해 매출 56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둔 최사장이 말하는 성공해법은 '열정', '초심', '젊음' 3가지로 요약했다.
1. 열정: 위기는 비전이 흔들릴 때 찾아오기 때문에 조직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전략과 비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2. 젊은: 위기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조직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극대활 할 수 있는 융통성과 여력이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변화되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력과 추진력을 갖추어야 한다.
3. 초심: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CEO로서 모든 위기상황에 대하여 판단하고 결심한 최종 결정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추진할 수 있는 굳건한 경영의지가 있어야 한다.
회사소개 - 'AAA' 물류신용등급
다코넷 최대 경쟁력은 '운송솔루션'
다코넷은 운송 및 대형할인점 3PL(3자물류)전문행업체이다. 코스트코, 홈플러스 등 유명 대형할인점과 수입과일업체 돌(Doll)코리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누구나(Anyone)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실제 다코넷은 운송에서부터 납품, 보관까지 할인점 물류에 관한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경쟁사에 비해 운송 인프라와 안정된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다코넷은 600여대의 차량(지입, 협력사 포함)을 운영 중으로 주력차종이 윙바디이다. 올해 냉장전용 대형 트레일러(40피트)차량 40여대도 추가로 도입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신선물류 시장의 수요에 대해 적극 대응해 이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직영차량 비중이 높아 고객사에게 안정적인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지입 및 협력사 차량도 파트너십 관계를 통해 적정 운송료 지급 등 상생관계 등을 유지하는 등 '굿 컴퍼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물류시스템 구축도 다코넷의 또 다른 장점이다. OMS(주문관리시스템)를 통해 고객사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실시간 화물운송정보를 취합해 화물 차주에게 최단거리, 공차 등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GPS를 통해 차량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고객사의 물품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CVO(수배송 차량관제시스템, Commercial Vehicle Operation) 구축으로 화물 및 차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며 "차량의 배차 및 운행관리, 화물상태, 온도체크 등 화물운송에 필요한 업무를 전산화해 고객사의 물류 경쟁력 향상은 물론 비용절감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코넷은 2015년까지 수출입 항공 및 해운분야의 포워딩사업도 진출해 원스톱 물류체계 구축은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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