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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의 놈놈놈] 한국 소호몰은 왜 해외진출을 하지 못할까

INNOVATION

by 김편 2016. 9. 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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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 세상의 놈놈놈② 소호몰편
소호몰의 성장, 그리고 아웃소싱의 점철
소호몰이 글로벌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필요한 것


글. 김문성 위사 차장

Idea in Brief

CBT(Cross-Border Trade) 시장의 성장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대세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온라인 패션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몇몇 소호몰은 소호몰이라고 불리기 무색할 정도의 규모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패션 이커머스 업체들은 해외진출(CBT)의 문을 쉽사리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관심 자체가 없다. 왜일까.


최근 몇 년 사이 CBT, 즉 해외 역직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업체들은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필자는 지난 기고(소호몰의 어벤저스, 쇼핑몰 솔루션이 나쁜놈이 된 이유)를 통해 ´쇼핑몰 솔루션업체´가 왜 CBT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나쁜놈이 됐는지 이야기했었다. 이번에는 지난 기고에 이어 한국 이커머스 업체가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그리고 그에 대한 소호몰들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오늘의 ‘나쁜 놈’은 ‘소호몰’이다. 소호몰(Small Office, Home Office Mall)은 소규모 사무실과 가정 사무실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국가별로 소호(SOHO)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10명 이내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IT기반의 소규모 사업장을 뜻한다. 2000년 초반부터 유행한 패션 소호 온라인 쇼핑몰이 해당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대형 패션회사를 위협하는 ‘4억소녀 립합’, ‘스타일난다’, ‘난닝구’ 같은 쇼핑몰도 모두 소호몰로 시작한 회사들이다. 작은 사무실이나 가정집에서 가족 혹은 지인들과 창업한 소호몰이 이제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예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에 있는 패션 소호몰들이 왜 CBT시장 진입을 막는 ‘나쁜 놈’이 된 것일까.

사입의 꿈은 환상이 되어

온라인 소호몰의 업무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컨셉수립, 상품매입, 재고관리로 대표되는 ‘상품 소싱’, 디지털 브랜딩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마케팅´, 상품 콘텐츠 제작으로 대표되는 ´웹 디자인´, 고객관리, 배송관리 등으로 대표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재무, 회계와 관련된 ´경리 관리´가 대표적이다. 패션 소호몰의 업무는 이렇게 여러 분야로 나뉘긴 하지만 사실 다른 어떤 산업보다 각 파트너 간 협업이 중요하다. 협업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소호몰들은 본인들이 잘하고 있는 분야도 제대로 정리하고 시스템화하지 못했다. IT시스템은 비용투자는 하기 싫으니 빌려 쓰고 있는 형태다. 심지어 외부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자신들이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배송도 외부 택배사를 이용하니 배송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도 않다. 불편하다고 불평은 늘어놓지만 근본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소호몰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는 동대문 시장에서 사입을 잘해서 콘텐츠 제작을 멋지게 잘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만 잘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 잘해도 성공하던 시절은 영원히 지나갔다.

한국 소호몰, 아웃소싱의 모래성을 쌓다

우리나라 온라인 소호몰 업계에서 상징적이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하나 있다. 바로 ´동대문 사입´이다. 소호몰들은 동대문 시장에서 자사의 컨셉에 맞는 상품을 소싱하여 대부분의 상품을 판매한다. 쇼핑몰 구축에 필요한 IT 솔루션의 경우에도 외부 업체에서 임대형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어서 투자 비용이 없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배송되는 과정 또한 외부 택배업체를 통해 발송된다. 즉, 현재 우리나라 소호몰 시스템 구조는 그야말로 ´아웃소싱판´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소호몰은 이러한 아웃솟이 잔치 속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소호몰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은 무엇일까. 소호몰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는 ‘콘텐츠 제작능력’과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판매 능력’이라 할 수 있다. IT솔루션과 배송 부분에 대한 투자는 전혀 할 필요가 없고, 오직 매출에만 집중하면 되는 구조다.

최근 10년간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유통산업의 주역들이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온라인 패션 소호몰´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소호몰의 내부 시스템 정비와 투자는 거의 없었다. 소호몰들은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해가면서 내부 업무에 대한 문제점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시스템화했어야 했다. 필자는 이를 80-9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정에서 겪은 성장통과 비슷하다고 본다.

