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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물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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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8. 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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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무역규모 순위 8강에 진입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무역위상에 수출입 공히 제1의 교역 상대국은 중국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4년간 10만명의 미국 학생들을 중국으로 유학 보낸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기획 중에 있다. 미국처럼 10만명의 학생을 중국으로 보내는 거창한 계획은 못 세우더라도 중국어 교육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미래 한국을 위한 적절한 투자가 아닐까 싶다. <editor>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


얼마 전 상해 포동 공항(Pudong International Airport, 浦東國際空港, 푸동)에서의 일이다. 세미나 참석 후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탑승권 발권을 기다리던 중 필자 뒷편에 서 있던 중국인들의 대화가 사뭇 흥미롭게 들렸다.  


내용 인즉, 어제가 아내의 생일이었는데 일이 바빠 깜박 잊어먹는 바람에 큰일 났다는 것이다. 사태를 수습해야겠는데 아내는 전화도 받지 않고 행방이 묘연 한지라 급한 마음에 처제에게 전화를 했더니 언니랑 백화점 쇼핑 와 있다면서 “형부 고마워요”라고 놀리더라나?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다른 중국인 왈, 자기는 처제가 셋이나 된다며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전과가 있어, 사람 사는 세상 중국이나 한국이나 별 다를 게 없구나 하고 피식 웃으며 슬쩍 뒤를 돌아보니, 아뿔사! 웬 금발의 키가 훤칠한 서양인들이 아닌가? 


조금 전의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이들 서양인들과 그 사이에 서 있는 한명의 중국인사이의 대화라니…. 필자의 놀라는 모습에 당황한 금발의 서양인들이 이번엔 영어로 자신들이 너무 떠들어 방해가 되었냐며 사과를 해 온다. 십수년 동안 중국의 크고 작은 도시를 오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들을 접해 왔지만 그렇게 당황스러운 경우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지극히 당연스럽게 짐작했던 상황이 여지없이 나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작년 11월 1일자 인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미국 내에서 중국어 교과과정을 개설한 학교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이미 4000여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중국어 교과 과정을 개설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어 교과과정 개설은 더욱 확산 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4년간 10만 명의 미국 학생들을 중국으로 유학 보내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구체적인 기획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어린이들이 중국어 학습을 위해 디즈니 만화영화를 중국어로 보는가 하면, 중국어 교육을 위해 1년간 휴가를 내고 중국에서 생활하는 변호사 가족의 이야기도 있다. 또는 자녀의 중국어 교육을 위해 중국어 개인교사를 찾거나 중국어를 하는 가정부나 보모를 고용하는 일도 흔히 있다고 하니 과히 격변한 중국어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어 열풍에 중국 드라마가 뜨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소위 ‘미드’라고 부르는 미국 드라마가 한때 안방 외화극장을 점령하더니 이젠 ‘중드’가 본격적으로 한국의 안방극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황당할 정도로 과장되고 조잡한 수준의 중국드라마가 아닌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 작품들이 밀려들고 사극 위주의 천편일률적 구성에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로 변신중이다.


아시아권에서의 중국어의 위상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져 있다.

아시아 지역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세미나나 회의 등 다양한 모임에 참석 해 보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략 오전 세션이 끝나고 점심시간 즈음이면 삼삼오오 중국어 대화권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오전에 영어로 열심히 토론을 하던 모습들은 안보이고 어느새 중국어가 공용어가 되어 버렸다. 전혀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게 보이던 말레이시아 참가자들과 대만 참가자들이 중국어로 인사말을 나누는가 하더니 싱가포르 대표가 합류하고 이어 홍콩 참가자들과 중국 참가자들이 뭉쳐 이내 회의장은 온통 중국어 천지가 되고 만다. 좌중에 서 있던 한국참가자는 졸지에 어색한 이물질 신세로 전락하고 몇마디 영어로 상황반전을 시도 해 보지만 이미 대세는 중국어로 기울어진 상태다. 하긴 어색하기로 따지면야 일본 참가자들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영어라도 유창하게 구사한다면야 어떻게든 묻어서 가겠지만 그도 아니라면 꿔다 논 보릿자루 신세가 따로 없다. 결국 좌중을 맴돌다 가장자리로 밀려 나는 건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고 본의 아니게 회의장 한편에서 한일 양국의 우의를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어의 위력은 물류시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고 이런 국제세미나 또는 다양한 모임에서 중국어 소통이 가능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만만치 않다. 회의시간에는 회의만 하지만 정작 중요한 비즈니스는 쉬는 시간에 이루어지고 밥먹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중화권 비즈니스다. 이런 중화권 비즈니스에 한발이라도 다가가려면 촘촘하게 연결된 중국어권 인사들의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유창한 영어보다는 유창한 중국어가 더 큰 힘을 발휘 할 것이다. 게다가 이젠 노랑머리의 서양인들까지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세상이니 영어 하나로 이제껏 버텨온 우리나라나 일본으로서는 중국어라는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필자 역시 중국 관련 사업에 다양하게 관여하다 보니 늦깎이로 중국어를 배웠다. 대단한 영어 실력은 아니지만 세계 어디를 가서도 당당하게 떠들고 다니면서 일을 해 왔다. 그러나 막상 중국 비즈니스 현실을 접하고 보니 영어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한둘이 아니었다.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일본인들은 도망가기 바쁘고 한국인들은 땀 뻘뻘 흘리며 손짓발짓을 총동원한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그냥 중국어로 열심히 설명한다. 외국인이 알아듣든 말든.


