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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원산지 관리는 재고관리부터

INNOVATION

by 김편 2016. 3. 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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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원산지 관리는 재고관리부터

글. 박승범 SCM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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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in Brief

관세 철폐를 전제로 자유무역 협정을 초등학생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듯 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요즘 업계에서는 원산지 관리자 등 FTA와 관련된 채용을 늘리려는 조짐이 보인다. 여러 원산지를 가진 한 품목이 한 물류센터에 모이고 있는 시대다. 이렇게 되면 원산지 관리는 원산지 관리가 아니게 된다. 결국 재고관리다. 원산지관리는 처음 그 물건을 만든 시점부터 어떻게 재고가 관리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식의 관리가 아닌 여러 가지 논리를 동원해가면서 관리하거나, 수기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공급망의 위험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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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한·뉴질랜드 FTA에 이어 지난달 20일부로 한·베트남 FTA가 공식 발효됐다. 우루과이 라운드(UR)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쌀시장 개방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은 막겠다던 분이 대통령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관세 철폐를 전제로 자유무역 협정을 초등학생 가정통신문 나눠주듯 한다. 하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106.5Kg을 기록하던 1995년과 65.1Kg을 기록한 2014년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언젠가 필자는 한국인은 결정적 한 방에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업이 지금껏 애써 만들어 온 비용절감이 ‘FTA로 인한 원산지 관련 규제’를 어김으로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한꺼번에 세 나라의 FTA가 동시 발효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원산지 관리를 비롯한 수입통관 관리가 더욱 더 중요해졌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업계에서는 원산지 관리자 등 FTA와 관련된 채용을 늘리려는 조짐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몇 푼 아낀다고 원산지 관리를 등한시하다가 원산지 증명 받을 때의 원산지와 실제 물건의 원산지, 또는 선적서류에 표기된 원산지가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여러 가지로 피곤한 일이 발생한다. 자칫하면 그 몇 푼 아낀 것에 추가금까지 뒤집어쓰며 고스란히 과징금으로 내야한다. 요즘 기업들이 과징금 내라면 그냥 내나? 소송 들어간다. 소송은 무료인가? 소송비용 들어간다. 소송 걸면 나는 편한가? 증빙서류 갖춰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조용히 만나야할 수도 있다.


한때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허브’로 키우려는 정책적인 시도가 있었다. 그 결과였을까. 지금도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허브는 허브인 것 같다. 한국 주변지역 배송을 겨냥한 허브 물류센터를 가진 기업들도 여럿 존재한다. 그런데 잠깐. 만약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변 국가에서 생산된 물건이 한국에 모인다고 해보자. 허브는 당연히 이러한 물건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포장해서 보내야 한다. 이 때 원산지는 어떻게 관리할까.


그 물건의 진짜 원산지는 물론 박스에 찍혀있을 것이다. 그 물건을 수입해서 들여올 때의 선적서류와 원산지증명서에도 찍혀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품목의 원산지가 두 군데면 어떻게 할까? 물류센터는 효율을 위해서 하나의 장소에 원산지가 다른 한 품목을 보관하고자 할 것이다. 만약 물류센터의 창고관리시스템이 하나의 로케이션에 보관된 두 개의 원산지를 구분해서 수량 관리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그것이 안 된다면. 결국 제한된 물류센터의 보관장소를 활용하면서 원산지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아예 물류센터의 재고관리 자체가 ‘원산지별’, 좀 더 명쾌하게는 ‘선적서류 단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관리하는 경우가 있냐고? 자유무역지역의 대명사 두바이에 가면 콕 집어 원산지 관리라고는 애매하지만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령 두바이 제벨알리(Jebel Ali Free Zone)에 반입되는 물건은 세관신고서(Bill of Entry) 번호를 발급받는다. 그리고 제벨알리에서 물건을 반출할 때는 당국에서 이 번호를 가지고 실제 반입되었던 물건인지 이력을 추적한다. 자연스레 세관신고서 번호 단위로 재고가 관리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벨알리에 입주한 3PL업체의 경우 입고예정 정보를 받을 때 세관신고서 번호를 화주로부터 받고, 입고완료 후 실제 입고한 세관신고서 번호를 주는 방식 또한 고려할 수 있다.



결국 원산지 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그 기업의 재고관리 역량과도 직결되어 있다. 일단 물류시스템 자체가 원산지를 관리할 수 있어야 정말 제대로 된 원산지 관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특히 재고관리가 이 정도 수준까지 된다는 것은 물류센터 작업자들의 움직임과 시스템상의 ‘피킹지시’, ‘피킹완료’, ‘재고이동’ 등의 정보가 일치한다는 뜻이다. 만약 실제 움직이는 작업자와 시스템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아마 매일 밤마다 입출고량을 맞추느라 힘든 나날을 보낼 것이다.


물론 애초에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만, 그런 환경에서 원산지를 관리하려면 물류센터에 보관할 때는 아무렇게나 보관하고, 나중에 피킹하면서 일일이 원산지를 수기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수기 관리된 원산지는 선적서류 담당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고, 선적서류 담당자는 정확하게 원산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만약 수입지 세관에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로 미리 원산지 정보를 비롯한 선적서류 정보를 보내야 할 경우에는 이 원산지 정보를 고스란히 세관에 EDI로 보낼 수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만약 그러한 수기 관리도 싫다면? 몇 가지 논리를 동원해서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원산지 정보를 출력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수출국가가 어디인지, 선적항만이 어디인지, 아니면 공급업체의 소재지 주소가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분명히 새는 부분이 생긴다는 점이다. 가령 수출국가도 수입해서 파는 품목이면 원산지와 수출국가는 달라진다. 선적항만이 환적항만으로 표시된다면 중국산이 졸지에 싱가포르산이 되어 버린다. 공급업체 소재지는 한국이고 공장이 중국인데 소재지 주소를 한국 것을 가져와 버리면? 이건 그야말로 대재앙이다.





이쯤 되면 원산지 관리가 원산지 관리가 아니다. 결국 재고관리다. 원산지관리는 처음 그 물건을 만든 시점부터 어떻게 재고가 관리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이런 방식의 관리를 못 하니까 결국 여러 가지 논리를 동원해가면서 관리하거나, 수기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공급망의 위험성을 높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어떤 과정에서 공급망의 위험성을 높이는지는 생각이 좀 정리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호(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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