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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물류의 대안 GPO, 대세가 될 수 있을까

INNOVATION

by 김편 2016. 12. 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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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물류 공급망 살펴보기, 다품종/다빈도/소량 상품을 다루는 방법- 공동구매방식 GPO, 물류부터 위탁재고관리까지- 완전자동화의 숙제, 의약품일련번호제도 성공할까

Idea in Brief

현재 국내 의약품 유통산업은 도매거래가 일반적인 구조를 형성했다. 의약품 제조업체 혹은 수입업체와 병원간의 직거래 추세는 감소하고 있으며, 역으로 대규모 도매상을 거쳐 유통되는 거래는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비용절감과 물류 부문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GPO(의료분야 구매대행회사)를 활용해 발주-구매-물류를 연동시킨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소량 다품종 상품이 다빈도로 다뤄지는 병원물류 특성상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병원물류의 대안 GPO가 대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왜 병원물류는 ‘직거래’를 하지 않을까

 

병원물류에 있어 도매거래는 일반적이다. 이는 병원물류 특성상 소량의 다(多)품종 상품이 다(多)빈도로 거래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령 병원에서 절개된 신체 조직을 꿰맬 때 쓰이는 실인 봉합사만 하더라도 크게는 몸속에서 녹는 흡수사와 녹지 않는 비흡수사로 나눠진다. 그 안에서도 다시 용도, 재질, 제조업체에 따라 수백 가지 상품으로 나뉜다. 작은 개인병원이라면 필요한 봉합사의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직접 봉합사 제조업체와 거래하여 납품 계약을 맺은 뒤 재고 관리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진료과목이 많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은 그들이 필요한 수백 개의 봉합사를 공급하는 업체를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

도매유통

 

더욱이 병원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봉합사 하나가 아니다. 병원은 크게 ‘의약품’, ‘진료용 재료’, ‘기타 일반 소모품류와 의료장비’ 등 세 종류의 품목을 취급한다. 봉합사뿐만 아니라 반창고, 붕대 등 다른 진료 재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국 병원이 이 모든 품목에 대해 각각의 제조사와 직접 납품계약을 맺고 발주와 재고관리를 하기에는 큰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때문에 병원은 제조업체와 직거래를 하기보다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하더라도 도매유통을 통해 다양한 품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선호한다. 대표적인 병원 취급 품목인 의약품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조·수입업체와 병원 간의 직거래는 점점 감소하고, 중간상을 거쳐 병원으로 유통하는 도매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다.

연도별 유통단계별 의약품 공급금액


한국의 의약품 유통 생태계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은 도매업체 수가 많고, 영세한 도매상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업체수는 2011년 1809개에서 2014년 2014개로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도매업체 간의 양극화 현상도 존재한다. 2014년 기준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도매상은 전체 업체수의 2.6%였지만, 그 기업들의 공급금액은 시장 전체의 52.3%를 차지했다. 반면 매출 100억원 미만의 소형 도매상은 전체 업체 수의 81.8%였지만, 공급금액은 시장 전체의 15.8%에 불과했다. 소수의 대형 도매상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2014년 의약품 유통 단계별 공급 규모

결국 영세한 도매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제약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우며,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한 도매업체간 경쟁 또한 심하다. 여기에 직접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영업권만 가진 도매업체까지 등장하면서 의약품 유통 시스템의 분배 효율성은 점차 떨어지게 됐다.

 

한편, 확실히 한국은 도매업체를 통한 의약품 유통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제약업체와 요양기관간의 직거래 비중이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제약업체가 계약한 특정 도매업체나 대리점을 통해 요양기관에 독점 공급하는 품목 도매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로 인해 불법적인 리베이트, 후원금 등이 요양기관에 지급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한 유통 경로와 리베이트 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비용은 의료비에 반영되므로 결국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공동구매 시스템 GPO의 출현

 

최근 국내에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구매원가 절감, 업무 효율화 등 병원물류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와의 연계가 주목받고 있다. GPO란 의료분야 구매대행회사를 말한다. GPO는 여러 의료기관의 구매 수요를 공동 취합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매비용을 절감시키고, 물류관리와 조달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에서는 ‘간납업체’라고도 불린다.

