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행경 서울경제 건설부동산부 기자
활성화 관건 ‘임대’ 조건…공공성 고려돼야
수도권 2회 배송…유통시설과 시너지 기대
[CLO] 분당수서간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하다 성남시의 시계(市界)를 벗어나자마자 오른편으로 광활한 부지와 육중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동남권물류·유통단지다. 오랫동안 비닐하우스촌이었던 이곳은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이 본격화돼 서울 동남권의 지도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이주상인들의 전문상가로 개발된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가 2010년 6월 정식 오픈한데 이어 서울시와 SH공사가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는 문정동 미래형업무단지도 용지 매각을 거의 마무리하고 조만간 건축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물류업계의 관심사인 동남권물류단지 조성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터파기·흙막이 공사가 90% 가량 진행된 상태다. 당초 올 상반기에 토목공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터파기 과정에서 폐기물이 다량으로 배출되면서 4개월 가량 공기가 지연됐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9월부터 골조공사 등 건물 신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내년 말이나 2015년 초까지 공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권물류단지는 인근 유통단지와 연계해 지역거점형 생활물류기능을 수행할 물류시설로 개발되고 있다. 여느 물류단지와는 달리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합동 개발하는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추진된다. 사업 시행자는 서울복합물류프로젝트금융투자㈜다. 서울복합물류PFV의 최대 주주는 ㈜한진으로, 31.5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와 SH공사가 각각 28.55%와 19.9%의 지분율로 주요 주주에 올라 있다. 현대건설·동부건설·CJ건설·한강건설 등 4개 건설사가 건설투자자(CI)로 참여하고 있고,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하나대투증권이 재무적투자자(FI)로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동남권물류단지는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개발된다. 시행자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을 마친 후 자본설비 등을 일정 기간 동안 운영,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운영기간은 30년이다. 2015년 초 준공, 오픈한 후 오는 2044년까지 운영한 뒤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30년 간 운영한 뒤 20년 동안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있다.
총 투자비는 사업비 3940억원을 비롯해 4127억원이 소요된다. 지난해 12월 공사자금 3700억원과 운영자금 200억원 등 3,900억원의 PF 대출을 받았다. 사업비가 다른 PF 사업에 비해 적은 것은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이다. 서울복합물류PFV는 SH공사로부터 운영 개시 후 30년 간 매년 86억9400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토지를 임차했다.
비싼 임대료 뛰어넘는 차별화 서비스 적합
주요 택배사들 수도권 허브 활용 ‘줄 설듯’
동남권물류단지의 주요 시설은 택배·화물터미널과 집배송센터, 창고 및 차고지다. 부지 면적이 14만7112㎡에 달하고 건물 연면적은 약 39만6000㎡에 달한다. 지상 5층 규모의 건물 6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80% 가량은 물류 관련 시설로 활용되고 20%는 사무실과 음식점 등 업무·편의시설로 이뤄진다.
핵심 시설은 택배터미널과 배송센터다. 주요 택배사들마다 서울과 수도권에 자체 택배터미널을 갖추고 있지만 동남권물류단지의 입지 조건을 고려할 때 활용도가 높아 대부분 입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동남권물류단지가 위치한 장지동 일대는 송파대로를 통해 서울 강남권 접근이 용이한데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분당수서간고속도로를 통해 경부·중부고속도로와 동부간선도로로도 쉽게 연결되기 때문에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인근 수서동의 서울메트로 차량기지가 고속철도(KTX) 역사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물류기지로서의 입지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동남권물류단지 사업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서울복합물류자산관리 유익준 사업담당 부사장은 “교통 결절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국적 물류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택배사들이 일부 지역의 지사나 터미널을 통합해 동남권물류단지를 메인 허브 터미널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동남권물류단지의 주요 시설은 임대로 운영된다. 택배·화물터미널의 경우 주요 주주인 한진과 현대로지스틱스의 입주가 유력하다. 창고의 경우 식품업체와 유통·패션업체 등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동남권물류단지는 서울 강남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보관물류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업체나 유통업체들이 경기도 이천·여주·용인·광주 등지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10분이면 강남권에 진입할 수 있는 동남권물류단지를 보관시설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익준 부사장은 “단순 보관은 물론 분류와 패키징 등 유통·가공이 가능한 시설이 갖춰지기 때문에 유통업체를 비롯해 제조업체도 다수 입주할 것”이라며 “건축 공사가 일정 부분 진행된 내년 초부터 임대 분양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동남권물류단지의 입지 경쟁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서울 동남권에 대형 물류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땅값이 비싼 송파구 일대에 4만평이 넘는 대규모 물류단지가 조성되는데다, 대형 택배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물동량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민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물류시설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데 동남권물류단지는 인근에 유통시설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남권물류단지가 활성화되기 위한 관건은 임대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가 사업기간 내 수익을 내 PF 대출금을 갚고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다소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비싼 임대료가 자칫 단지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복합물류자산관리측은 “아직 임대료 수준은 정해진 바가 없고, 입주 업체들의 요구 조건을 감안해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운영과정에서 수익성 못지 않게 공공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시설이 지역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하는 시설이지만 여전히 님비시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동남권물류단지가 들어서는 장지동 인근에는 위례신도시와 강남 내곡·세곡보금자리지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등으로 거주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박민영 교수는 “물류단지가 가동되면 화물차 통행량이 급증하면서 교통체증 못지 않게 주차난도 발생할 것”이라며 “수익만 쫒기 보다는 주차시설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지역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1) 동남권물류단지 PF 사업 개요
사업명 서울 동남권 물류단지 PF 사업
위 치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
면 적 14만7112㎡
사업기간 2011년 4월20일(사업협약체결일)~2044년
총투자비 4127억원(총사업비 3940억원, 물가변동비 46억원, 건설이자 141억원
*자료: SH공사
(표2) 서울복합물류PFV 출자 현황(단위 : %ㆍ억원)
구분 SH공사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 CI(4개사) FI(3개사)
비율 19.9 31.55 28.55 1.0 14.0 5.0
금액 99.5 157.8 142.7 5 70 25
*자료:서울복합물류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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