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기자, 2009-09-22 오후 1:12:52
과거 정권에서 농수산물 유통합리화를 위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관련부처가 일사불란하게 행동한 것은 현 이명박 정부가 처음이다.
그 만큼 대통령이 사업의 진행상황을 직접 관리하고, 관심을 두고 있는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와 산하기관인 농수산물유통공사(이하 aT)는 대형할인점 보다 더 싸게 팔 수 있는 방향으로 유통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 사이버거래소(www.eat.co.kr)를 개설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7,763억원 규모의 농수산물 B2B 거래가 사이버거래소를 통해 발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는 국가가 관리하는 국내 최대의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가 되는 것이다. 정부와 관련업계가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자상거래의 성공핵심은 무엇보다 ‘물류’가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택배 등 최적의 물류서비스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도 예외일순 없다. 사이버거래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수산물 유통혁명을 함께 이끌 최상의 물류파트너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최근 사이버거래소의 물류입찰심사 과정은 그 중요성에 비해 너무 촉박하게 진행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aT 측은 지난 15일 입찰심사를 통해 대한통운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달 정도의 공모 기간을 통해 대한통운, 농협물류, CJ GLS, 한솔CSN 총 4개 업체가 입찰에 최종 참여했지만 제안심사(기술역량평가) 시간은 각 업체당 25분밖에 할당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각 업체들이 준비한 수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 정책과제를 수행할 물류운영사를 선정하기 위한 발표와 심사소요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여기에 사이버거래소가 조달청 전자입찰사이트(나라장터)를 통해 발표한 최종점수를 놓고 참여업체 간 의견이 분분하다.
1위 대한통운과 2위 CJ GLS 간 기업 간 평가차이가 1.5점에 불과하고, 전통적으로 농수산물 물류에 강한 농협물류는 이들 업체와 무려 6점 차로 제한점수인 85점도 획득하지 못해 자격미달로 탈락됐다. (표 참조)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농수산물 물류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심사결과는 업체들 간 쉽게 납득할 만할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1, 2위 간 점수차이가 근소한 경우에는 세부평가 점수를 공개하거나 두 업체를 놓고 재평가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물류업계 한 전문가는 “사이버거래소가 온라인 상의 이마트나 홈플러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운송, 창고보관 등 단순한 물류기능을 수행하는 것 보다는 유통공사와 함께 판로개척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물류업체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사이버거래소 측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와 낙찰을 위한 최종 조율을 진행 중에 있으며, 최대 10일 동안 세부조율 실패 시 차순위 업체가 같은 과정을 밟게 된다는 입장만을 내세웠다.
한편, 이번 입찰심사위원에는 학계 및 언론사 3명인, B2B사업자 대표 3명, 농림부와 사이버거래소 관계자 3명 등 총 9명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외부 심사위원에게 통보된 것은 입찰심사 하루 전(토, 일 주말 제외)에 통보되어 후보자들 간 일정조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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