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가 나이키와 서로 다른 이유
공급사슬 전체에서 전략을 세우는 美 신발 제조업체
글.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택물류학부 교수 / 정리. 이석영 기자
Idea in Brief
뉴발란스는 1906년 윌리엄 라일리(William Riley)라는 영국계 이민자에 의해 설립되었다. 윌리엄 라일리는 자기 집 뒷마당의 닭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그 균형의 비밀이 3갈래 발모양에 있음에 착안하여 신발을 디자인 하였다. 그리고는 신발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냈다는 의미로 회사의 이름을 뉴발란스(New Balance)라고 짓게 되었다. 한마디로 닭발에서 탄생한 신발인 것이다. 뉴발란스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른 메이저 신발업체와는 달리 미국에 위치한 5개의 공장에서 전체 물량의 약 25%인 700만 켤레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에 위치한 직영 공장 1곳과 중국, 베트남, 대만에 위치한 협력업체로부터 나머지인 75%의 물량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신발산업의 현황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발산업의 생산이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로 이전되면서 산업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신발산업 수출비중을 보면 1990년 6.6%를 차지하던 것이 2008년에는 0.1%대로 현저히 감소했다. 이 때문에 1970~1990년대처럼 신발산업이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도, 그러한 대접을 받고 있지도 않다.
2012년에 발표된 포르투갈 신발부품 및 피혁용품 제조협회(Portuguese Footwear, Components and Leather Goods Manufacturers Association, APICCAPS)의 세계 신발 연감을 보면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 신발 생산량의 80%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총 생산량의 60.5%를 중국이, 인도가 10.4%, 베트남이 3.8%, 인도네시아 3.3%, 파키스탄 1.4%, 방글라데시 1.3%, 태국이 1.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3.8%), 멕시코(1.2%), 이태리(1.0%) 등 비(非아)시아 국가를 합쳐보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전 세계 신발 생산의 90% 이상이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생산된 신발들의 최대 소비시장은 유럽과 미국이다. 약 40%는 유럽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만 약 22.3%가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예로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와 리복(Reebok), 푸마(Puma) 등의 글로벌 신발회사가 자사품의 거의 전량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신발시장 점유율의 약 20%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나이키의 경우에 2013년 11월 기준 세계 12개국 107개 공장에서 신발을 생산하고 있는데, 전 세계 46만여 명에 달하는 나이키의 신발 생산 근로자 중 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다.
‘뉴발란스’의 탄생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뉴발란스(New Balance)´는 유일하게 미국에서 자사품을 만드는 신발회사다. 뉴발란스는 1906년 윌리엄 라일리(William Riley)라는 영국계 이민자에 의해 설립되었다. 윌리엄 라일리는 자기 집 뒷마당의 닭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그 균형의 비밀이 3갈래 발모양에 있음에 착안하여 신발을 디자인 하였다. 그리고는 신발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냈다는 의미로 회사의 이름을 뉴발란스(New Balance)라고 짓게 되었다. 한마디로 닭발에서 탄생한 신발인 것이다.
‘뉴발란스’의 두 가지 생산방식
뉴발란스는 위에서 언급한 다른 메이저 신발업체와는 달리 미국에 위치한 5개의 공장에서 전체 물량의 약 25%인 7백만 켤레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에 위치한 직영 공장 1곳과 중국, 베트남, 대만에 위치한 협력업체로부터 나머지인 75%의 물량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물량 중 1/3 이 “컷-스루 어셈블리(Cut-through Assembly)”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방식은 신발의 어퍼(Upper, 갑피)부분에 필요한 부품 과 원자재를 아시아 지역에서 공급받아 미국에서 생산한 후에 이를 다시 솔(Sole, 밑창) 부분과 조립하여 신발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머지 물량의 2/3는 아시아에서 완성되어 운송해 온 어퍼와 솔 모듈을 단순 조립하는 “소스드 어퍼(Sourced Upper)”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신발의 윗부분(어퍼)을 직접 제조하는 컷-스루 어셈블리 방식은 아웃소싱을 할 때보다 보통 제조시간과 인건비가 더욱 많이 소요된다. 2013년 기준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로렌스(Lawrence)와 메인주에 있는 스코헤겐(Skowhegen) 및 노릿지웍(Norridgewock)의 공장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뉴발란스’의 생산방식에 따른 공급사슬 구조
어퍼 모듈을 생산하는데 어떤 업체는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해주며, 다른 업체는 어퍼 모듈을 통째로 완성하여 보내주기도 한다. 솔 모듈에서는 뉴발란스가 생산하지 않고 전량을 납품받아서 사용한다. 특히 중국에 있는 두 군데의 협력업체가 대부분의 자재들을 납품하고 있다. 리드타임을 살펴보면 모듈 준비 공정이 아시아에서 평균적으로 4주에 걸쳐 완료가 된다. 이후 운송하는데 5주 정도가 걸려 미국 동부에 위치한 3군데의 창고로 자재들이 입고된다. 이 곳 창고에서 생산라인으로 필요한 자재와 모듈들이 공급되는 것이다.
