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화주∙물류 간 갑을문화의 부메랑

INNOVATION

by 김편 2015. 1. 5. 23:02

본문

 

 

 

 

글. 엄지용 기자


“갑”이 “을”에게 공급한 물품의 소유권은 “갑”에게 있으며, “을”은 계약기간 동안의 사용권만 가진다. 한 물류업체와 화주업체간의 계약서의 내용 중 하나이다. 갑과 을이란 용어는 십간(十干)에 나오는 순서로 점술에서는 갑(甲)은 양에 속하고, 을(乙)은 음에 속하는 상징이다.

 

 

요컨대 갑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빛이고, 을은 갑에게 귀속되는 어둠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계약서처럼 물류업체는 그들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유통, 제동 등 화주에게 비해서“을”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류업체 입장에서 화주는 서비스 구매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고객이고, 화주 입장에서는 물류업체 간 과다경쟁으로 인해서 물류 서비스의 수준이 평준화되어 어떤 물류업체를 선택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서“갑”의 입장에 있는 화주들은 종종“을”의 입장에 있는 물류업체들을 지배하려하기도 한다. 밀어내기나 압박으로 나타나는 업태가 그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모든 물류업체와 화주의 관계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히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물류업체와 화주 간에는 갑을문화가 존재한다.

 

본지는 이번‘화주-물류 간 갑을갈등’을 취재하기 위 3PL, 택배, 포워더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을(乙)로 산다는 것

 

 

포워더 A L사원“주말에 전화가 와서 가격을 물어보거나, 화물위치를 추적해달라고 하는 것은 양반입니다. 배송중인 화물을 빼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경우는 정말 난감해. 휴일에도 항상 업무준비태세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거죠.

 


 

물류업체 영업사원들은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화주에 대응하여 항상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하지만 고객들의 요구는 종종 그들의 업무시간을 벗어난 시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물론 물류업체는 언제 있을지 모르는 화물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실시간 반응체계를 갖춰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물류업체들은 주말에도 회사에 비상근무직원을 배치해 놓는다.

 


 

그러나 화주들의 연락은 대게 회사로 오기보다는 담당 영업사원에게 직통으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원, 대리급의 영업사원들은 회사에 연락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결국 화주업체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물류업체 영업사원들은 휴일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평시와 같은 대비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3PL B K대리“화주들이 도무지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이따금 있습니다. 령 통관 30분 전에 제품을 보내놓고 통관을시키라던가, 비가 오고 있는데 항공기를 띄우라는 식의 요구 같은 것들이죠. 더 신기한 것은 이런 무리한 요구들이 어떻게든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가령 팥으로 메주를 쑬 수 없는 것과 같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물류업체들은 이따금 이런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기상이변으로 항공기를 띄울 상황이 아닌데 항공화물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일정의 사전절차가 필요한 통관 업무를 바로 처리해달라고 하는 등의 요청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물론 실제로 이런 무리한 요구에 불구하고 상식을 넘어서 일을 처리해버리는 물류업체들의 사례도 꽤나 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의 처리에는 상식을 넘어선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법망을 벗어나거나, 일반적으로 발생했던 비용을 초과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부담은 누구에게 전가될까? 화주와의 장기적인 계약파기는 물류업체의 장기적인 수익성 하락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물류업체들은 무리한 요구임을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사항들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있다.

 

 

 

 

