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현 기자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 공룡이 등장함에 따라 중소 유통업체와 오프라인 상점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에 집중하던 기업은 매출이 떨어지면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 유통업체와 자영업자에게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카팔(CarPal)이다. 카팔은 영세한 유통업체나 자영업자도 아마존에 뒤떨어지지 않는 배달서비스를 갖출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온디맨드 스타트업 카팔은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 업체다. 카팔은 2014년 7월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마틴 헴스(Maarten Hemmes) 카팔 대표는 실리콘밸리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인스타카트(Instacart)와 온디맨드 배달 플랫폼 스타트업인 포스트메이츠(Postmates)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카팔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카팔은 설립 4년 만에 만 명 이상의 드라이버를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이용자도 매월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넘어 말레이시아, 홍콩 등으로 진출하는 등 사업 규모를 계속 넓혀가고 있는 카팔. 마팀 헴스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팔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 마틴 헴스(Maarten Hemmes) 카팔(CarPal) 대표
‘빵’에서 시작한 온디맨드 라스트마일 배달
카팔의 대표 서비스는 온디맨드 라스트마일 배달이다. 카팔의 배달 서비스는 취급 상품에 따라 크게 에드호크(Ad-Hoc: 즉시) 배달, 개인 심부름 배달, 대량 배달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에드호크 배달이란 고객이 요청한 물건을 한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운반해주는 일반적인 당일배송 서비스다. 에드호크 서비스는 보통 1~2시간 안에 배달을 완료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물건을 당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다. 그 다음, 개인 심부름 배달은 마트에서 주문한 장바구니 등을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끝으로 대량 배달은 SME(중소기업)이 많이 사용하는 배달 서비스인데, 제과점, 음식점, 소매상 등이 주요 고객이다.
카팔의 라스트마일 배달 서비스는 ‘빵집’에서부터 시작됐다. 마틴 대표는 카팔 사업 초기, 빵집에서 많은 배달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빵집이 라스트마일 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결혼식과 같이 중요한 이벤트에 사용되는 케이크 등은 신속하고 안전하게 배달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케이크나 쿠키 등은 충격에 약해 일반 택배나 화물차로 운반하기 어려웠다. 마틴 대표는 카팔이 이 분야에 전문성을 쌓으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웨딩케이크, 이벤트 케이크 등 운반이 까다로운 베이커리류의 배달 요청이 많다.
사업 초, 카팔은 12컵케이크(12 Cupcakes), 에미케이크(Emicakes), 세델앤그레인(Cedele and Grain), 리틀하우스오브드림스(Little House of Dreams) 등 유명 베이커리를 자신들의 고객으로 삼았다. 이들 베이커리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차량과 운전자를 바탕으로 배달 주문에 대응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배달 주문에 조금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카팔의 라스트마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카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빵집을 공략한 카팔의 전략은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이후 카팔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는 더욱 늘어났다. 카팔이 취급하는 품목도 일반 물건에서부터 신선식품, 꽃다발, 의류, 가전제품,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현재(2017년 6월 기준) 카팔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는 대표적으로 픽사롤(Pixaroll), 이커머스 업체 파핑프린트(Poppin Prints). 케이터링 업체 클럽바이버(Clubvivre) 등이 있다. 또한 오들(Oddle), 캣(Cat), 더피들(The Fiddle), 레이디엠(Lady M), 샐러드스톱(SaladStop) 등의 레스토랑에서도 배달주문을 처리하기위해 카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컵케이크를 운반하는 드라이버의 모습
수개월간 카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클럽바이버의 직원 림 웨인(Lim Wanyin)은 “우리는 음식과 장비를 운반하는 데 카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클럽바이버에는 비정기적인 수요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배달을 위한 차량을 보유하거나, 배송업체와 계약을 맺는 데 부담이 크다. 그러나 카팔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배달 주문이 들어왔을 때 이를 건건이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마틴 대표는 “운송 수단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쿠리어(배달기사)는 매일 운전해야 하는 경로가 정해져 있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Flexibility)이 낮으며, ‘단 하나’의 케이크를 배달하기 위해 한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렵다”며 카팔을 통해 기존에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업체도 손쉽게 배달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카팔의 운영시간은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8시간으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운영시간이 길다. 즉 카팔은 긴급 배달 수요나 늦은 시간에 발생하는 배달 수요를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카팔의 당일 배송 옵션을 이용할 수 있다.
카팔 라스트마일 배달 서비스는 고객이 지불해야 할 견적을 즉각적으로 알려준다. 때문에 고객은 다른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처럼 견적을 받기까지 기다리거나 비딩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다만 서비스 이용 요금은 배달 리드타임(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카팔은 자체 API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어플을 통해 직접 배달을 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는 카팔 API를 자사 쇼핑몰 혹은 사이트에 연동해 사용할 수도 있다.
