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n Window Theory’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는‘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소개되어 있고, 1982년 당시 하버드대 교수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럿거스대 교수이자 범죄심리학자인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에 의해 처음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론은 도시의 무질서와 공공기물 파손 행위가 다른 범죄와 반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이론으로, 2014년1월MBC TV‘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뉴욕의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일조한 이론으로 소개된 바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어떤 건물에 깨진 유리창이 몇 개 있고, 그것이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면 일부 사람들은 유리창을 더 깨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덧붙여 만약 그렇게 황폐화된 건물이 비어 있다면 그곳은 불특정 다수의 무질서한 행위의 아지트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이론에서 설명한 것처럼, 실제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할 경우 처음에는 그 무질서에 동참하지 않던 사람들마저도 무질서한 행동을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무질서는 더욱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가 골목에 쓰레기를 하나라도 몰래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버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록 시작은 범죄심리학에서 출발했지만, 깨진 유리창 이론은 기업의 인사팀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그 내용의 골자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고객에게 사소한 불친절과 불쾌감, 고객 홀대가 쌓이고 쌓이면(깨진 유리창이 많아지면) 결국 그 기업은 위기(무질서 행위가 팽배)를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사전에 사소한 부분까지 점검하는 철저한 고객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수년간 선진국 몇몇 나라들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물류 활동을 보고 느꼈던 것 중 국내 물류업계에서는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화물차는 꼭 지저분하다(?)
바로 화물차량의 세차 상태다. 특히 유럽을 가면, 국민 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폴란드의 경우는 짐을 실은 트럭들의 세차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다. 영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을 가면 이 사람들은 일은 안하고 세차만 하나 싶을 정도로 트럭이 깨끗하다. 결벽증 심한 일본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도로 위를 달리는 우리나라 트럭들을 보면 익숙해지기 어려울 때가 있다. 화물차 주변 곳곳에 찌든 때는 물론 부식도 많이 진행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량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저곳에 묵은 먼지가 쌓여 있고, 전표와 서류가 어지럽게 굴러 다녀서 혼란스럽다. 시트가 찢어진 것은 예사고, 담배냄새와 담뱃재는 덤이다.
물론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필자도 몰라서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낮은 운송단가, 무리한 운행, 투자비 회수를 위해 수명이 다 되었는데도 차량을 교체하지 못하는 고민을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화물트럭 운송의 현실을 알기에 이야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분명기사 중에는 세차를 하고 싶어도 자기 몸도 못 씻고 일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기에 차마 세차하라고 말도 못 꺼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가 지금 맞닥뜨린 화물트럭이 떠오르면 생각나는 혐오스런 몇 가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지 반성해 볼 때다. 지저분함, 더러움, 먼지, 정리 안된 모습들. 늘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물류라는 것을 더욱 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진 나머지 기사님들 역시 세차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더 나아가 화주 역시 트럭이란 것은 좀 지저분해도 물건만 사고 없이 잘 배달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에 물류를 더 등한시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앞서 지난 CLO 8-9월 합본호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오토봇이 일부러 먼지 나는 곳에 숨어 있는 이유는 눈에 안 띄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먼지 나는 곳 에 있으면 당연히 눈에 안 띈다. 미래의 물류인들이 관심을 가질 리 없는 것이다. 도요타의 혁신 1과제‘정리정돈’독자들 중에‘물건만 잘 오면 됐지’차량의 청결 상태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때 유행했던‘도요타 배우기’열풍을 기억하는가? 도요타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정리정돈이다. 깨끗하고 청결하며 정리가 잘된 작업장에서 제대로 된 품질 좋은 물건이 생산될 수 있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신의 공장 내부는 도요타에서 배운 대로 정리 정돈을 무척 강조하며 깨끗하고 청결한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트럭은 물건만 잘 배송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청결과 정리정돈을 신경쓰지 않는 화주가 있다면 그 화주는 도요타 방식을 잘못 배운 셈이다.
특히 요즘처럼 물류 서비스가 고객 또는 소비자의 접점이 되는 시대에서 차량의 청결 상태는 무시할 수 없다. 내 집에 배달되는 자장면이 불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그릇이 뜨거운지(환경호르몬 나오는 건 생각 안하고)는 참 잘도 챙기는데, 막상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청결 상태를 보면 자장면 먹기 싫어진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자.
냉동화물차량 겉면에는‘해썹(HACCP: 위해요소 중점 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신선한 XX식품’이라고 쓴 식품회사 트럭이 먼지 잔뜩 뒤집어쓰고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면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니겠는가. 과연 소비자들은 그 식품회사의 물건을 구매는 하고 싶을까? 대형마트 배송차량이 먼지 잔뜩 뒤집어쓰고 배송을 하고 있다면 소비자는 그 마트를 방문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일례로 독자들이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가전제품을 사고 배달 및 설치를 받을 때 설치 기사님들의 발을 잘 보시기 바란다. 발에 덧신을 신고 있거나, 양말의 상태가 깨끗하다. 몸에서 땀냄새가 날지언정,발에서 발냄새는 안난다. 왜 그렇게 할까? 그렇다. 차량과 기사님들의 청결 상태는 어떤 형태로든 고객이나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웬만한 광고보다 좋은 홍보 효과가 되기 때문이다.
타요 버스에게 배운 교훈
그래서 말인데, 필자는 화물차 기사님들한테 세차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운임 올려 주는 것보다 실천하기 쉽고 사회 구성원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생을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화주나 대형 물류기업이 세차 시설을 마련하고, 세차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해 줄 수도 있고, 여건이 안되면 주변 세차장과 협약을 맺고 일정한도 내에서는 화주나 대형 물류기업이 세차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게 비용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것은 투자다. 청결하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게 된다. 그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운전이 달라지며, 운전이 달라지면 사회 구성원들 모두 이익이 된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인기 어린이 TV프로그램‘꼬마 버스 타요’를 랩핑한 한 시내버스를 모는 한 기사님이 아이들의 동심을 깰까봐 조심해서 운전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꼬마버스 타요 랩핑에 든 돈은 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300만원 들여서 기사님들이 난폭운전 못하게 만들었고, 아이들이 부모의 자가용을 안타고 시내버스를 타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기사님들도, 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행복해한다. 변화라는 것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
물론 세차가 우리의 척박한 물류 환경을 한꺼번에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차를 통한 작은 변화가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을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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