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4호(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⑧
글. 천동암 한화큐셀 물류담당 상무
Who?
천동암
시 쓰는 물류인 천동암 씨는 한국코카콜라와 DHL코리아,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지텍을 거쳐 현재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 부문)을 했으며, 시집 ‘오른다리’ 를 출간했다. 경영학 박사 및 CPL, CPIM, CPSM 등 국제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물류전문가로 국제물류론, 창고하역 보관론을 집필했다.
‘스르르........ 누군가가 봉긋 올라온 내 배를 밀치고 있네!’
오 부장은 잠결에 몸이 스르르 소리를 내며 침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나 몸이 순간적으로 침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오 부장은 그 사이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정신이 몽롱했다.
어스름 새벽이었다.
‘어, 마누라가 없네. 참! 여기는 동경이지, 나는 지금 출장 중이고.’
오 부장은 겨우 정신이 들었다. 호텔 방 가장자리에 서 있으니 다시 한 번 진동이 왔다.
‘지진 아닌가?’
오 부장은 튀어나온 배를 손톱으로 긁어대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에 사람들이 없고 평온해 보였다. 오 부장은 부리나케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It is the Earthquake! Right? what shall I do?"
프런트 담당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It happens all the time. Not serious this time too. Sooner or later it will calm down sir, Please go to the bed"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잠이라 자라고, 이런 씨부럴’
전화를 끊고 오 부장은 혼자 목소리로 아직 짙은 어둠을 품고 있는 창문에다 대고 야멸스럽게 뇌까리고는 침대에 다시 몸을 밀어 넣었다. 생전 처음 지진 진동을 온 몸으로 느끼니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일본법인 사무실에 출근해서 지진에 관한 지난 밤 얘기를 했더니 직원들은 그 정도 지진은 걱정 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정작 더 무서운 것은 벼락이라는 얘기를 했다. 팀원들과 회의실에 앉았다. 프로젝트가 3주가 지나면서 서울에서 온 인원들이 지쳐보였다. 노처녀로 살다가 결혼한 지 6개월 된 김정미 과장. BCG Korea에서 합류한 나희덕 과장과 김필립 차장. 말은 안하지만 거의 3주 동안 주말에도 거의 쉬지 못해서 몸과 마음이 파김치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오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마누라 전화는 반가운 안부 전화가 아니라 출장에서 언제 돌아오는지 쪼는 전화다. 언제 부터인가 달콤했던 마누라 입술은 새의 부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오 부장은 그때 마다 왠지 모르게 나사처럼 가슴이 조여 왔다.
일본법인의 판매물류업체 선정을 위해 RFQ(Request for Quotation)를 발송하기로 했다. 발송하기 이전에 9개의 후보 물류업체와 각각 미팅을 하기로 했다. 9개 업체는 다국적 물류업체 2곳, 한국계 물류업체 3곳 그리고 일본 물류업체 4곳이었다.
물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구분을 하였다. 국제운송과 일본 국내물류로 구분을 하고 각각 업체 선정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오 부장과 TF인력들은 후보 물류업체를 개별적으로 일정을 정해서 RFQ 설명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미팅업체는 현재 물류를 시행하고 있는 ‘AET´업체였다.
그 업체의 ‘사토’ 부장은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고 눈매가 날카로웠다. 일본사람임에도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아주 잘해서 놀라웠다. 그는 회사 소개 이외에 현재 물류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장표를 준비했다.
“오 부장님, 지금 저희가 운영 해 본 결과 물류거점이 너무 많아서 재고 가용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창고 간 재고불균형으로 인하여 긴급주문이 많고 차량 적재율이 50%이하로 운행하여 운송비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은 저희 회사 물류비 매출이 늘어나 좋지만 고객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비용 발생이 우려됩니다.”
사토 부장은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제시하면서 일본법인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추가적으로 저희가 배송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차량을 배차 한 후 제품 납품이 연기 되었는데 저희 회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 배차한 차량에 주문연기로 인한 취소운송료를 지급한 내역입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700만 엔(원화 2.6억(億))입니다. 저희에게 물류운영을 맡겨주시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여 비용절감과 물류 서비스 품질을 향상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사토 부장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해주시고 해결책을 같이 제안 해준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당사 물류 실무를 직접 운영하다 보니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제시 할 수 있군요.”
사토 부장의 제안 내용과 회사 소개를 듣고 오 부장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토 부장님, 당사 일본 법인은 현재 약 원화 2조의 매출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두 자리 수 이상으로 매출이 성장한 반면 물류 운영 수준은 매출 성장만큼 따라가지 못하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류운영 수준을 높여서 비가격 요소인 물류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최근에 오배송 및 납기 지연으로 고객 클레임으로 배상해준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내물류인 경우 12개의 물류업체를 1개 업체로 통합하려고 합니다. 비용절감 목표는 기존 단가 대비 30% 감축입니다.”