운송업체 C C사원“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리 팀장이 밤 10시가 넘어서 화주업체 담당자에게 불려가는 것을 봤습니다. 화주기업들 간의 모임자리에 와서 계산을 하라고 했다더군요. 술자리로 끝난 것이 아니라, 화대까지 전부 계산하고 왔다는 것을 들으니 이렇게까지 해서 3PL 영업을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다행히도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윤리에 대한 법령이 강화되면서 외부업체의 접대를 받는 경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 A그룹과 같은 경우는 외부업체와의 비윤리적 거래를 완전 근절하기 위해서, 점심시간 외에 하청업체와 공적인 미팅을 금지하기도 한다. 업무외 시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불온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업체들은 기존의 접대문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 그리고 물류업체는 화주에게 을의 입장에서 이런 접대문화를 강요받기도 한다. 것은 물류업체에 있어서는 물류서비스 역량 증대와 상관없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주에 있어서도 기업 경쟁력에 입각한 협력업체 선정이 아닌, 불온한 거래를 통한 업체선정을 일반화시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양측 모두 큰 손실이 발생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갑을 구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주, 물류업체 간에 형성된 갑을문화는 비단 접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물류산업 전체의 능률을 저하시킬 수 있는 근원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갑을문화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물류업체이. 이런 문화가 지속된다면 그들은 경쟁력 있는 물류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화주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런추세가 물류기업의 업무역량 강화를 통한 성장을 막아내는 요인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갑을문화가 물류기업으로 유입되는 우수한 인재를 막아서,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 물류전문 교육기관 중 하나인 A대학 졸업 예정자들 중 상당수가 물류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화주기업이나 물류정책연구기관에 들어가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난 분석 자료도 화주-물류간 잘못 된 갑을구조에 대한 방증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생들도 물류기업이 업계에서 당하는 대우들, 소위 말하는 을의 설움을 그들의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서 이미 간접적으로 인식하고있다‘. 물류’를배운학생들이‘물류업’을 기피하는 것은 이상현상이 아닐 수 없다. 갑을문화로 인해 발생한 물류업체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은 우수인력들의 물류업체 기피현상을 더욱더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갑을문화가 물류산업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화주는 갑을문화의 형성이 마냥 좋기만 할까? 소위 말하는“갑질”로 인해서 얻어지는 어느 정도의 비용감축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손해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잠시‘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앞서 언급했던 것 같이 화주, 물류업체 간의 갑을관계는 화주업체에 대한 물류업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에 대해 대형 택배사 한 관계자는“당장에는 영업을 위해 화주들의 비위를 맞춰주겠지만, 이는 언제든지 갑을관계가 부메랑이 되어 화주기업을 버릴 수도 있다”며 “화주도 대체 물류회사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기존 택배사를 대체할 만큼의 역량을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말못할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사실 국내 물류, 화주업체 간에 만연한 갑을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들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기시작했다.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정계, 학계에서도 갑을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다방면에서 상생문화를 알리는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갑을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화주-물류업체 간에 파트너십을 구축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러한 파트너십을‘어떻게’구축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국내 외국계 유통기업 B사는 그들이 가진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소 협력업체가 해외로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전자부품 제조기업 C사는 기업의 대표가 직접 기업의 1차 협력사는 물론, 2차 협력사까지 방문하여 협력사의 애로사항과 아이디어를 직접 청취하여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생화를 조성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식품제조기업 D사는 재단설립을 통해 중소기업이 비용문제로 인해서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인 식품안전 품질검사 부문에 지원금과 전문인력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들은 전부 다르지만, 화주기업과 협력사간에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협력사가 실제 필요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계에서도 반가운 소식들은 들려온다. 지난해 5, 고용노동부는 일반 근로자와연소 근로자, 건설일용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표준근로계약서에서‘갑’과‘을’의 단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실제 문제를 개선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회에 만연한 갑을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명시적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긍정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상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사실 사람들의 머리에 자리잡은 ‘문화’라는 것은 빠르게 변화시키기 힘들. 이 때문에 물류, 화주업체간의 갑을문화도 천천히, 한걸음씩 변화시켜 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급진적으로 법령을 수정하거나 강압적인 방법을 통한 변화가 아닌, 여러 기업들의 선구적인 작은 활동들을 통해 상생문화를 서서히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작업의 주체는 을의 입장에서는 물류업체가 아닌 화주업체가 되어야 될 것이다. 정부 또한 관련 법령을 지속적으로 개정해나가면서 기업체를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12, 물류업계의 상생을 위한 최초의 대기업 출자 진흥재단이 출범했다. 서 언급했던 기업들의 움직임처럼 이들의 출범 또한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종국에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