오죽하면 필자가 호적에도 없는 한자이름을 스스로 작명을 했을까? 필자의 이름에는 한자가 없다. 중국인들에게 한자가 없는 명함을 내밀 때면 명함을 이리보고 저리 뒤집어 보고 한자를 찾다가 영어 표기를 보고 어색한 발음으로 이름을 읽는다. 아버지께서 좋은 한글 이름을 찾아 7년간의 장고 끝에 지은 이름인데 이름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해결책으로 필자 스스로 한자 이름을 지어 명함을 인쇄하게된 것이다. 물론 그 후로 그런 어색한 상황은 더 이상 없다. 


중국에서는 회사설립을 하고 사업자등록을 하자면 반드시 중국어로 회사명을 등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계 기업들로서는 회사의 고유한 외국어 발음을 살리면서 뜻도 좋은 회사명을 찾기 위해 무척 고심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대형할인점인 ‘까르푸’의 경우  ‘家樂富’로 표기하는데 중국어로 ‘자러푸’ 로 발음이 된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원음에 근접한 발음이다. 게다가 까르푸에서 물건을 사면 ‘가정이 즐겁고 돈을 번다’는 의미이니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다. 우리나라의 이마트의 경우 ‘利買得’ 로 표기하고 ‘리마이드’로 발음이 된다. 이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이익이 있고 득이 된다’는 의미이니 이 또한 훌륭한 표기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중국화 된 외부의 문물에 더욱 친화적이고 가급적 중국화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도 그래서 중화(中華)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듯하다.      


물류용어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다양한 물류용어가 화려한 치파오로 갈아입고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의 중국어 실력으로는 아직 비즈니스 대화를 능숙하게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니 대화중에 낯선 중국어 물류용어가 수시로 등장 해 필자를 괴롭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흔히 사용하는 용어들 이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어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다 보니 때로는 무슨 뜻인지 전혀 짐작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친숙하게 들리는 용어들이지만, 예를 들어 선하증권의 경우 우리가 흔히 ‘B/L'이라고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편인데 비해 중국에서는 하이윈단(海?提?)으로 일반적으로 불리고 있어 처음 중국어 물류용어를 접하던 시기에는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었다. 

적하목록도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Manifest로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지만 중국에서는 영어표현 보다는 보통 창단(艙?)으로 불린다. 이외에도 컨테이너는 꾸이즈(?子), CY는 훠꾸이창(???), 포워더는 훠윈다이리(??代理) 등 영어보다 중국어 표기로 사용되는 용어가 많다 보니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조선족 직원이 물류용어를 몰라 통역을 제대로 못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외에도 증치세(增??, 우리말의 부가세), 퇴세(退稅, 우리말의 환급), 핵소단(核銷單, 수출신고서) 같은 표현들은 한국과 다르거나 생소한 표현이라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따로 공부를 해야 할 일이다.

  

최근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무역규모 순위 8강에 진입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무역위상에 수출입 공히 제1의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어에 대한 중요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현실이고 보면 우리가 중국어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미국과 같이 10만명의 학생을 중국으로 보내는 거창한 계획은 못 세우더라도 중국어 교육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미래 한국을 위한 적절한 투자가 아닐까 싶다. 


영생의 불로초를 찾기 위해 동남동녀(童男童女)를 우리나라로 보냈다는 진시황의 전설을 떠 올리며 21세기 물류대국의 원대한 꿈을 지니고 우리의 젊은 물류학도들을 중국으로 보내 더욱 더 많은 중국물류전문가가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들이 다양한 중국물류 비즈니스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동북아 물류 나아가 창조적인 글로벌 물류의 선도적인 역할을 다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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