‘뉴발란스’가 인소싱을 택한 이유와 전략 - 그들만의 SCM 이해법
생산원가를 따져보면 미국에서 생산한 신발은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발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13달러 정도 더 비싸다. 신발 한 켤레의 생산원가를 분석해보았을 때 평균 50% 정도가 재료비이고 나머지는 간접비용(25%)과 인건비(25%)가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미국 내 인건비가 여타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발란스는 왜 다른 모든 업체들은 앞 다투어 아시아 지역에서의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의 생산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SCM을 그들만의 시각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뉴발란스는 ‘공급사슬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그들의 ´균형감 있고 편안한 기능성 신발 제공´이라는 제품 전략을 탄생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적인 요소가 강한 타사들과는 달리 그들만의 고유한 공급사슬 운영 기법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뉴발란스가 추구하는 전략 때문에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신발 모델을 판매하고 있으며, 동시에 990시리즈와 같이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장기간 매장에서 유통시키고 있다. 더불어 별도의 영업조직 없이 신발을 유통시키고 있는데, 일종의 프리랜서와 같은 독립적인 영업 인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고용하여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는 달리, 뉴발란스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모델이나 일반인을 고용하여 소규모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대신 기능에 근거한 입소문 마케팅을 더욱 중시하고 있으며, 제조 중심의 공급사슬을 운용함으로써 이를 제품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아시아에 위치한 생산네트워크로 구성된 이중 공급사슬(Dual Supply Chain)을 운용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수요 변동성에 제품 차별화전략 때문이다. 즉 수요 변동성이 작고 판매가격이 낮은 제품은 아시아의 공급사슬을 통해 생산한다. 반면 수요에 대한 변동성이 큰 고가의 제품들은 미국에 위치한 공급망을 통해 신속하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컷-스루 어셈블리 공정을 거친 제품은 ‘Made in USA’로, 그리고 소스드 어퍼 방식에 의해 단순 조립 공정을 거친 제품은 ‘Assembled in USA’로 판매함으로써 경쟁업체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 등의 글로벌 업체들은 생산과정 이후의 유통과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뉴발란스는 원자재로부터 생산에 이르는 공급사슬의 상류 부분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뉴발란스는 마케팅과 유통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틀린’ 공급사슬 운영전략은 없다
하지만 어느 공급사슬 운영 전략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나이키가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에서의 아웃소싱 기반 공급사슬도, 뉴발란스가 미국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공급사슬도 옳다. 왜냐하면 공급사슬 전체를 바라보며, 각각이 가지고 있는 전략과 제약조건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미국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인 뉴발란스가 SCM을 새롭게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뉴발란스와 맥을 같이한 ´도요타´
여기 뉴발란스처럼 SCM을 새롭게 해석한 기업이 있다. 바로 ´도요타´이다. 도요타가 그들만의 공급사슬전략을 갖게 된 데에는 2000년대 일본 자동차 시장의 영향이 있었다. 당시 일본은 자동차 생산의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의 급감으로 침체기를 맞았었다. 더불어 2009년에 발생한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일본 메이커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신흥 브랜드에 밀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3월의 일본 대지진과 같은 해 10월에 발생한 태국의 홍수는 막대한 생산시설의 피해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고 현상’의 발생으로 일본 자동차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도요타’가 인소싱을 택한 이유
이러한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혼다(Honda)와 닛산(Nissan) 자동차는 해외 생산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 도요타사는 다른 두 자동차 메이커와 달리 일본 국내 생산량을 40~50%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했다. 2009년 리콜사태로 인한 매출감소분이 막대했음에도 여전히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일본에서 생산한 것이다. 마치 앞서 언급했던 뉴발란스처럼 인소싱을 택한 것이다. 도요타가 인소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2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공급사슬과는 사실상 별로 관계가 없는 이유 때문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최소 1년에 300백만 대 이상의 차량을 일본에서 생산하겠다.’라는 방법으로 일본 국내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다른 기업과는 달리 여전히 국내생산 비율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품질에 대한 관점 때문이다. 도요타는 일종의 장인정신이라 할 수 있는 “모노주꾸리(ものブくリ)”를 늘 강조해왔다. 그들은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산을 하게 되면 도요타가 자랑스러워하는 장인정신이 사라져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키오 토요다 회장은 2011년도 신년사에서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장인정신의 기반을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이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재차 천명한바가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도요타는 추가적인 생산원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동시에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축소 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했다. 도요타가 이즈음 준공한 미야기현(宮城縣)의 공장을 당초 계획과는 달리 소규모 공장으로 완공한 것이다. 여기서는 주로 코롤라(Corolla)와 야리스(Yaris)와 같은 소형 모델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미야기현의 생산라인은 기존의 생산시설과는 전혀 다른 2가지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 하나는 생산라인에 실려 움직이는 자동차 섀시(Chassis)의 방향이 전후가 아닌 좌우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도요타 공장에서는 이들 섀시가 앞뒤가 아닌 좌우 길이 방향으로 배치되어 조립되고 있다. 이런 구조를 통해 생산라인의 공간을 약 35% 이상 감소시켜 설비 투자비용을 줄이고,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보통 서스펜션을 천장에 설치하여 생산라인에서 차량을 이동시키는 방법 대신, 바닥에서 차량을 들어 올리는 엘리베이션 플랫폼(Elevation Platform)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 생산 설비의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50% 가량 줄였을 뿐 아니라, 공장의 천장 높이를 대폭 낮추어 냉난방비용의 40%를 절감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산라인에서 중량부품을 운송하는 카트에 저렴한 자전거 전기 모터를 사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도요타 시티(Toyota City)에 위치한 엔진 제작공장의 생산용량을 생산단가의 인상 없이 10만개에서 5만개 수준으로 대폭 감소시키기도 하였다.
엔고와 경기불황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도요타는 ‘국내생산 유지’라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즉 도요타도 뉴발란스사처럼 SCM을 그들만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적절한 공급사슬 운영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요타도 SCM을 새롭게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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