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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때문에' 울고 웃는 유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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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4. 6. 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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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가 남긴 것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지난해 11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세일을 거치면서 늘어난 해외직접구매(직구)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검색어 1위까지 오르며 화제가 된 직구를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해외 사이트를 클릭하는 직구 입문자들이 늘고 있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2억4200만 달러였던 해외직구 거래 규모는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원)를 넘어섰다. 3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1년 1300만 달러로 전체 소비재 수입액의 0.07%에 그쳤던 해외직구 비중은 지난해 1.79%까지 확대됐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면세 범위가 늘어난 점도 직구 증가에 한몫했다. 

바야흐로 쇼핑에도 온라인을 타고 국경을 넘어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직구 열풍의 흔적들을 정리해봤다. <editor>



‘직구 때문에’ 울고 웃는 유통시장

글. 김철민 기자|이혜림 인턴기자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외국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105억4600만달러(약 11조2694억원)로 전년(94억3600만달러)보다 11.8% 늘었다.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카드 결제가 해마다 늘어난 원인은 해외여행 증가가 주요 원인이지만,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직구족의 활약도 한몫했다는 게 카드업계의 분석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마케팅팀이 지난해 신한카드를 사용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의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해외 직구를 가장 많이 한 쇼핑몰은 비타민·영양제 등 건강보조식품을 주로 파는 아이허브(iHerb)였다.”


“직구가 늘자 제품 구매 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쇼루밍(showrooming)’ 행태가 급증했다. 지난해 IBM이 전 세계 2만6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 세계 소비자 쇼핑 행동 분석’ 조사에 따르면 쇼루밍이 전체 온라인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에 달했다.”

 

“랄프로렌칠드런과 갭키즈 등 해외직구족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직구와 병행 수입이 급증한 데다 불황까지 겹쳐 매출이 부진한 것이 매장을 철수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정의 달 선물도 해외직구 하세요.”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소개된 뉴스 제목이다.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앞두고 직구를 통해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는 추세가 늘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외직구는 ‘해외직접구매’의 줄임말로 한국 소비자가 미국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직접 접속해 물건을 구매하여 집으로 배달받는 것을 말한다.


사실 해외직구 관련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미 유행을 지나 하나의 새로운 소비 패턴이 돼 버렸다. 


직구의 장점은 싼 가격 때문이다. 배송기간이 길고, 파손이나 분실의 위험에다 반품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가격적인 면에서 매력적이다.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 제품 가격에 국제 운송료와 국내 택배요금 정도를 부담한다. 국내보다 싼 이유는 해외 현지 가격이 저렴한데다 각종 세금과 마진, 수수료 등이 없거나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물건을 사면 총 구매금액(상품금액과 미국내 세금, 미국내 운송비)에 관세청이 매주 고시하는 고시환율을 곱하고, 여기에 과세운임을 더한 금액이 15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부분 구매액이 100달러를 넘지 않으면 세금없이 배송료만 부담하고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2억4200만 달러였던 해외직구 거래 규모는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원)를 넘어섰다. 3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1년 1300만 달러로 전체 소비재 수입액의 0.07%에 그쳤던 해외직구 비중은 지난해 1.79%까지 확대됐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면세 범위가 늘어난 점도 직구 증가에 한몫했다. 


직구족이 늘자 시장 보호와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차원의 대책도 나왔다. 정부는 해외직구에 대해 미국 기준 200달러까지 관세를 면제하는 ‘목록통관’ 물품을 모든 소배지로 확대해 사실상 면세 혜택을 두배 가량 늘려주고,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소비재 물가를 낮춰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발생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책이다. 정부까지 발벗고 나섰으니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에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직구 열풍은 국내 유통·결제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해외직구대행업체부터 배송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배송대행업체, 해외쇼핑사이트 정보를 안내해주는 정보제공 사이트와 카페 등이 이젠 쇼핑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또 해외직구가 늘면서 지난해 국내 거주인의 해외 카드 사용 씀씀이도 커졌다. 지난해 해외 카드 사용액만 11조원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데 직구족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도 배송료와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해외직구 전용 신용카드 상품은 물론 이벤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백화점과 쇼핑센터, 재래시장, 슈퍼마켓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은 걱정이 커지고 있다. 2012년도 통계에 의하면 백화점 매출이 27조원, 대형마트가 39조원인데 반해 온라인 쇼핑 매출은 48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홈쇼핑을 제외한 인터넷 쇼핑 매출은 거의 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은 각종 규제와 경기 침체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온라인 쇼핑 매출은 매년 20% 정도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두 시장의 매출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직구가 늘자 ‘랄프로렌칠드런’과 ‘갭 키즈’ 등 직구족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직구와 병행 수입이 급증한 데다 불황까지 겹쳐 매출이 부진한 것이 매장을 철수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직구 때문에 대한민국 유통시장이 울고, 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 늘어나는 해외결제…지난해 ‘11조원’  

직구(直購) 열풍의 흔적은 지난해 해외 카드 사용액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외국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105억4600만달러(약 11조2694억원)로 전년(94억3600만달러)보다 11.8% 늘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로 2009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카드 결제가 해마다 늘어난 주요 원인은 해외여행 증가이지만,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직구족의 활약도 한몫 거들었다는 게 카드업계의 분석이다.  해외여행은 현금사용이 가능하지만, 직구는 오직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분기별로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 결제금액을 보면 직구족의 증가를 추측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해외 카드 승인금액은 28억2800만달러로 분기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4분기에는 미국 최대 쇼핑 할인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가 껴있다.


