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엔 있고 온라인엔 없는 것 '소유 적시성'과 '구매경험'
트라이온(Try-On)으로 옴니채널 구축, 와비파커와 보노보스
트라이온 만드는 숨은 비결은 '풀필먼트', 역물류의 숙제까지 해결하려면
트라이온(Try-On) 모델로 옴니채널을 구축하여 월마트에 인수된 업체 보노보스. 보노보스의 비결인 '트라이온'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필먼트가 필요하다.
글.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이사
아마존발 이커머스 혁신 이후, 수많은 이커머스 BM(Business Model)이 탄생하고 있다. 그 유명한 ‘와비파커’와 ‘보노보스’의 트라이온(Try-On) 이커머스 역시 그 중 하나다. 하지만 풀필먼트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이러한 혁신적인 이커머스 모델도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와비파커와 보노보스의 사례를 통해 풀필먼트가 이커머스의 발전과 왜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온라인 쇼핑 10년째 연평균 13%씩 급성장 중’. 단순히 숫자로는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으나, 온라인 쇼핑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신선식품을 저녁에 구매하여 다음날 새벽에 받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TV 속 연예인이 입고 있던 ‘마리몬드’의 제품들을 바로 다음 날이면 입고 다닐 수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이커머스의 시대다.
오프라인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
보통 ‘온라인 마켓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표현하지만,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것’이라 선뜻 이야기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온라인이 넘지 못하는 오프라인만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소유의 적시성’이다. 보통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제품들은 구매와 동시에 소유가 가능한 반면,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은 구매와 소유 사이에 간극이 있다. 게다가 금요일 저녁에 제품을 구매했다면, 해당 제품은 아무리 빨라야 화요일에 받아볼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들이 탄생했다. 신선배송 스타트업 ‘마켓컬리’나 ‘이마트몰’, 그리고 쿠팡의 ‘로켓배송’ 등으로 대표되는 배송 서비스들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와 소유의 간극이 최소화되면서 온라인 마켓의 성장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두 번째는 ‘구매 경험의 제공’이다. 의류나 잡화의 경우,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해보는 시착(Try-on) 경험이 구매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될 경우, 반품(역물류) 비용과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여, 그것에 대한 수고로움이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한 금액보다 더 커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쇼루밍(Showrooming)’ 대신에 ‘역쇼루밍’이 탄생한 것도 이러한 연유다. 온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검색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혁신의 비결, 풀필먼트
미국에서는 이러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탄생하였다. 그 중에서도 ‘와비파커’와 ‘보노보스’는 각각 미국 이커머스 BM의 혁신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와비파커(Warby Parker)의 경우, 택배 배송을 통해 5개의 안경을 5일 동안 무료로 시착(Try-on)해보고 반품하도록 돕는 BM을 갖고 있으며, 고착화되어 있던 안경시장을 혁신하고 올해 매출액 4,5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이 맘에 안 든다고? 쿨하게 반품하면 된다.(사진: flickr)
이와 비교해 보노보스(Bonobos)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다. 가장 트라이온 경험에 민감한 품목이 ‘바지’라고 생각했던 보노보스 창업가 앤디 던(Andy Dunn)은 미국에 38개의 트라이온 매장을 설립하고,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마치 온라인에서 구매한 것처럼 풀필먼트 센터를 통해 배송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비용이었던 ‘보관’과 ‘재고관리’의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오프라인의 강점까지 제공하는 BM이었고, 결국 월마트에 의해 한화 3,500억 원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회사의 혁신 비결이 바로 ‘풀필먼트(Fulfillment)’라는 점이다. ‘보노보스’가 운영하는 옴니채널은 특히 풀필먼트가 BM의 핵심역량이 될 수밖에 없다. 매장에서의 구매가 배송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의 상품, 주문, 재고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풀필먼트의 역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재고의 데이터화’를 핵심으로 하는 풀필먼트가 BM과 함께 발전되지 않았다면 보노보스의 혁신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옴니채널에 결제가 더욱 강화된 사례로, 중국의 ‘마커 화페이(Mark FairWhale)’를 들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고, 티몰에서 구매한 상품은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송된다. 주문-배송의 일방향 풀필먼트가 아닌, 쌍방향 풀필먼트 체계를 구축한 사례다.
‘역물류’ 풀필먼트의 고민
한편, 와비파커 모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물류’에 대한 풀필먼트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한다. 고객의 트라이온 상품들을 배송하는 ‘정방향 물류’ 풀필먼트 또한 중요하나, 정말 난이도가 높은 물류는 고객이 마음껏 착용해보고 돌려보낸 반품을 관리하는 프로세스이다.
해당 프로세스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로 고객정보와 반품된 제품들을 매칭하는 업무가 발생한다. 2단계로 실제 고객이 선택한 제품과 그렇게 않은 제품들이 잘 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C/S팀과의 정보 동기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3단계로 반품된 제품들을 다시 출고될 수 있도록 ‘양품화’ 작업을 하고, 마지막 단계로 다시 ‘가용재고’로 등록하여 다음 주문을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역물류’에 대한 풀필먼트는 비단 와비파커만의 숙제가 아니다. ‘역물류’는 이커머스가 존재하는 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풀필먼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가장 먼저 반품 재고에 대한 데이터가 뒤섞여 실사파악에 이중으로 애를 먹게 된다. 또한 제품이 택배사를 통해 반송되어 오는 동안 재고 데이터들이 부유(Floating)하게 되어, 판매사들은 반품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 제품들을 홈페이지에서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역물류 풀필먼트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매출액과 직결된다.
각 산업의 발전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태국의 경우 아직 결제 서비스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COD(Cash On Delivery) 방식의 결제가 일반적이다. 아무리 다른 산업군이 발달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승했음에도 이커머스의 성숙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서비스나 상품들이 있고, 결제/택배 시스템이 갖춰져 있더라도 그것을 관리하는 창고에서의 혁신, 즉 풀필먼트의 완성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발전 역시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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