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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레멘 하펜' 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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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6. 1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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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퍼스저널 신창섭=독일] 독일 브레멘 사람들은 여전히 중세의 거리를 걸으며 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지만 브레멘 시내의 모습은 중세건물 모습 그대로이고, 이렇게 변하지 않는 풍경이 나그네들을 불러 모은다. 이 도시의 상징인 브레멘 동물음악대가 있는 시청광장은 날마다 관광객들로 붐빈다.

인구 54만의 독일 북서부 항구도시 브레멘은 중세의 한자동맹으로 명성을 떨치던 도시다.당시 독일 북부의 교역중심지였던 브레멘은 여전히 교역의 거점이다. 하지만 브레멘은 조용하다. 낮게 가라앉은 도시는 고층빌딩에 익숙한 나그네의 눈에는 활력이 없어 보인다.여전히 전차가 주요 교통수단이고, 스마트폰의 요란한 광고판도 보이지 않는다. 유행에 처진 듯 하지만 브레멘의 글로벌 브랜드 첫 주자인 벡스 맥주공장이 여전히 시내에서 연기를 뿜어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조로움이 일상을 지배하는 것 같아도 독일 도시가 그렇듯이 도시를 힐링이 가능한 모습으로 가꾸는 것이 인상적이다. 녹색 지대가 도시를 안고 있다. 아파트나 빌딩에 자리를 내줌에 따라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영혼을 휴식하기 위해 자연을 찾아 먼 곳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


브레멘에 있는 시민공원을 한 번 가보자. 이 어마어마한 숲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공원이다.자전거를 타든, 산책을 하든, 조깅을 하든, 책을 읽든,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시민공원 그 자체가 힐링이다. 그러니 붐비는 정도만 보고 활력을 논하는 것은 조금은 우매한 판단이리라.


브레멘 도심에 녹색 활력이 있다면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항구도시인 브레멘 하펜은 물동량의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일행을 안내했던 운전사 프랑크가 속도 무제한을 자랑하면서 달리는 아우토반을 따라 들어서니 숲 지대 사이사이로 자동차가 푸른 물결처럼 넘실댄다. 독일은 산업시설을 조성하면 반드시 그 규모의 3배 이상을 녹지대를 조성, 보존해야 한다.


브레멘하펜의 규모는 200만 제곱미터, 평수로 70만 평 정도다. 그렇다면 그 3배인 200만 평이 녹지대나 농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 브레멘 하펜의 높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항구가 숲과 밭으로 둘러싸인 것을 볼 수 있다. 항구 특유의 매캐한 공기가 코를 맴돌 것이라는 것은 우려이고 선입견이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브레멘 하펜의 바람은 상큼하기 그지없다. 바닷바람의 시원함도 있지만 공기 자체가 싱싱하다는 느낌이 코로 다가온다. 독일 항만 경제의 현장이다. 입구에서 보이기 시작한 대평원처럼 펼쳐진 자동차들이 브레멘하펜의 역동성을 말해주고 있다.


2012 BLG는 수출입 자동차만215만대를 처리했다, 수입물량만 50여 만대. 현대와 기아차가 수입 랭킹 앞줄에 있다. 그만큼 현대 기아차의 유럽수출이 좋다는 의미다. 사상 최고 수치이다. 유럽 1위의 자동차 항구의 면모이다. 1300척의 자동차 전용선박이 드나든다.


BLG 브레멘 하펜 현장책임자 스퇴버
▲BLG 브레멘 하펜 현장책임자 스퇴버
규모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BLG 브레멘 하펜 현장책임자인 스퇴버가 이곳은 바람이 세차다.”며 일행을 따스하게 맞는다. 브레멘 하펜을 설명해주는 그의 어깨 너머로 발레니우스 빌헤름센 자동차 운반선이 거대한 몸짓으로 정박해 있다. 수척의 자동차 운반선이 항구에 정박해 자동차를 선적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한국의 평택항으로 가는 독일 벤츠나BMW 수출 차량도 여기서 선적된다.


BLG의 PDI 로지스틱
▲BLG의 PDI 로지스틱
브레멘 하펜의 BLG에서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분야는 PDI 로지스틱이다.항구에 도착하는 차량의 마지막 점검을 하는 기술적 서비스와 함께 고객의 기호에 맞게 차량을 개조해주는 것.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도착지인 항구에서 완결해 고객에게 바로 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이 딜러에게서 인도받아 다시 사양을 개조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의 절약이 가능하다. 현장은 마치 자동차 생산 라인 같다. 250명의 기술자들이 1년에 24만대의 자동차를 손본다.


BLG브레멘 하펜 현장책임자인 스퇴버는 매우 반응이 좋고, 이 같은 토탈 서비스가BLG가 지향하는 새로운 물류서비스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아차도 자체 기술자들을 이곳에 파견해 최종 서비스를 점검해 주고 있다고 한다.