오 부장은 물류아웃소싱 목적과 방향성을 열정적으로 설명하였다.
“30% 절감이라고요!”
사토 부장은 놀란 토끼눈으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오 부장을 쳐다보았다.
“예,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 미팅업체는 ‘연간 원화 기준으로 38조 매출을 하는 대표적인 일본 물류회사인 일본통운(Nippon Express)이었다.
마쯔다 과장과 히로시 부장이 회사소개 자료를 들고 성큼 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마쯔다 과장은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오 부장님, 주지하다시피 일본 땅은 바나나처럼 길어서 물류거점과 배송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물류비용과 고객서비스를 감안하여 저희 회사가 고객에게 제안한 복합운송루트를 활용하면 비용은 줄이고 리드타임을 줄여서 물류서비스가 증대가 될 것입니다. 귀사도 많은 물동량이 움직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 부장님, 귀사의 제품의 특성은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공급하여 현장에서 바로 조립하는 제품입니다. 제품이 공사 일정에 맞추어 필요량을 후 보충하는 형태이지요. 공장에서 최종 고객까지 표준리드타임을 설정하고 공사일정에 맞추어 속도를 높여주는 것, 재고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재고 가시성을 높여서 무재고 형태인 Cross-Dock을 운영하자는 제안입니다. 이 방법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면 30% 이상의 물류비 절감과 부진재고 감축이 가능합니다.”
‘30% 물류비 절감’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오 부장도 적잖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국적 물류기업인 DHL, DB Shenker와 한국계 일본 물류법인 업체인 회사들과 관련 물류 아웃소싱 미팅을 했다.
한국계 일본 물류법인들은 한국에서는 물류 대기업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매출이 크지 않고 물류운영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들 물류업체들은 모 기업의 수입 국제물류를 처리하는 수준이고 일부 국내 물류를 수행하더라도 실제적인 수행은 일본 내 실행 물류업체를 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오 부장이 대략 20여개의 물류업체와 미팅을 하고 내린 결론은 일본에서는 다국적 물류회사들을 포함한 한국계 물류회사들은 현지 물류업체와 비교하여 물류거점 및 물류서비스 수준이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한국계 일본 물류법인들은 더욱 경쟁력이 미약하였다.
김 필립 차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뿔테 안경을 눌러쓰고 오 부장 자리로 다가왔다.
“오 부장님, 물류비 단가 30% 절감을 위해서 기존 단가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물류비는 4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해상운송비용, 수입관련제비용(통관,drayage), 국내 창고료와 고객 배송비 입니다. 물류비 단가 관련 중 특이한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특이한 사항?”
오 부장은 궁금한 듯이 김 차장에게 바로 되물었다.
“여기 일본에서는 창고료 계산을 3기(期)로 구분합니다. 1기(期)는 1일~10일(10일 보관료), 2기(期)는 11일~20일(10일 보관료),3기(期)는 21일~30일(10일 보관료)입니다. 각 기(期)별로 해당 기간에 입출일 기준으로 창고료를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김 차장의 미간을 찌푸린 표정은 물류회사만 유리한 불합리한 비용구조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1월 2일에 입고해서 1월 3일에 출고 할 경우 2일분 보관 1월 2일에 입고하여 1월 10일에 출고하는 8일분 보관이 10일로 일괄 계산되어 화주에게 청구한다는 얘기였군. 참....... 거시기하네.”
창고료가 일방적으로 물류회사에게 유리하게 적용을 한 것을 알게 된 오 부장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맞습니다. 오 부장님! 창고료는 대부분 기(期)별 평당(坪當)으로 산정되어 있지만 일부 창고는 Pallet 단위로 비용청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창고는 평당(坪當) 매월 고정비용으로 지급하는 구조도 있습니다. 현재 창고별 상이한 보관 요율 적용으로 창고 보관료 과다 발생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는 일 단위, CBM(Cubic Meter) 단위 보관 요율 적용으로 보관 일수에 따라서 보관료를 지급하는 구조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고정비를 변동비화 하자는 얘기지. 김 차장!”
“바로 그 얘기입니다. 판매 물동량 따라서 지불하는 변동비, 물류비용의 표준편차가 작아서 예측 가능한 물류비 구조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주장하는 것입니다.”
김 차장은 물류비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까지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오 부장은 RFQ 내용에 김 차장이 제안한 창고료는 CBM/일로 산정하는 것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일본통운이 제안한 복합운송루트를 활용하여 Cross-Dock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속도를 높이고 창고를 없앤다.’ 이 말이 오 부장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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