(자료= 필자 제공)

핵심가치의 실종

세계적으로 패션 이커머스 시장은 가장 혁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패션 이커머스 시장은 사실 세계적으로 10년은 앞서 발전해왔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을 아직도 단순한 ‘유통업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브랜드나 상품을 제조하지 않고 ‘유통 플랫폼’만 운영하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소호몰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지금도 여전히 10년 전과 같이 ´동대문 시장에서 상품을 소싱´하고, ´멋진 모델을 고용한 콘텐츠 제작´을 하고 여기에 더해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는 ´예쁘게 차려 입은 모델´과 ´상품 콘텐츠´와 동일시된다. 상품을 만들지 않는 패션 브랜드가 대한민국말고 또 어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마치 자사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패션 브랜드’라고 주장하는 격이다. 소호몰의 매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소호몰이 아닌 ´브랜드 생산자´로 불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호몰은 제조가 없는 ‘유통업’이라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 이들이 어떻게 브랜드 생산자로 분류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대해진 패션 소호몰들은 해외진출 자체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우리나라 소호몰의 성장을 이끈 기업마저 해외진출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은 서로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킨게임의 판을 넘어서

해외시장 진출은 여러 쇼핑몰이 난립하여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의 방법론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쇼핑몰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어려워 한다. 왜 그럴까.

동대문 시장 중심의 사업모델에 첫 번째 원인이 있다. 현재 국내 봉제공장은 가내수공업 수준을 조금 벗어난 정도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동대문 시장에 납품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러 상황에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발주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서 소호몰 내부 시스템을 해외용으로 새롭게 구축하라는 것을 필자도 쉽게 말하기 어렵다.

때문에 패션 소호몰에서 우선순위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상품의 ‘재고 문제’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자사 상품의 제작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정말 극소수이지만, 해외플랫폼에 판매하기 위한 콘텐츠도 따로 제작하고, 그것을 위한 시스템까지 개발하는 회사들도 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패션 소호몰은 주력 상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해야 한다. 이미 자금력을 보유한 소호몰들은 일부 봉제공장을 인수하는 등 자사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해 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 또한 아주 긍정적이다.

이처럼 국내 소호몰들이 몇몇 문제만 원활히 해결한다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자연히 커진다. 자사 상품을 재고로 갖고 있을 경우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직접 입점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 진출도 가능해 진다.

과거 쇼핑몰 해외진출의 첫 번째 관문은 해외진출을 원하는 국가의 법인설립 및 계좌개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가령 아마존, 이베이, 라자다 등을 통해 국가별 법인 개설 없이 상품 판매가 가능해지고 있다. 페이팔이나, 페이오니아 등의 결제회사를 통해 해외 가상결제 계좌가 개설이 되고 마켓 정산을 대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대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패션 소호몰들 입장에서는 재고 문제만 해결되면 해외용 상품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양한 경로로 해외진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 기고를 통해 소호몰이 CBT시장 진입을 막는 ´나쁜 놈´이라는 표현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10년간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킨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들이 없었으면 동대문 시장은 벌써부터 없어졌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 패션 소호몰 산업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현재 패션 소호몰 시장은 예전 전자제품 산업의 변화와 유사하다. 혹자들은 ‘다나와’ 때문에 용산 전자상가의 상인들이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는 표현을 한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나와 덕분에 전자제품 유통구조가 오히려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구조로 변화했다고 본다. 산업의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 것이다.

국내 패션 의류시장도 마찬가지다.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오프라인 패션매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온라인 패션 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도매업체나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도태됐다. 하지만 산업구조 재편 관점에서 의류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자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온라인 패션 소호몰의 경우 이전 오프라인 세대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금 상위 업체들은 정말 말도 못할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소호몰들이 국내 시장의 파이만 나눠먹는 치킨게임에서 벗어나야할 시점이다. 온라인 패션 소호몰들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동대문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이들이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다만 패션 소호몰들의 적극적 해외진출을 통해 동대문 시장 역시 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패션 소호몰들이 간만 보지 말고 최소한 무릎이나 허리까지는 푹 담가보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소호몰들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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