 

병원 입장에서 GPO를 이용할 경우 구매가 ‘공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품의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물류관리와 조달업무 역시 아웃소싱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원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물품 공급업체의 경우에는 대량의 물건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이미 미국, 유럽과 같은 의료선진국의 경우 의료기관과 GPO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된 추세다. 독일은 전체 병원의 약 80%가 GPO를 통해 구매업무를 수행한다. 미국 역시 전체 병원의 96% 이상이 1개 이상의 GPO에 가입되어 있고, 구매하는 품목의 72%가 GPO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대형 GPO 협회인 HSCA(Healthcare Supply Chain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는 600여 개의 GPO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지메디컴, 케어캠프, 가디언 등 몇몇 소수의 GPO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GPO의 역할, VMI부터 CCDS까지

 

GPO는 구매업무 외에도 물류와 위탁재고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병원물류의 최근 추세 중 하나로 VMI(Vender Management Inventory; 공급자 주도형 재고관리)가 대표적이다. 병원 창고에 있는 의약품 재고관리를 병원에서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공급자인 도매상이 하는 방식이다. 병원은 VMI를 통해 재고관리 비용을 줄이고 의약품이 창고에서 빠져나갈 때 병원이 해당 의약품의 비용 정산을 처리하여 결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VMI 적용 이전까지는 병원 자체 시스템을 이용했기 때문에 외부 공급업체와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연히 해당 업무를 처리할 직접 인력이 투입되어 재고 현황을 파악해 확인한 뒤 발주를 했다. 하지만 GPO는 병원과 발주·구매·물류시스템을 연동하여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병원 측의 발주가 없어도 입고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환자에게 내려지는 처방이 GPO가 구축한 통합시스템으로 들어가 이를 바탕으로 사용된 물품확인과 재고 보충이 이루어지는 식이다.

 

이를 통해 CCDS(Case Cart Delivery System)와 같은 특화물류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CCDS를 단순히 설명하자면 ‘수술실 물류’다. 일반 진료가 아닌 수술의 경우 평소보다 다양한 의약품과 진료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수술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물품이 필요하거나 예상했던 물품보다 더 많은 양의 물품을 쓰는 등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 수술용 케이스가 담긴 카트. 수술 종류에 따라 케이스의 개수가 달라진다. 위 사진 중앙에 있는 9개의 케이스는 한 번의 무릎 수술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병원 입장에서 모든 변수를 고려해 예상 필요물품을 모두 수술실에 가져다 놓기에는 시간, 공간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이 경우 병원이 수술을 결정하면 해당 수술의 정보와 필요한 물품이 GPO의 통합시스템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GPO는 수술에 사용될 물품을 케이스에 넣은 뒤 이것을 수술실로 배송한다. 현재 CCDS는 수술횟수가 많고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대형병원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완전 자동화는 없다, GPO의 숙제

 

이렇듯 GPO가 구축한 시스템은 구매비용 절감과 물류 효율화를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공급업체와의 인적교류 감소를 통해 교통 혼잡의 감소, 진료환경의 개선 등 사회적인 비용까지 절감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GPO조차도 국내 병원물류 영역에 ‘완전 자동화’를 도입하지는 못했다. 무슨 연유일까.

 

앞서 언급했듯 병원물류는 다품종의 의약품과 진료재료를 다룬다. 때문에 병원이 사용하는 제품 변화 역시 빈번하다. 또한 같은 제품이라도 병원마다 품목 표시, 규격, 재료를 지칭하는 명칭이 다르기도 하다. 병원마다 구매하는 단위수량과 물품코드가 서로 다른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스템은 단위가 아닌 수량을 기록한다. 가령 A병원, B병원에서 C라는 물품에 대한 발주가 ‘1개’ 들어왔다. 똑같은 1이지만 A병원이 원하는 양은 한 상자, B병원이 원하는 것은 개별적인 1개를 뜻하는 경우가 있다. 즉, 유통단위가 파괴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현재 시스템이 물품 정보를 완벽하고 명확하게 통합하기 어려워졌고, ‘공동구매’가 핵심인 GPO로써 자동화된 통합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실제 GPO는 병원에서 나온 처방이 재고관리 시스템에 들어가 반영됨에 불구하고 시스템이 아닌 인력을 투입해 병원별로 재고실사를 진행한다.

 

대안이 대세가 되기 위하여

 

정부는 지난 7월 제약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일련번호제도를 시행했다. 해당 제도는 의약품 포장 단위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제조, 수입, 유통, 사용까지 전 단계에서 이력추적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 내년 7월 의약품 유통업계에 대해서도 일련번호제도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물류창고 시스템 정비와 시설 통합 등을 통해 물류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유통업체와 요양기관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이 존재한다. 기존 거래관행과 방식이 변하기 때문이다.

 

김태웅 이지메디컴 물류사업본부장은 “현재 우리 회사가 다루는 품목이 약 6000~8000개다. 물류 효율화를 위해 품명과 단위를 단일하게 해야 하지만, 병원마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전까지는 병원 측에서 한 품목의 단위 변경을 요구하면 코드를 아예 새로 만들어 마스터 시스템에 하나 더 등록하는 방식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병원마다 오랫동안 다르게 사용했던 단위를 통합시킬 수 있을지, 통합된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직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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