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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버려서 얻는 리더십

INSIGHT

by 김편 2013. 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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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물류기업 간 파트너십의 근간은 '팀 정신'

 

[CLO 김철민 기자] 형제가 많은 집에서 살다 보면 형제간 서열에 따라 서로의 캐릭터나 행동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됩니다. 특히 맏형의 경우가 더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책임감이나 신중함이 대단합니다. 마치 ‘큰형’ DNA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동생과 나이 차이라도 많이 나게 되면, 맏형은 형 이상의 이미지와 권위까지 갖게 됩니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 중 하나가 런던올림픽에서 축구의 동메달 획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축구 종목에서 나온 사상 첫 메달이라는 의미도 그렇거니와,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점이 흐뭇합니다. 이처럼 눈부신 축구의 도약을 이끈 주역은 물론 경기에 참가한 선수 개개인들이겠지만, 그들을 조련하고 지휘한 홍명보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표팀을 이끌면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도 놓칠 수 없는 덕목입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홍명보 리더십’을 주목했습니다. 홍명보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맏형 리더십’입니다. 그는 선수들을 윽박지르거나 강압적으로 내몰지 않고 형님처럼 부드럽게 다독이면서, 선수들이 자율 의지에 따라 능력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팀 정신’ 고양에 주력했습니다. 선수 시절 주장으로도 활약했던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정가의 꿈을 잠시 접고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하면서 카리스마를 버리기로 다짐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카리스마를 버림으로써 또 다른 카리스마를 얻은 셈입니다.


홍명보 리더십의 또 다른 요체는 ‘존중’입니다. 존중은 선수들과의 관계를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진심 어린 존중을 표현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선수들의 자존감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선수들로서는 절로 흥이 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홍명보 리더십이 필요한 곳은 축구장만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물류판(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현실을 돌아보면, 화주와 물류기업 간 구시대적인 '갑을' 관계의 꼬리표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기업 물류자회사 중 일감 몰빵(몰아주기) 현상은 여전하고, 대기업이 자체 물량을 수송하기 위해 세운 물류자회사는 부(富)의 대물림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여전히 허다합니다.


특히, 공정해야할 물류입찰에 둘러싼 측근 영업에 기대어 있는 브로커(자칭 물류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측근이라는 칸막이에 갇혀서는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운송료 시비의 화물연대 사태 ▲가로막힌 택배영업차량 증차 ▲물류기업의 수익성 악화 ▲2자물류기업의 득세 등의 고질적인 병폐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또 최근 삼성과 CJ의 오너 간 불협화음으로 촉발된 삼성전자와 CJ GLS 3PL계약 해지 논란은 국내 낙후된 물류산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현주소라 할 수 있습니다. 상생적 파트너로서 협업이 뒷받침돼야 할 화주와 물류기업의 전략적인 관계가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있는 게 우리 물류산업의 불행한 현실인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이 그러했듯이, ‘팀 정신’ 즉 시대정신에 초점을 맞춘 화주와 물류기업만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버려서 얻어지는 리더십이 힘이 있습니다. 2013년 계사년이 밝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동 기사는 CLO 2013년 1월호 게재됐습니다. 구독문의는 미디어케이앤 손현정 과장 02 3282 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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