스퇴버는 자동차 운송과 관련해 독일 자동차들의 수출 물량은 95%가 기차를 통해 이곳 브레멘 하펜으로 들어오고 반대로 독일로 수출되는 수입차 물량은 대부분 트럭으로 직접 딜러에게 전달된다고 말한다.


BLG 3가지 영역은 자동차와 컨테이너, 그리고 계약물류이다. 자동차는 유럽에서 1위 항으로 부상했고 매출도 컨테이너부문보다 작년에 앞섰다. 컨테이너 부문의 부진을 자동차로 메우고 있다. 즉 자동차 물류가 BLG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계약물류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BLG의 경쟁력을 보태고 있다. 작년에 4 5백만 유로 매출을 보여 컨테이너보다 앞섰다. 신임 드레케 회장이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브레멘 하펜에서 안으로 들어오면 브레멘 항구를 만난다. 브레멘 하펜이 인천항이라면 브레멘 항은 김포 터미널과 같은 셈이다. 요트와 유람선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브레멘 항은 여전히 계약 물류 항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근접성이 좋아 치보커피 등의 생활물자는 모두 브레멘 항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창고 앞에는 이곳에서 분류된 물건들을 실어나를 DHL의 컨테이너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배후에 대규모 창고단지를 조성하여 집하, 분류, 배송을 처리하고 있는데, 선반창고는 유럽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20개 칸에 100미터 규모의 선반창고는 자동처리시스템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물류가 가능하다. 통상 12일 정도까지 머물며 물량이 소화될 정도로 순환도 빠르다.


풍력설비 구조물
▲풍력설비 구조물
계약 물류 중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가 풍력물류다. 지금 브레멘 앞바다인 북해에서는 독일 에너지정책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해상 풍력단지가 조성 중이다. 독일은 202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40년까지80기의 풍력설비를 세우게 되는데,풍력구조물을 연안에서 18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으로 운반해서 설치하는 문제는 BLG가 맡고 있다. 900톤에 달하는 트라이포드 풍력구조물 밑받침은 거대한 골리앗 그 자체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물류수송 사상 유례없는 도전이다.


BLG는 원래 창고업에서 출발했다. BLG의 원어인 ‘Bremen Lager Gesellschaft’ 창고 주식회사라는 의미이고, 그 이후 지금도 주식회사로 독일 증시인 DAX에 상장되어 있다.항만정책은 브레멘 시청에서 관장하지만, 운영은 민영으로 하고 있다. BLG는 브레멘 하펜 말고도 함부르크 항, 쿡스하펜 항에서도 물류를 맡고 있다.


이번에 이임한 아덴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14년 전만 해도 직원 3000명 정도의 로컬기업이었는데, 이제는1만6000명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전략은 철저한 지역화와 토탈 서비스로 요약된다. 독일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폴란드, 이탈리아 등으로 진출해 있고, 아시아에도 중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대부분 합작 형태로 진출하고 있고 브레멘 하펜에 도착한 컨테이너나 자동차 등의 물량을 소비자에게까지 운송하는 전 과정 처리를 맡아서 책임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현대차가 브레멘 하펜에 도착하면, 이 차에 대한 사양개조부터 시작해 내륙 운송 그리고 딜러까지 가는데 BLG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스퇴버는 내륙 운송의 경우 기차로 가든 트럭으로 가든 바지선으로 소송하든 고객으로서는 요금이 같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물류수송수단과 거미줄 같은 거점확보로 BLG의 물류 서비스는 더욱 속도감과 정확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특히 BLG의 동진 전략은 주목할만하다. 폴란드, 우크라이나를 넘어 이제 러시아의 시베리아까지 진출하고 있다. 내륙 물류기지 건설은 네트워크 전략의 핵심인데, 블라디보스톡 항구까지 BLG의 물류가 흐르고 있다. 이곳을 통해 향후 한국과 일본도 연결한다는 유라시아 물류 신경망의 빅픽처가 BLG의 청사진이다.


주주총회에서 퇴임축하 월계관을 받아 쓴 아덴 회장
▲주주총회에서 퇴임축하 월계관을 받아 쓴 아덴 회장
스퇴버는 브레멘 하펜 시찰을 마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아가 유럽시장에 진출하는데 BLG의 힘이 컸다. 3년간 협상 끝에 우리와 일을 하게 되었지만 기아는 BLG물류시스템을 통해 유럽에서 빠르게 시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전성기를 누리는 한국시장에 관심이 많고 더욱더 협력 다각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말하면 한국 차의 유럽시장 성공은 BLG 성공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이임하는 아덴 회장은 현대가 선물한 에쿠스 차가 너무 좋습니다.”라고 자랑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괜히 우쭐해졌다.


항구 어디를 가도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공기도 좋은 항구. 수출을 기다리는 벤츠와 BMW옆에 나란히 서 있는 현대, 기아차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브레멘 하펜은 브레멘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중세 한자동맹으로 번성했던 브레멘주는 이제 브레멘 하펜을 통한 교역으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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