신한카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시즌 1주일간 해외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는 3만7000명이다. 전년보다 1만명 많은 수치다. 직구가 분기별 카드 승인금액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4분기 해외 카드 결제 총액은 증가했지만, 1인당 사용금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건 직구족의 전형적인 구매 패턴을 보여준다. 4분기 1인당 카드결제금액은 425만달러다. 지난해 분기별 1인당 사용금액 중 최저다. 이는 직구족의 가장 큰 특징인 소액결제 탓이라는 게 카드업계 분석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마케팅팀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평균 구매가는 20만원 이하”라며 “이는 물품가액의 200달러까지 관세를 면제하는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분기별 카드결제금액이 최대면서 1인당 구매금액은 최저라는 점은 직구의 전형적인 구매 패턴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직구 품목 1위 ‘건강보조식품’

그렇다면 직구족들이 가장 자주 이용한 쇼핑몰과 구매 제품은 무엇일까.


신한카드 빅데이터 마케팅팀이 지난해 신한카드를 사용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의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해외 직구를 가장 많이 한 쇼핑몰은 비타민·영양제 등 건강보조식품을 주로 파는 아이허브(iHerb)였다. 


이 카드사 회원들은 아이허브에서만 지난해 193억원(1858만달러)어치를 샀다. 2위인 패션 쇼핑몰 랄프로렌(95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직구가 활성화하면서 가장 빠르게 매출이 느는 제품이 건강보조식품”이라며 “옷이나 신발의 경우,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환불이나 교환 문제가 걸리지만 건강보조제는 이런 걱정을 덜어줘 판매가 꾸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이허브는 현재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해 국내 손님 유치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신한카드 사용자들은 아이허브에서 23만번 물건을 구매했고 한 번 살 때마다 평균 8만3000원어치를 썼다. 이 밖에 해외 직구족이 많이 이용한 건강보조제 쇼핑몰은 MDM글로벌·오플닷컴·비타트라·GNC 등의 순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직구족이 물건을 산 패션 관련 온라인 쇼핑몰 중 값비싼 명품 사이트는 상위권에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패션 쇼핑몰의 매출 1위는 ‘폴로’등을 파는 미국 패션 브랜드 사이트 ‘랄프로렌’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파는 물건은 한국의 같은 브랜드 쇼핑몰보다 다양하고, 할인해주는 품목도 많다. 패션 쇼핑몰 중 2위는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갭’이었다. 3·4위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모아 파는 ‘숍밥’과 ‘6PM’이 올랐다.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를 함께 파는 미국의 백화점 쇼핑몰 중에서는 ‘색스피프스’가 1위였다. 아기와 어린이를 위한 사이트는 짐보리·디즈니 등 친숙한 브랜드가 1·2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전문 취미용품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고 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유명 카메라 전문점 ‘B&H’의 온라인몰은 한국 직구족들에게 2억3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캠핑용품을 파는 ‘캠프세이버’, 무선조종 비행기와 자동차 등을 파는 ‘타워호비’도 꽤 인기였다. 이 세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들은 한 번 쇼핑에 평균 35만원어치를 구매해 다른 직구족(평균 9만5000원)보다 씀씀이가 컸다.


◈ ‘쇼루밍(showrooming)족’ 대세…옴니채널 등장

스마트한 직구족이 늘자 제품 구매 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쇼루밍(showrooming)’ 행태도 급증했다. 


지난해 IBM이 전 세계 2만6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 세계 소비자 쇼핑 행동 분석’ 조사에 따르면 쇼루밍이 전체 온라인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에 달했다. 쇼루밍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통한 가격 비교가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유행처럼 번진 쇼루밍족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인터넷에서의 판매를 거부해온 구찌, 에르메스, 버버리, 미쏘니 등의 명품 브랜드들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 월마트 등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자료에 따르면 “한 카테고리에서 온라인 경쟁업체의 매출 점유율이 15~20%에 도달하면 매장을 닫는 위기가 올 수 있다”며 “효과적인 옴니채널 운영에 실패한 유통업체는 향후 1~2년 안에 매출의 15~30%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쇼루밍을 하고 해외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자 국내 유통업체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마트·온라인 쇼핑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롯데는 스마트폰과 매장을 연동하는 옴니채널 쇼핑을 지난 4월부터 본격 가동했다. 


◈ 고개 숙인 수입매장들

직구가 늘자 ‘랄프로렌칠드런’과 ‘갭 키즈’ 등 직구족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직구와 병행 수입이 급증한 데다 불황까지 겹쳐 매출이 부진한 것이 매장을 철수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랄프로렌칠드런은 올해 들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건대점에서 매장을 뺐다. 


랄프로렌칠드런 못지않게 해외 직구족 사이에서 인기 브랜드인 갭 키즈도 2010년께 이후부터 해외 직구가 급증하면서 백화점 매장수가 정체상태다. 2011년 현대백화점에서 3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1개 매장만 있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본점·센텀 등 30여개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랄프로렌칠드런은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현지보다 60% 비싼 가격을 적용해왔으나 해외 직구, 병행 수입 등이 활발해지면서 가격 저항에 부딪쳐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전격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직후 한두 달 반짝 매출 성장세를 보이다 가을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백화점 매장 철수가 잇따랐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가격을 내렸어도 해외 직구가 더 저렴하고 제품 종류도 다양해 해외 직구족을 흡수할 수 없고, 가격 인하 후 객단가는 낮아져 백화점 매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구와 병행 수입 등으로 해외 패션 브랜드들을 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늘면서 신규 론칭하는 해외 브랜드들의 백화점 가격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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