▲ 카팔의 고객 어플 구동 화면
누가, 어떻게 배달하나
앞서 카팔을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 업체라 소개했다. 마틴 대표는 “카팔은 공유경제에 기반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각 지역에 항상 드라이버를 확보하고 있어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해 배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배달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카팔은 약 12,000명의 드라이버(2017년 5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운송수단으로는 카팔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포함해 일반 차량(4인승), SUV, 밴, 트럭,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카팔의 드라이버에는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자영업자, 부동산 중개인, 영업사원 등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직군에 종사하는 이들이 주로 드라이버로 활동한다. 이들이 카팔 드라이버의 약 70%를 구성하고 있다. 나머지 15%는 은퇴한 사람이, 다른 나머지는 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카팔의 드라이버에 우버(Uber)나 그래브택시(GrabTaxi)의 운전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드라이버는 배달 한 건당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의 약 70~80%를 받는다. 드라이버들이 받는 정확한 액수는, 그들이 얼마나 정확한 시간에 배달을 완료하는지, 배달은 안전하게 완료되었는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1시간 내로 배달을 완료해야 하는 긴급주문 요청건을 처리한 드라이버는 10~17달러를 받게 된다. 반면 보다 여유 있게 배달을 해도 관계없는 주문건에 대해서는 5~7달러 정도를 받는다.
카팔은 이용자와 드라이버 간 커뮤니케이션에도 신경을 썼다. 고객이 주문을 넣으면 카팔의 드라이버는 15분 내에 응답을 하게 되어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택시가 갑니다
카팔은 일반적인 물건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을 넘어 동물을 운반하는 라스트마일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2016년 10월, 카팔이 선보인 ‘펫메이트(PetMate)’는 반려동물을 위한 일종의 택시다. 펫메이트는 바쁜 고객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이나, 펫파크에 데려다주고 다시 데려오는 서비스다.
마틴 대표는 “우리는 기존에 제공하던 라스트마일 서비스의 영역을 반려동물에까지 확장시켰다. 처음에는 애완동물을 구매한 사람의 집까지 애완동물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며 “수요는 점차 동물을 이미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로까지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자가용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을 때 택시 승차거부를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문제일 것이다.
펫메이트의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카팔이 요구하는 특정 자격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선발 과정 역시 엄격하다. 아무나 펫메이트의 드라이버가 될 수는 없다. 가령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펫 핸들링(Pet handling)을 오랜 기간 해온 사람만이 펫메이트의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기존에 카팔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온 드라이버도 펫메이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단, 빵 등의 음식물을 배달하는 드라이버는 펫메이트 주문건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현재(2017년 6월 기준) 펫메이트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등이며, 카풀은 향후 서비스 지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펫메이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는 일 50명 이상이다.
▲ 2살 골든리트리버 벤(Ben)의 주문건
카팔플릿으로 배송 전반 관리한다
카팔은 2016년 말에 새로운 SaaS(Software as a Service) 배송 매니지먼트 솔루션인 카팔플릿(CarPal Fleet)을 공식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카팔플릿은 TMS 솔루션으로서 고객 업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운송수단을 관리하고 배달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솔루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정액을 지불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카팔플릿은 업체의 물동량에 따라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즉 고객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주문하는 건수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다.
카팔은 카팔플릿을 사용하는 회사의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백여 개를 훨씬 넘는 기업이 해당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팔플릿 솔루션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고객으로는 DHL, 유니레버(Unilever),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 등이 있다.
마틴 대표는 중소 이커머스 업체가 카팔플릿을 사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카팔플릿 이용자는 배송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배송 과정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다. 이는 중소 이커머스 업체가 아마존, 라자다(Lazada), 자롤라(Zalora)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이용자들은 또한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개발하지 않아도 최신 버전의 배송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마틴 대표는 “지난 수년간 서비스를 제공해 오면서 많은 고객들이 자체적으로 운전자를 확보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전자에게 요구해야 할 특정 사항이나 관리 운용상의 절차 때문이다”라며 “카팔은 이러한 고객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카팔플릿 솔루션을 기획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고객은 배송 전반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카팔플릿은 미국 스타트업 온플릿(OnFleet)이나 브링(Bringg)의 서비스와 유사한 모델이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카팔플릿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로는 질름(Zyllem)과 쿨아시아(CoolAsia)가 있다. 질름과 쿨아시아는 모두 자체 차량을 보유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피봇(Pivot)하여 물류 소프트웨어(Logistics Software)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팔의 도전은 계속된다
카팔은 올해 4월 383만 싱가포르 달러(약 2.7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마틴 대표는 이번 투자금을 카팔플릿의 고도화와 동남아 시장 확대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새로운 사모펀드 참가자들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기존 투자자인 RB인베스트먼트(RB Investments) 또한 참여했다. 2017년 6월까지 카팔이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483만 달러 싱가포르 달러이다.
카팔은 싱가포르를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까지 진출하고 있으며, 진출 시에는 현지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카팔은 결제 시스템을 통해 현지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아직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카드나 선불 결제 대신 COD(Cash on delivery) 방법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카팔은 이런 현지 상황에 맞춰, 결제 방법을 다각화했다. 실제로 많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카팔의 서비스를 이용한 뒤 COD 방식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카팔은 COD를 비롯해 진출한 국가에서 많이 사용되는 결제 시스템을 자사의 어플에 연동시키고 있다.
최근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카팔의 서비스는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틴 대표는 “카팔은 현재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일반 고객과 기업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진출하지 않은 나머지 동남아 국가에도 곧 진출해 글로벌 영향력을 점차 넓혀나갈 것”이라며 “카팔은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온디맨드 공급사슬 인프라로 거듭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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